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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업은 옳은 일을 하는 데 실패하는가

4년 전 BP의 원유 유출 사고로 11명이 사망하고 수천 배럴의 기름이 멕시코만 곳곳에 스며들었습니다. 1년 전 방글라데시의 라나 플라자 의류 공장 건물이 붕괴되면서 1,100명 넘는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사건들이 얼마 전 본 사건의 데자뷰 같다는 겁니다. 왜 우리는 과거에서 배우지 못하는 걸까요? 필자는 9년간 BP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관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많은 성과를 거뒀음에도 15명이 사망한 2005년 텍사스시티 정유공장 폭발사고는 막지 못했죠. 기업의 잘못된 행동을 막으려면 왜 실패하는지부터 알아봐야 합니다. 필진의 경험과 인터뷰에서 나온 6가지 이유를 소개합니다.

1. 사람들은 거짓말을 합니다. 방글라데시 의류공장주는 계약을 따기 위해 거짓말을 합니다. “제대로 일하는 공장이 있고 그저 거짓말을 그럴싸하게 잘 하는 공장이 있어요. 어느 공장 납품가가 더 싸겠어요? 어떤 공장을 택할까요?” 이에 대형 의류브랜드 H&M은 납품업체들과 장기 계약을 맺어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장기 계약을 하면 관계가 깨지는 것이 두려워 거짓말이 줄어들 거란 기대에서죠. 그러나 수없이 많은 이해관계자 중에서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가늠하기란 여전히 어려운 일입니다.

2.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큰 조직에서는 부서들이 제각각 자기 일만 하면서 인권이나 지속가능성 같은 주제를 잊기 십상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CSR 일을 하는 댄 브로스는 “수직적인 사회에서 수평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법무팀부터 상품개발팀까지 모든 부서에 이슈가 없는지 확인하고 다녀야하죠.

3. 안전 보장에는 돈이 들고, 사고를 방지한 걸로는 누구도 상을 받지 않습니다. 금 광산을 운영하는 프리포트는 2010년 지역 주민의 항의 끝에 안전 보장에 2,800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매년 이런 비용이 든다면 엄청나죠. 엑손모빌(ExxonMobil)이 2001년 지역 주민들의 항의로 넉달 동안 가스공장을 닫았을 때 손해액은 1억 ~ 3억 5천만 달러로 추정됩니다. 안전 보장은 기본적으로 큰 사고가 터지는 걸 방지하는 겁니다. 얼마 전 제 친구는 사고가 터진 후 관리한 팀에 회사에 포상이 돌아가자 매우 화를 냈습니다. “사고를 처리한 팀에만 노고 치하가 돌아가는 건 너무해요. 여태까지 사고가 터지지 않게 열심히 관리한 우리는 뭐가 되나요?” 야후에서 프라이버시 보장을 담당하는 에벨레 오코비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나쁜 일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겁니다. 우리가 일을 잘 할수록 사람들은 생각하죠. ‘이 일이 정말 필요한 일인가?’”

4. 나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은 어디서도 환영받기 어렵습니다. 조직의 수장이 문제를 예측하지 못하면 주위에 경고하는 사람이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래서 CSR에서 일하는 사람들 직무 중 일부는 이게 왜 중요한지 스토리를 만들어 전달하는 겁니다. 의류 브랜드의 생산 공정을 관리하는 션 앤셋은 중국 공장의 사진을 이사회 회의에서 보여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사진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더욱 생생하게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었다는 거죠.

5. 아무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무얼 의미하는지 모릅니다. CSR은 직원들 봉사활동부터 수주업체 생산 시설 관리, 기업 내 다양성과 소수자 보호까지 포괄하는 단어입니다. 이 애매모호한 역할 정의는 어떤 주제도 화두로 삼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무얼 기대해야할 지 어렵게 만듭니다.

6. 소비자는 돈을 더 내지 않을 겁니다. ‘제대로 만든 청바지’ 가 1달러 정도 더 든다는 리포트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업 환경에서 만들어진’ 옷을 사기 위해 돈을 더 낼 소비자를 찾기란 어렵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만들어진’ 태그가 붙은 양말이 같은 가격일 때 50% 소비자만이 이 양말을 집어듭니다. 가격이 50% 더 나가면 이 양말을 택하는 고객은 25% 로 줄어들죠. 대중이 각성할 때까지 기업은 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The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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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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