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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저우시, ‘영아 안전섬’ 수용인원 다 차 더 이상 안 받기로

중국 광저우시가 버려지는 영아들을 거두어 보호하고 키우는 보호소 ‘영아 안전섬(婴儿安全岛)’에 당분간 아이들을 더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준비한 아기 침대가 가득 차 더 이상 아이들을 맡아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말 문을 연 광저우시 안전섬에 두 달도 채 안돼 어린 아이 262명이 버려졌는데, 이 가운데 67%는 돌이 채 안 된 영아였습니다. 안전섬으로 온 아이 모두가 크고 작은 병을 앓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90%가 살아남았습니다. 영아 안전섬은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정이 생긴 부모들이 아이를 안전하게 버리고 갈 수 있는 곳으로 적정 온도의 인큐베이터 시설이 구비된 침대에 아기를 둔 뒤 벨을 누르면 몇 분 뒤 복지사가 아이를 데리고 갑니다.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갓 태어난 아이를 몰래 버리거나 방치하는 건 불법이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 계획에 없던 아이가 장애나 병을 갖고 태어난 경우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한 부모들이 아이를 사실상 방치해 살해하는 일이 자꾸 발생하자 중국 정부가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취지에서 보호소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10개 성에 25곳의 안전섬이 운영되고 있으며 수도 베이징에도 올해 안에 첫 안전섬이 문을 열 계획입니다. 내년까지는 총 18개 성에 안전섬이 도입될 예정입니다.

영아 안전섬이 오히려 아이들의 유기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안전섬을 시행운영할 때보다 실제 운영 시에 훨씬 많은 수의 아이가 버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광저우시 안전섬의 경우만 해도 설 연휴동안 무려 80명의 영아가 버려지자 비판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아동복지입양센터(China Center for Children’s Welfare and Adoption)의 슈지우 사무총장은 안전섬이 영아 유기를 부추긴다는 통계는 아직 없다며, 법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버려지는 아기들의 목숨을 살리는 일이 안전섬의 주요 목표이자 성과라고 설명했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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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ppoo

뉴스페퍼민트에서 주로 세계, 스포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View Comments

  • 우리나라도 가끔 영아 사망 뉴스가 나오던데....
    중국도 하는 이제도를 우리나라도 빨리 도입해야 할것 같네요 .

    • 원치 않는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를 키울 길이 도저히 막막할 때 이런 선택을 하는 부모들이 어디에나 있죠. 덮어놓고 부모들을 탓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분명 아닐 겁니다. 다만 이런 식의 보호소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이 갓난아기를 내다버리는 구조적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지난 겨울쯤에 미혼모와 영아 유기 문제에 대한 특집방송을 본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몇몇 곳에서는 아기를 놓아두고(?) 갈 수 있는 시설이 있다고 하네요.

      • 아.. 그렇군요. 정책적으로 어느 쪽이 맞는지 정말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글을 소개할 때도 유기하다, 방치하다, 내다 버리다는 표현 어느 것도 마음이 무거웠는데, 차라리 놓아두고 간다고 쓸 걸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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