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노후화된 기반시설이 기후 변화에 아주 취약한 상태이며, 그로 인해 국가적인 재앙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 보고서는 전기에서부터 상하수, 도로, 항만, 공항 시설을 모두 포괄하는 기반 시설은 현대인들의 삶에 공기와도 같은 필수적인 시설이지만, 이러한 시설들에 대한 기후 변화의 위협을 알면서도 방관해야만 하는 실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노후화된 기반 시설을 보수하거나 새로 건설하는데 필요한 천문학적 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지원 사격을 받기도 힘든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톰 윌뱅스(Tom Wilbanks)는 노후화된 기반시설에 대한 기후 변화의 일차적 위협은 도시 환경에 입힐 물리적 피해라고 설명했습니다. 2008년에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수면이 1.2미터 가량 상승하면, 걸프만 일대에 위치하는 2400마일(약 3900킬로미터)의 도로와 246마일(약 400킬로미터)의 철로, 3개의 공항과 75%의 화물시설이 수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구는 더욱 빈번하게 일게 될 해일이나 폭풍으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침수되는 지역 역시 속출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윌뱅스는 노후화된 기반시설에 대한 기후 변화의 위협은 물리적 피해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윌뱅스는 보다 큰 위협은 하나의 기반 시설 붕괴가 연쇄반응을 통해서 다른 기반 시설들의 기능을 상실시켜 사회 활동 전체를 마비시키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늘날의 기반 시설들은 거미줄처럼 긴밀하게 연결된 시스템군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발전시설은 상하수도 처리 시설에 동력을 공급하고, 도로망은 발전에 필요한 석탄을 발전소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통신 시설은 복잡한 물류 시스템을 제어하며, 전기망은 이러한 시설들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죠. 윌뱅스는 이러한 기반 시설들 간의 상호 연결성이 유사시에는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기반시설 중 어느 하나라도 그 기능을 상실한다면, 다른 기반 시설들의 기능 역시 연달아서 마비되는 상황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일명, 폭포 효과(the cascading effect)라고 불리는 이러한 현상은 이미 여러 차례 실제 사례들을 통해서 그 위험성이 증명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제작년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을 강타하였을 때, 침수로 인해 전기 공급이 중단되자, 제 때 처리 되지 못한 하수 44조 리터가 수로로 그대로 방출되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1년에는 높은 온도로 인해 송전선에 문제가 생겨, 원자로 가동이 중단되는 바람에 상하수 처리 시설의 가동이 중단되었고, 이로 인해 샌디에고 지역의 주민들이 깨긋한 물을 상당시간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죠.
보고서는 지금이라도 노후화된 기반 시설을 보수하고, 기후 변화에 대해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면 국가적 재앙사태의 발발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보고서는 투수성이 높은 도로를 만들고, 차수벽과 저수시설을 건설하며, 더욱 견고한 건물을 짓는다면 홍수나 허리케인, 해일, 지진과 같은 재해로부터 삶의 터전을 충분히 지켜 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을 취하는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권의 반응은 차갑기만 합니다. 집권 기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어 정치적 입지를 빠르게 다지려는 정치인들의 근시안적 셈법과는 달리,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 성과는 아주 천천히 나타나는 속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항목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기꺼이 투입하겠다는 정치인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노후화된 기반 시설이 더욱 위험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Scientific Ameri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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