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친환경건물 인증체제(LEED)의 허점

2010년 뉴욕에서 뱅크오브어메리카 타워(the Bank of America Tower)가 개관식을 거행 할 때만 하더라도, 언론들은 이 건물이 세상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초고층사무용건물들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물을 사용하지 않는 소변기, 외부광량에 따라 밝기가 자동으로 조정되는 실내조명장치, 집우처리 시설등과 같은 친환경 기술이 사용되었을 뿐만아니라, 친환경 건물 인증체제(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LEED)에서 초고층건물로는 세계 최초로 최상위 등급인 플래티눔(Platinum)을 획득하였죠.

하지만 지난해 가을 뉴욕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타워가 뉴욕시 맨해튼에 위치한 비슷한 규모의 사무용 건물보다 훨씬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더 많은 단위면적당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일례로, 이 타워는 준공후 80년이 지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Building, NY) 보다 두배 이상의 단위면적당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고, 더 낮은 친환경건물 인증등급을 가진 골드만 삭스 본사사옥보다 비효율적인 에너지 사용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당혹스러운 결과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노력에 큰 오류가 있을 수도 있음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건물은 그 어떤 경제분야보다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건물은 자가용, 버스, 비행기, 열차 모두를 합한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며,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미국의 친환경건물의회(U.S. Green Building Council)는 1998년 처음으로 개개의 건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친환경건물 인증체제(LEED)를 도입하였고, 이는 곧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이 인증체제는 건물에 사용된 재료, 공기질, 수자원보호, 에너지 사용성능과 같은 여러 요인들을 점수화하고 건물이 획득한 점수의 총합에 따라 일반(Certified), 중(Silver), 상(Gold), 그리고 최상(Platinum)의 네가지 등급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친환경건물에 대한 인증은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 수단이자 마케팅의 도구이며, 세제혜택의 수혜조건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많은 지방정부와 주정부, 연방정부에서 신축건물에 대한 친환경건물 인증을 의무화하는 추세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 인증체제의 문제점들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환경에 도움이 되는 비싼 기술보다는 자전거주차시설과 같이 간편하고 저렴한 기술을 적용하여 환경에 대한 큰 기여없이 인증점수만을 획득하려하는 개발업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또한, 친환경건물 인증체제는 사후 이용에 관한 단서나 제제없이 건물의 초기 설계 개요로만 등급을 부여하고 있어, 실 사용자의 이용양식에 따른 건물의 환경성능 변화를 제어할 수도 없습니다. 다시말해, 실질적인 에너지 절약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증등급만을 높이기 위한 건물설계를 현 체제로서는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이지요.

실례로, 친환경건물 인증등급 중 최상위인 플래티눔을 받고서도 뱅크오브어메리카 타워가 형편없는 환경성적표를 받은 이유는 건물 총 면적의 삼분의 일을 차지하는 거래소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낭비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직원의 책상마다 설치되어 있는 다섯개의 모니터는 일년내내 꺼지는 법이 없으며, 바닥 아래로는 수천개의 개인 컴퓨터를 서버와 연결하는 수만개의 회선들이 지나가며 실내온도를 높이고, 이 온도를 낮추기 위해 냉방시설이 끊임없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만한 에너지 사용패턴은 친환경건물 인증 등급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사용전 설계 개요에 의해서 부여된 최초 등급은 사용자가 어떻게 건물을 사용하는지에 상관없이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건물의 친환경적 디자인을 장려하는 것도 좋지만, 사용자가 건물을 사용하는 방식 또한 인증과정에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New Re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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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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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ED v4 가 새로 나올 예정인데 이런점이 개선이 되었나 모르겠네요.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인증제가 가진 딜레마라고 생각해요. 이것 저것 에너지와 탄소말고도 고려해서 넣은 점수가 많으니깐요..

  • 아 벌써 버전4 가 나오는 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굉장히 광범위한 평가기준을 지닌 인증제도가 가진 딜레마 일수도 있겠어요. 리드 발급기관이 사후 이용에 대한 강제성을 강요할 폴리스파워도 없고, 지속적으로 건물의 환경성능을 추적하고 업데이트하면서 그레이드를 조정하기에는 행정력이 많이 부족한 것도 이 기사가 다루고 있는 인증제도의 허점에 일조할것이라 생각해요. 이런 사례들이 계속 생겨나고 또 그것이 평가기준에 반영이 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해나가길 기대해봅니다.

  • 단위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으로 건물의 퍼포먼스를 판단하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건물마다 각각의 특성이 있는데 예를 들어 같은 규모의 공장과 오피스는 단위 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이 차이날 수 밖에 없습니다.
    LEED의 에너지 분석 기준인 ASHRAE 90.1 에선 이런 문제를 감안하고 있고 또 건물 규모에 따른 상대적인 사용량의 절감률을 따지고 있습니다.
    분명 앞으로 개선할 부분들은 있지만 글에서 지적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 판단 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 네 좋은 피드백 감사합니다. 건물 규모에 따른 상대적인 사용량의 절감률을 따지는 사실은 저도 몰랐네요(원 기사에는 그런 내용이 없더라고요.) 하지만 어떻게 "건물마다 각각의 특성이 있는데 예를 들어 같은 규모의 공장과 오피스는 단위 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이 차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라는 지적이 이 기사의 내용을 반박할 수 있는 이유가 되는지는 아직 납득이 잘 되지 않네요. 이 기사에서 단위 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을 기준으로 뱅크오브어메리카 타워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그리고 골드만 삭스 빌딩을 함께 비교할 수 있는 이유는 세 타워 모두 오피스 용도이기 때문이 아닌지요. 심지어 골드만 삭스 같은 경우는 건물의 규모마저 뱅크오브어메리카 타워랑 비슷하기 까지 합니다.(아, 원문에서는 언급되어 있는 팩트인데 제가 번역과정에서 누락했네요.) 환경님께서 '단위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으로 건물의 퍼포먼스를 판단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나열하신 특성(=용도)과 규모 모두 이 기사에서는 문제가 안 되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혹시라도 이견이 있으시면 보충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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