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차기 연준(FED) 의장 후보로 로렌스 서머스(Lawrence Summers)와 자넷 옐렌(Janet Yellen) 두 경제학자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서머스는 2009년 금융위기 대처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보좌했고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주요 경제 자문들과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백악관이 서머스를 잘알고 있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일하기에 더 편한 상대인 서머스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옐렌은 연준의 인사이더로 지난 3년간 팽창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한 버냉키 현 의장과 긴밀하게 공조해 왔으며 금융 위기당시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사람들은 내년 1월 임기가 마무리되는 버냉키 현 의장의 자리를 이어받을 가장 강력한 후보로 옐렌 부의장을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주간 전현직 오바마 행정부의 참모들이 한 발언을 되짚어보면 오바마 대통령이 서머스를 후보로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둘 다 베이비부머 세대이고 서머스는 하버드대학에서, 옐렌은 예일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진보적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경제학자 모두 호황을 겪었던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 한 경험이 있으며, 둘 다 자신이 주장하는 아이디어를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연준 의장이 된다면 둘 다 인플레이션 수준이 낮은 상태에서는 여전히 높은 실업률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몇 주안에 결정을 내릴 것인데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서로 다른 경력과 명성, 그리고 개인적 스타일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것입니다. 서머스는 1990년대에 미국 재무부에서 일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금융 위기를 겪고 있던 멕시코나 아시아, 그리고 러시아에 대한 정책적 조언을 제공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2009년에는 국가경제위원회(National Economic Council) 의장직을 맡아 경기 부양책을 앞장서서 입안했습니다. 옐렌과는 달리 그는 하버드 대학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헤지펀드인 D.E.Shaw의 어드바이저로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만약 금융 시장에서의 경험과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 산다면 서머스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또 서머스가 오바마 대통령과 자신을 좋아하는 몇몇 백악관 고위 참모진을 잘 알고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2010년 정부에서 떠난 뒤 적어도 서머스는 13번이나 백악관을 방문했고 4번이나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옐렌은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에서 경제학을 가르쳤고, 대부분의 경력을 연준에서 쌓았습니다. 1990년대 그린스펀이 연준 의장일 때 워싱턴 연준 이사회의 멤버였고 2000년대에는 샌프란시스코 연준의장이었으며, 2010년 이후로는 버냉키에 이어 연준내 2인자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그녀는 남편이자 노벨경제학자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를 1970년대에 연준에서 일을 하는 동안 만났습니다. 옐렌은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로 인해 연준이 채택한 정책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며 중앙은행의 독특한 이너서클에 대해서도 친숙합니다. 연준의 정책 결정자들은 하나의 결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중앙은행 내의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분열과 불화는 금융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지금과 같이 연준이 금융위기 이후 지속해 온 팽창적 통화정책 하에서 어떤 방식의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연준이라는 만만찮은 조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꾸려나갈 능력에 가산점을 준다면 그의 선택은 옐렌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두 후보자 모두 약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서머스는 금융위기를 겪기 전까지 금융 규제는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되풀이했고, 2006년 여성 비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뒤 불명예스럽게 하버드 총장직을 내려놓은 경력이 있습니다. 옐렌은 금융완화정책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잡는 게 연준의 가장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옐렌의 의견이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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