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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로드맨과 북한 외국인 방문객 외교

지난주 북한을 방문한 NBA 스타 출신 데니스 로드맨이 김정은을 만나 친밀한 장면을 연출하고 돌아오면서 많은 화제를 낳았지만, 외국인 방문객을 활용하는 북한의 외교술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농구쇼 팀과 함께 방북한 로드맨은 농구팬으로 알려진 김정은 옆자리에 앉아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고(김정은의 영어 실력은 ‘제한적’이라고 합니다.), 그를 “멋지다(awesome)”고 말하며 “평생 친구(friend for life)”가 된 것을 과시했습니다. 약 1년 전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한 후 그를 실제로 만난 미국인은 로드맨과 그 일행이 처음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은둔의 왕국에서 그 지도자를 만나는 일은 높은 지위의 유명인에게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평양에 주둔하고 있는 한 영국 외교관은 김정은과의 독대 기회를 너무나도 간절하게 원한 나머지, 롤러코스터를 함께 타자는 제의에 응했을 정도입니다. 구글 CEO 에릭 슈미츠와 북한을 방문한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도 김정은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로드맨을 만난 것도 단순히 농구를 좋아하는 지도자의 기분에 따라 이뤄진 깜짝쇼가 아니며, 늘 그랬듯이 목적이 뚜렷하고 잘 짜여진 각본에 따른 프로파간다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1994년에 지미 카터를 초청해 전쟁 위기를 모면한 것도, 2010년 헤커 박사에게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여줘 핵무기 개발 능력을 과시한 것도 모두 방문객 외교의 일환이었습니다. 1995년 북한을 방문한 레슬러 릭 플레어는 당시 북한 당국이 자신에게 구체적인 어휘와 내용을 담은 연설을 해달라고 요청했으며, 후에 자신이 하지 않은 말들도 선전 문구로 활용되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김정은은 로드맨과의 만남을 통해 내부적으로는 열린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외부적으로는 자신이 생각만큼 “소외된 배드보이”는 아님을 과시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을 것입니다.

한편 로드맨과 일행의 방북을 추진한 잡지사 바이스(Vice)는 이번 “농구 외교”에 미중 간 “탁구 외교”와 같은 의미가 있음을 암시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간의 적의가 극에 달했던 때도 중국은 미국 대통령이 불길에 휩싸이는 영상을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갇혀있는 강제 수용소보다 농구가 단순히 쉬운 주제이기 때문에 화제가 되는 것이며, 이런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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