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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스프] 당신이 비만치료제를 먹는다고 실패한 것은 아니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9월 20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비만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이어트는 이 시대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단어 중 하나일 겁니다. 체중이 정상 기준을 크게 넘어서는 것을 의미하는 비만과 체중을 정상 기준으로, 혹은 정상보다 더 낮게 줄이는 다이어트에는 서로 연관된, 그러나 조금은 다른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비만 자체가 당뇨,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의 원인이 돼 수명을 낮추며, 또 근육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운동을 힘들게 만들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게 한다는 기능적 측면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타인에게 주는 인상과 관련된 미적 측면입니다.

체중을 줄이면 이 기능적, 미적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으므로 인류는 끊임없이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을 고안해 왔고 지금도 그 수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체는 항상성을 가진 복잡한 시스템으로 대부분 다이어트는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는 요요 현상을 불러옵니다.

최근까지도 과학적으로 입증된 다이어트 방법은 단 두 가지, 곧 매일 체중을 측정해 의지력을 유지하는 인지적 방법과 위절제술을 통해 신체에 충격을 주어 식습관을 바꾸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사이 완전히 새로운 약이 등장했고, 이 약들은 인류가 비만을 아주 쉽게 정복할 가능성을 비춰주고 있습니다. 그 약들은 바로 삭센다, 오젬픽, 위고비, 마운자로 등의 소위 GLP-1 치료제입니다. 이 약을 사용한 이들이 쉽게 체중을 감량했다는 증언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음식에 관한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어찌 보면 약간은 오싹한 고백과 함께 말이죠.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우선 우리는 이 약들이 왜 이렇게 비만에 효과적인지 아직 잘 모릅니다. 그리고 주사형 치료제인 이 약은 아직 값이 무척 비싼데, 약을 중단하면 그 즉시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평생 약을 맞아야 합니다.

지난 9월 9일, 의사인 애런 캐럴은 뉴욕타임스 오피니언란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밝혔습니다.

전문 번역: 비만치료제와 항우울제는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까

 

그는 먼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로 알려진 항우울제를 사용했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SSRI는 우울증에 널리 쓰이는 처방 약으로 효과가 있지만, 약의 작동 기제가 명확하지 않고, 그저 마음만 굳게 먹으면 이런 약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기 자신도 복용하지 않고, 환자들에게도 잘 처방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는 스트레스로 인한 공황발작을 겪으며 이 약이 자신을 더 긍정적이고, 친절하고, 적극적인 사람으로 바꾸는 경험을 합니다.

그는 곧 이 글의 핵심 주제를 이야기합니다. 바로 자신이 약물치료를 거부해 온 이유는 약을 먹는 것이 실패를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즉, 그는 약을 먹어서 상태가 나아진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고 고백했습니다.

글의 후반부는 비만 치료제 역시 항우울제와 같은 이유로 자신은 부정적이었지만, 경험해 보니 효과가 아주 좋았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치 인슐린이 부족한 당뇨병 환자나 갑상선 약을 먹는 환자가 약을 평생 먹듯이 효과만 있다면 이들 약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약을 먹는다는 것은…

물론 그의 말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좀 더 다양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먼저 그가 말한 약을 먹는 것이 실패라는 생각부터 이야기해 보죠. 정확히 말하면, 그가 약을 거부했던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정신력으로 이를 이겨낼 수 없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또, 약을 먹는 것이 자신의 신체능력과 정신력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우리 모두 아는 것처럼 원래 인간은, 생명체는 완전한 존재가 아닙니다. 끊임없이 음식을 먹어야 하고, 추위와 더위를 피해야 하고, 안전한 공간을 찾아 쉬어야 합니다. 곧 자신의 필요에 따라 환경을 잘 이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능력이며, 따라서 어떤 화학 물질이 본인에게 필요하다면 이를 취하는 것도 능력에 포함될 겁니다.

작동 기제를 정확히 모른다는 것도 큰 문제는 아닙니다. 사실 인류의 기술 중 상당수는 작동 원리를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탄생했고, 그 원리는 좀 지나고 나서 밝혀진 것들입니다. 아직도 충분히 알지 못하지만, 효과가 입증돼서 계속 사용하는 것들이 의학계에서는 아마 더 많을 겁니다. 물론 언젠가, 분자생물학과 유전학에 대한 인류의 지식이 훨씬 더 쌓인다면, 어떤 사람에게 이 약이 효과가 있으며, 어떤 조건에서 어느 만큼 약을 써야 할지도 알게 되겠죠.

물론 화학물질을 섭취하는 것이 과거 우리 조상이 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온 것과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어떤 화학물질들은 생명체 내부에서 직접적으로 작용하며, 때로는 매우 강한 자극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인체는 항상성을 가진 시스템이기 때문에 강한 자극에 적응하게 됩니다.

약물의 경우 이는 같은 양의 물질에 대해 효과가 줄어드는, 또는 같은 효과를 얻으려면 더 많은 물질을 사용해야 하는 내성, 그리고 물질의 사용을 줄이거나 끊었을 때 역효과가 발생하는 금단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화학물질이 인체 내부에서도 만들어지는 물질일 경우, 지속적인 외부 공급이 자체 생산능력을 약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약물 치료 꼭 필요할까?

결국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약을 쓰지 않고도 다른 방법으로 우울증을 극복하거나 체중을 줄일 수 있다면 그건 그대로 가장 좋은 일일 겁니다. 하지만 충분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의사의 지도하에 적절한 약을 사용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공부와 의학 지식의 흐름을 따르는 의사와 함께라면 평생을 먹을 수도 있겠지요.

저는 15년 전 리덕틸이라는, 지금은 판매 중지된 비만약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입맛이 완전히 사라졌고 밥을 반 공기 이상 먹지 않게 되더군요. 심장이 좀 빨리 뛰는 느낌과 의욕 상실 같은 부작용이 있었지만, 3개월 만에 10kg을 감량했고 주변에 이 약을 많이 추천했습니다. 몇 년 뒤 심혈관 질환 발생을 높이는 부작용이 발견되어 이 약은 퇴출당하고 말았지만, 적어도 약이 인체에 줄 수 있는 변화가 얼마나 큰 지는 충분히 느꼈습니다.

이후 체중은 원래대로 서서히 돌아왔고, 결국 체중은 자기의 삶과 생활 전체에 따른 결과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지금은 오늘날 가장 명확한 항노화 효과를 인정받고 있는 간헐적 단식의 하나인 ‘일일 일식’을 하면서 원하는 체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GLP-1이 대중화된다면, 그저 호기심에라도 한 번쯤은 그 기분을 느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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