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건의 폭로 이후 소셜미디어, 특히 인스타그램이 청소년, 특히 10대 소녀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관한 논의가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오늘은 프리미엄 콘텐츠에 10월 22일 소개한 글을 다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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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뉴욕타임스 오피니언란은 인스타그램이 10대 소녀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로 뜨거웠습니다. 먼저 10월 8일, 뉴욕타임스의 에디터이자 영화감독인 린지 크라우스는 “10대 소녀에게 인스타그램은 악의 소굴(cesspool)”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논의를 촉발한 건 우리 모두 알고 있는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건의 폭로였습니다. 하우건은 페이스북이 10대 소녀들의 정신건강에 인스타그램이 미치는 해악을 알면서도 그 연구 결과를 일부러 숨겼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소셜미디어가 10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소셜미디어는 그 자체로 자신의 진짜 모습이 아닌, 남에게 보이고픈 모습을 전시하게 만듭니다. 이는 모두가 자신을 속이게 할 뿐 아니라 타인과 끊임없이 비교하다가 스스로 비참하다고 느끼는 지경에 이르기도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페이스북 파일 기사.

린지 크라우스가 말하는 것처럼 비현실적인 필터를 통해 바뀐 외모를 전시하는 이들, 또 실제 현실에서 수술 등을 통해 외모를 바꾼 이들이 인기를 끄는 것만 봐도 소셜미디어는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합니다. 여기에 500조 원에 달하는 뷰티 산업은 든든한 후원자이자 동반자입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소개합니다. 이런 효과에는 성인도 예외가 아니며, 바로 소셜미디어를 자주 사용하는 이들일수록 성형수술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템플대학 심리학과의 로렌스 스타인버그 교수는 10월 10일 “인스타그램이 정말로 해를 끼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글에서 섣불리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먼저 그는 언론이 과학 연구를 전할 때 가장 주의 깊게 보아야 하는 부분을 하우건이 폭로한 페이스북 내부 연구를 볼 때 우리가 간과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곧 그 연구가 정말로 믿을 만한, 충분한 신뢰도를 가진 연구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 연구를 자세히 본 결과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곧 10대 소녀 10명 중 3명이 인스타그램이 자기 자신을 더 비참하게 만든다고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인스타그램 때문인지 인과관계는 분명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출처=Unsplash

기본적으로 해당 연구에는 대조군이 없으며, 따라서 그 효과가 인스타그램 때문인지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페이스북 내부 문서에도 “이미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이 인스타그램에 대해 느끼는 점을 조사한 것”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당연히 그 연구는 무작위 통제실험이 아니며, 따라서 원래 우울한 이들이 인스타그램을 더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 간의 갈등처럼 우울증과 인스타그램의 사용을 모두 높이는 다른 변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는 최근 늘어나는 소셜미디어와 정신건강 사이의 연구 전반의 문제점을 짚습니다. 즉 언론에 언급되는 많은 연구가 신뢰성이 충분하지 못한 연구들이며, 엄격하게 통제된 연구를 보면 대체로 소셜미디어의 부정적인 효과는 다른 요인들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크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즉, 아직 우리는 소셜미디어가 정말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사실, 코로나 시기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던 수많은 10대 청소년들에게 소셜미디어가 부정적이기만 했겠느냐는 점도 지적합니다. 또 소셜미디어라는 쉬운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10대들이 겪고 있는 진짜 문제점을 가릴 가능성도 이야기합니다.

합리적 판단은 그만큼 어려운 것입니다. 앞서 크라우스가 소개한 성인에 대한 연구도 이렇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죠. 곧 성형수술을 애초에 고려하는 이들이 검색을 위해 소셜미디어를 더 많이 사용하거나 아니면 외모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소셜미디어도 많이 사용하며 성형수술도 더 고려한다는 것이죠. (이 두 경우 모두 소셜미디어는 면죄부를 받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10월 13일, 뉴욕타임스의 IT 담당기자 파라드 만주는 이를 흥미로운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그는 이 문제가 우리가 쉽게 가질 수 있는 태도인 도덕적 공황(Moral Panic) 문제에 먹혀버렸다고 이야기합니다.

만주가 이야기하는 도덕적 공황이란 인간이 새로운 문물에 대해 갖게 되는 손쉬운 태도이자, 바로 그 때문에 생겨나는 오류입니다. 과거의 만화책, 텔레비전, 록 음악, 랩, 디스코, 비디오 게임, 그리고 흑인 영어와 정치적 올바름 또한 이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많은 사람이 도덕적 공황을 느끼고 무조건 거부했던 사례에 해당합니다.

이어 만주는 소셜미디어 사용 연령을 13세에서 17세로 높이자고 제안한 프랜시스 하우건의 제안과 해당 연구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로렌스 스타인버그의 지적을 이야기합니다. 자신 또한 IT 전문가로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를 금지하는 법안에 솔직히 매우 끌리지만, 동시에 이런 식으로 소셜미디어를 금지하면 결국, 엘비스 프레슬리는 너무 시끄럽고 문란한 음악이라며 듣지 못하게 하던 예전의 완고한 부모의 태도와 별반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결국 그의 답은 자신도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허용과 금지에는 각각 비용이 따릅니다. 정확한 비용은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정산할 수 있으며, 그런 연구에도 또 비용이 들지요. 아마 그런 것이 인류의 조건이며, 그런 조건 하에서 그래도 조금씩이나마 전진한 결과가 지금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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