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의 페이스북 파일 보도를 가능케 한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건(Frances Haugen)이 베일을 벗고 대중 앞에 섰습니다. 하우건은 5일 미국 상원 통상·과학·교통위원회 산하 소비자보호·제품안전·데이터보안 소위원회 청문회에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자격으로 출석했습니다.
프랜시스 하우건 개인 블로그에 영상과 스크립트가 올라와 있습니다. 발언 전체를 옮겼습니다. CBS의 시사 프로그램 60 Minutes, 월스트리트저널 팟캐스트에서는 좀 더 길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블루멘탈 위원장님, 블랙번 부위원장님, 그리고 소위원회 위원으로 계신 의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저를 증인으로 불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 이름은 프랜시스 하우건입니다. 저는 페이스북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입사할 때만 해도 페이스북은 우리가 가진 훌륭한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가 오늘 이 자리에 나오게 된 건 페이스북이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고,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플랫폼이라는 걸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회사의 경영진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더 안전하고 유익한 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방법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은 건 페이스북이 사람들의 안전, 안위보다 회사의 성장, 이윤을 늘 우선시했기 때문입니다. 의회와 시민사회의 도움 없이 페이스북은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겁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어제(4일) 한동안 페이스북에 접속이 되지 않았죠. 저도 접속이 안 된 정확한 이유는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페이스북이 먹통이 된 5시간은 분열을 부추기고, 민주주의의 토대를 뒤흔들며, 여성 청소년과 젊은 여성에게 자기 몸을 혐오하게 만드는 해로운 플랫폼에서 자유롭던 5시간이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페이스북이 없으면 고객과 연락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수많은 중소기업은 발을 동동 굴렀을 테고, 사랑스러운 아기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는 기쁨도 5시간 동안 누릴 수 없었죠. 저는 페이스북이 가진 잠재력을 믿습니다. 우리는 훨씬 더 나은 소셜미디어를 누릴 수 있습니다. 지금의 페이스북처럼 민주주의를 위협하거나 아이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전 세계적인 인종 폭력의 도구로 쓰이지 않으면서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좋은 소셜미디어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2006년부터 빅테크 기업에서 제품 담당자(PM, product manager)로 일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일하기 전엔 구글(Google), 핀터레스트(Pinterest), 옐프(Yelp)에서 일했습니다. 저는 주로 알고리듬 기반 제품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구글플러스 검색(Google+ Search) 같은 제품과 페이스북 뉴스피드의 기반이 되는 추천 알고리듬입니다. 소셜네트워크 회사 네 곳에서 일한 경험 덕분에 저는 소셜미디어가 당면한 문제가 얼마나 복잡하고 또 미묘한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복잡한 상황을 인정하더라도 페이스북이 내부적으로 내린 결정들은 하나같이 끔찍했습니다. 특히 우리 아이들과 공공의 안전, 프라이버시, 그리고 우리의 민주주의에 해가 되는 결정을 끊임없이 내리는 페이스북을 보며, 우리가 반드시 페이스북에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페이스북에서 가짜뉴스를 감지해 확산을 막는 일과 외국 정부나 세력의 스파이 행위를 막는 일을 했습니다. 페이스북은 회사의 이윤과 시민 모두의 안전이 충돌하는 상황을 끝없이 맞닥뜨렸고, 그때마다 어김없이 회사의 이윤을 좇았습니다. 그로 인해 시민사회와 공동체가 떠안아야 할 비용이 얼마든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더 갈라졌고, 서로 해치려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거짓말과 위협, 내분이 난무하게 됐습니다. 위험한 거짓말과 모의는 온라인에 머물지 않고 오프라인으로 분출돼 실제로 사람을 죽이기도 했습니다.
이건 소셜미디어 사용자 일부가 가짜뉴스를 제대로 가려내지 못해 쉽게 분노하거나 불안정한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또 분열과 거짓말 때문에 특정 진영이 극단적인 성향을 띠는 문제도 아닙니다. 그보다 오로지 페이스북의 이윤과 성장만이 선택의 기준이 되는 페이스북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페이스북은 시민사회의 안전을 담보로 이윤을 쌓아 올려 1조 달러 규모의 거대 기업이 됐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저는 외면할 수 없는 참담한 진실과 마주했습니다. 페이스북 밖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페이스북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모릅니다. 페이스북은 일부러 중요한 정보를 대중과 미국 정부, 또 다른 나라 정부들에 알리지 않고 내부에 숨겨 왔습니다. 제가 의회에 건넨 페이스북의 자료들은 페이스북이 아이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인공지능 시스템의 영향력, 분열을 조장하는 극단적인 메시지의 확산을 방조하고 오히려 부추기는 데 페이스북이 한 역할에 관해 페이스북이 자체 연구를 통해 내부적으로 이미 알고 있던, 하지만 밖에는 끝내 감추려 했던 불편한 진실들을 담은 자료입니다. 제가 용기를 낸 이유는 모든 사람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이 초래한 위기는 너무 심각하고 중대해서 기존의 규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페이스북은 기존의 통신품위법 230조만 적당히 손 보면 개인정보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는 환상을 모두에게 심으려 무던히 노력해 왔습니다. 중요한 건 통신품위법 230조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문제는 페이스북이 지금껏 내려온 결정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그 피해가 얼마나 막심할지 페이스북 말고는 아무도 잘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이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소셜미디어가 완전히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지금처럼 음지에서 비밀리에 운영되는 한 페이스북은 계속해서 공공의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관한 자체 연구 결과 등 내부 정보를 숨기려 할 것입니다.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지려 하지 않을 것이고요. 인센티브를 바꾸지 않는 한 페이스북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그냥 이대로 두면 페이스북은 공익, 우리 모두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계속 내릴 겁니다.
담배회사들이 모두의 건강에 끼치는 해악을 숨기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정부는 나서서 제재를 가했습니다. 안전벨트만 잘 매면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도 정부는 나서서 법을 고쳤습니다. 아편 성분의 진통제(opioid) 중독 문제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데이터가 쌓였을 때도 정부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지금 페이스북의 상황도 정부와 규제 당국, 의회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오늘날 페이스북은 우리가 보고 듣는 정보를 고르고 통제합니다. 우리의 세계관이 페이스북의 영향에서 자유롭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페이스북을 안 하는 사람도 그 사람이 만나고 교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페이스북을 하므로 마찬가지로 영향을 받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가치관, 사고방식, 감정과 행동에 이토록 깊은 영향을 미치는 회사를 제대로 감독할 장치가 없다는 건 큰 문제입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구축한 폐쇄적인 생태계는 제대로 된 감독을 거부해 왔습니다. 그래서 지금 페이스북이 당신의 감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당신을 통제하고 있는지 페이스북 말고는 누구도 정확히 모릅니다. 구글 같은 다른 빅테크 기업과 비교해봐도 이 점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즉, 독립적인 연구자는 누구나 구글의 검색 결과를 내려받고 공개된 알고리듬을 분석해 연구를 진행하고 잘못된 점을 발견하면 이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알고리듬 자체를 꼭꼭 숨겨놓았습니다. 연구자는 물론이고 규제 당국도 페이스북이 정확히 어떻게 운영되는지 파악하고 이해할 길이 없습니다. 페이스북은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데이터를 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는 명백한 거짓말입니다.
담배회사가 필터 담배가 소비자의 안전을 지켜줄 거라고 주장했을 때 과학자들은 그 주장이 맞는지 틀렸는지 독립적으로 검증해볼 수 있었습니다. 검증 결과 필터가 오히려 흡연자의 건강에 더 나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죠. 그러나 우리 가운데 누구도 페이스북의 주장을 검증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페이스북이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죠. 선의를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만, 그 결과가 지난 몇 년간 우리 앞에 나타난 일들입니다. 단지 데이터를 숨기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아이들의 건강,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진실을 알면서도 진실을 덮고 거짓말로 대중을 오도했습니다. 그 결과 페이스북의 선의를 믿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습니다.
규제 당국은 특히 페이스북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확인할 수 없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페이스북의 선의를 절대로 믿어줘선 안 됩니다. 이는 마치 국토교통부가 고속도로 CCTV만 대충 보면서 자동차와 도로 안전을 규제하는 거나 다름없을 겁니다. 지금 페이스북을 규제해야 할 여러 부처, 기관 가운데 어떻게 해야 페이스북이 야기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확실한 해법을 마련해둔 곳은 아마 없을 겁니다. 이 또한 페이스북이 그간 데이터를 철저히 숨기고, 정부와 시민사회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게 막아온 결과입니다. 페이스북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 길이 없으니, 페이스북이 공익과 회사의 이윤이 충돌하는 어느 지점에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반드시 바꿔내야 합니다.
페이스북은 어떻게든 지금 이 문제를 풀 길이 없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로 그려내려 할 겁니다. 엉뚱한 선택지를 들이밀며 대중을 또 한 번 오도하려 할 겁니다. 지금과 같은 가짜뉴스, 분열을 조장하는 음모론은 미국 건국의 초석과도 같은 가장 중요한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필요악 같은 거라고 말할 겁니다. 공공이 페이스북을 감독하게 되면 당신의 개인정보도 모두에게 노출되는 수밖에 없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할 겁니다. 오랜 친구, 사랑하는 자녀들과 보낸 행복한 한때를 담은 사진을 자유롭게 올리고 공유하려면 가끔 보이는 분노와 편협한 메시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할 겁니다.
저는 오늘 페이스북의 그런 주장이 전부 다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조목조목 입증하기 위해 청문회에 나섰습니다. 지금 이 문제는 풀 수 있습니다. 오히려 명백한 해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더 안전하고, 언론의 자유를 충분히 존중하면서도 더 즐겁고 해롭지 않은 소셜미디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 가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노력하면 페이스북을 바꿀 수 있지만, 페이스북이 스스로 바뀌도록 기다려주는 건 소용없는 일입니다. 페이스북은 스스로 변화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지금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페이스북은 갈수록 점점 더 극단적인 메시지만 난무하는 분열과 폭력의 플랫폼이 되고 말 겁니다. 미얀마와 에티오피아에서 일어난 일이 이 끔찍한 재앙의 시작이 되어선 안 됩니다. 여기서 멈추도록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의회에는 막강한 권한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반드시 지키고 따라야 하는 법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의 룰을 바꾸면 페이스북이 일으킨 많은 문제를 풀고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페이스북이 일으킨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의원님들과 증권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규제 당국이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고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큰 위험을 무릅쓰는 일임에도 아직 시간이 있다고 믿었기에 내부고발자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다시 한번 여러 의원님을 비롯한 여러분 모두에게 행동에 나서 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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