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제2의 일론 머스크가 되려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과연 누가 넥스트 테슬라가 될 수 있을까요?
디아토(Diatto), 헙모빌(Hupmobile), 머서(Mercer), 윗락(Whitlock), 한 시대를 풍미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자동차 제조사들입니다. 1910년대 미국의 완성차 업체는 250개에 달했습니다. 20세기의 치열한 경쟁 끝에 3개 메이저 기업만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100년 전 자동차 산업의 붐이 또 한 번 펼쳐졌습니다. 이번 라운드는 전기차 경쟁입니다.
중국의 전기차 기업 아이웨이즈(Aiways), 리오토(Li Auto), 니오(Nio), WM 모터(WM Motor), 샤오펑(Xpeng)은 이미 수천 대의 전기차 양산에 돌입했습니다. 크로아티아의 리막(Rimac), 스페인의 히스파노 수이자(Hispano Suiza)는 슈퍼카보다 더 뛰어난 초고성능 하이퍼카를 예고했으며, 영국의 어라이벌(Arrival)은 상업용 전기 밴 생산에 나섰습니다. 카누(Canoo), 피스커(Fisker), 로드스타운(Lordstown), 루시드(Lucid), 리비안(Rivian)을 비롯한 미국의 전기차 기업도 곧 대량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플의 아이폰을 제작하는 대만의 위탁 생산업체 폭스콘(Foxconn)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지도 모릅니다. 애플의 차세대 제품은 자율주행 전기차인 아이카(iCar)가 될 것이라는 소식이 파다합니다.
신생 기업 대부분은 아직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매출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도기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전기 배터리와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테슬라의 뒤를 따르고 싶어 하죠. 테슬라는 이 과정에서 세계 최대의 기업 가치를 자랑하는 자동차 회사가 됐습니다. 현재 테슬라는 3대 메이저 완성차 업체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컨설팅 기업 이앤코(e&Co)의 엥겔베르트 위머(Engelbert Willer)는 테슬라의 시가총액 6,000억 달러(700조 원)가 시장에 불을 붙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제 투자자들은 제2의 테슬라를 찾는 데 혈안이 됐습니다. 중국의 전기차 기업 니오는 2018년 뉴욕 증시에 상장했고, 샤오펑과 리오토는 지난해 미국 증시에 입성했습니다. 이 기업들은 기존의 메이저 자동차 업체와 맞먹는, 또는 그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어라이벌과 몇몇 미국 기업은 기업인수목적회사인 스팩(SPAC)과 합병을 통해 상장해 수십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기록했습니다. 투자은행인 링컨 인터내셔널(Lincoln International)의 패트릭 폰 헤르츠(Patrick von Herz)는 이런 상황을 글로벌 광풍이라고 부릅니다. 샤오펑의 창업자 허샤오펑(He Xiaopeng)은 전기차 기업이 300개까지 불어났다가, 경쟁을 거쳐 10여 개로 정리되리라 전망했습니다. 과연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신생 전기차 업체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3가지 단계를 무사히 넘겨야 합니다. 우선 치열한 경쟁을 뚫고 파고 들 수 있는 틈새시장을 찾아야 합니다. 두 번째로 양산 체제를 갖춰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판매, 유통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대부분 기업이 이 3가지 중 하나 이상의 단계에서 실패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테슬라의 성공을 뒤따를 가장 유력한 회사는 테슬라와 닮은 점을 찾기 어려운 아예 다른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일지도 모릅니다.
적합한 시장을 선택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입니다. 여기서 시장이란 국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Jefferies)의 필립 후코이(Philippe Houchois)는 넥스트 테슬라가 중국에서 나타나리라 전망합니다. 중국의 소비자들은 새로운 기술에 열광하고, 중국 정부는 자국의 전기차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신생 전기차 업체 니오는 지난해 44,000대의 자동차를 생산했습니다. 니오의 기업가치는 현재 690억 달러(81조 원)에 달합니다. 샤오펑과 리오토도 각각 280억 달러(33조 원), 220억 달러(26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국내외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샤오펑은 유럽에서 전기차 침투율이 가장 높은 노르웨이 시장에서 전기차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니오도 곧 노르웨이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전기차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리적 시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차종입니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테슬라는 전기차를 처음 만든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고가의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는 값비싼 고급 전기차를 판매한 최초의 기업이라는 점이 테슬라의 성공 비결이었습니다. 다수의 신생 업체들은 수익률이 높은 프리미엄 SUV와 고급 세단 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Mercedes)는 물론, 폭스바겐(Volkswagen) 그룹의 아우디(Audi)와 포르쉐(Porsche) 같은 기존 강자들도 전기차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중국의 지리(Geely) 자동차는 고급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Zeekr)를 출시했습니다. 대중차 시장에서는 GM과 포드(Ford)가 전기차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부문에 진출하는 것이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상업용 경차입니다. 팬데믹 이후 인터넷 쇼핑 붐이 일어나면서 상업용 밴의 수요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시장조사 업체인 인터액트 애널리시스(Interact Analysis)의 알래스테어 헤이필드(Alastair Hayfield)는 배달용 전기밴 시장에 아직 테슬라와 같은 지배적인 업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강조합니다.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내연기관 차종에 전기차 파워 트레인을 장착했지만, 이런 구조로는 전기차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습니다. 어라이벌이나 리비안을 비롯한 신생 전기차 업체는 바로 이 지점을 노리고 전기밴, 픽업트럭 시장에 진출하려 합니다. 또 다른 틈새시장은 초고성능 하이퍼카입니다. 차를 사랑하는 부유층은 럭셔리카에 200만 달러(23억 원)를 기꺼이 지불합니다. 이탈리아의 럭셔리카 브랜드인 리막(Rimac)과 피닌파리나(Pininfarina)는 하이퍼카를 전기차 기술의 테스트 베드로 여기고 있습니다. 중국의 실크 전기차(Silk ev)도 최근 홍치 s9(Hongqi s9) 하이브리드를 출시했습니다.
그러나 차종 선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샤오펑의 브라이언 구(Brian Gu) 회장은 신생 기업이 기존 자동차와 완전히 다른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루시드를 이끄는 피터 롤린슨(Peter Rawlinson)은 지난 수년 동안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는 기술 경쟁”이라는 점을 놓치고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자동차가 점점 개인용 전자기기처럼 변하면서, 전기차 기업들은 무엇보다 테크 기업이 되어야 합니다. 자동차 생산은 그다음입니다. 폭스콘(Foxconn)의 영 리우(Young Liu) 회장은 미래의 자동차와 운전 경험에서 “핵심은 소프트웨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가트너(Gatner)의 페드로 파체코(Pedro Pacheco)는 투자자들도 전기차 기업이 기술 혁신과 지적 재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중국 스타트업이 테슬라를 모방해 전기차 파워 트레인에 대형 터치스크린을 부착하는 것만으로는 아직 한참 모자랍니다. 테슬라의 핵심 경쟁력은 단지 하드웨어가 아닙니다. 하드웨어 교체 없이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로 차량의 성능을 개선하고, 독점적 충전 네트워크와 온라인 직접 판매망을 구축한 것입니다.
신생 업체들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루시드의 연구진은 517 마일(832km)을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했습니다. 니오는 배터리를 오랫동안 충전하는 대신 다 쓴 배터리를 3분 만에 교체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샤오펑은 음성인식 시스템이 업계 최고라고 자랑합니다. 피스커와 카누는 차량을 판매하는 대신 구독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결국 소비자들이 최종 승자를 결정할 것입니다. 소비자는 자신들이 원하는 기술에 지갑을 열 것입니다. 그러나 새 모델을 생산해 판매하기 전까지는 어떤 기업이 승리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일 년에 수천 대의 차량을 생산하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설비 투자와 생산 과정에서 큰 비용이 소요됩니다. 테슬라도 “생산 지옥(Production hell)”에 빠져 거의 파산할뻔 했습니다. 전기차가 전자기기와 비슷하고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해도, 전기차 생산을 위한 거대한 프레스, 도색 공정, 조립 라인은 기본입니다. 투자 기업인 번스타인(Bernstein)은 전기차 양산은 가솔린차와 비슷하며, 생산 비용이 절대 낮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연간 10만 대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최소 10억 달러(1조 2천억 원)가 필요합니다.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신생 기업은 기존 자동차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개조하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캘리포니아의 프리몬트 공장에서 했던 방식입니다. 리비안은 미쓰비시 자동차로부터 매입한 일리노이 공장을 개조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기업들은 자동차 생산 경험과 부품 공급망을 보유한 기존의 완성차 업체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바이두는 지리자동차와 협력하고 있으며, 화웨이는 베이징자동차 그룹(baic), 장안자동차(Changan), 광저우자동차 그룹(gac)과 손을 잡았습니다.
영국의 스타트업인 어라이벌의 접근법은 독특합니다. 테슬라와 다른 업체들이 대량 생산을 위한 “기가”를 외치는 반면, 어라이벌은 “마이크로”를 추구합니다. 어라이벌이 판매하려는 영업용 차량은 승용차에 필요한 스타일링이나 고객 맞춤형 옵션이 없기 때문에 어라이벌의 공장에서는 컨베이어 벨트 대신 셀에서 개별 조립 생산이 이뤄집니다. 이를 통해 생산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어라이벌의 방식으로 생산 설비를 구입하고 개조하기 위해서는 4천만~5천만 달러(470억 원~590억 원)만 필요합니다. 투자금은 적지만 1년에 1만 대에 달하는 차량을 시장 근처에서 생산할 수 있습니다. 낮은 리스크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죠.
마지막 단계는 자동차 판매입니다. 신생 업체는 전통적인 딜러망보다 테슬라와 유사한 온라인 판매를 선호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서비스 네트워크는 꼭 필요합니다. 자동차 소비자들이 접근성이 높고 편리한 서비스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대규모로 구축하는 것은 생산설비만큼 복잡할 뿐만 아니라 돈이 많이 듭니다. 가트너의 파체코 컨설턴트는 아직 테슬라도 서비스망을 완전히 구축하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디트로이트의 빅3 자동차 회사(GM, 포드, 크라이슬러)만이 차량 서비스를 위한 1만 개에 가까운 대리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테슬라의 대리점 숫자는 135개에 불과합니다.
신생 기업 중 앞서 언급한 세 가지 허들을 넘어 성공하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일부는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진공청소기로 유명한 영국 기업인 다이슨(Dyson)은 전기차 진출을 선언하고 5억 파운드(8천억 원)를 쏟아부었지만, 결국 전기차 사업을 접었습니다. 같은 해 니오는 중국 허베이성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가까스로 파산 위험에서 벗어났습니다. 중국의 무수히 많은 소규모 전기차 스타트업이 아이디어와 자금이 바닥나 사라져 갔습니다. 피스커는 2013년 파산 선고를 받았다가 2016년 다시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거꾸로 가는 전기차 산업
꿈을 먹고 자란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자동차 제조라는 복잡한 현실에 부딪히면서 전기차 기업에 대한 투자 광풍도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로드스타운의 기업가치는 지난 2월 정점을 찍었지만, 생산 대수 전망이 줄어들고 신규 자금이 필요하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65%나 폭락했습니다. 카누의 주가는 지난 12월 상장 당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아카시 아로라(Aakash Arora)는 신생 기업들이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직은 테슬라만이 성공한 미션입니다. 자본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릴 수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제품으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는 것은 몇 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신생 기업은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풍부한 자금, 혁신적 기술을 갖춰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기업이 바로 애플(Apple)입니다. 애플은 몇 년 동안 전기차를 개발해 왔습니다. 애플 전기차에 대한 가장 최근의 소식은 2020년대 중반부터 제작에 착수한다는 것입니다. 애플카가 출시되면 되면 상당수의 전기차 기업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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