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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자유무역협정 RCEP 체결, 수혜국은 어디일까?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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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진영에서는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RCEP을 주도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단편적인 평가입니다.

지난 11월 15일 아시아, 태평양 15개국이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합의하면서 8년간의 긴 협상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RCEP은 가장 최근에 체결된 세계 최대 FTA입니다. 하지만 협정의 수준 자체는 높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FTA보다 관세 철폐 항목이 적고, 이마저도 일부 품목에서 20년의 유예기간을 두었습니다. 서비스 산업 분야와 농업 분야의 개방도 미흡합니다. 인도는 협상에서 빠졌습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참여국들은 이번 협정 체결에 일제히 환호했습니다.

RCEP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 호주, 중국, 일본, 뉴질랜드, 한국 간에 맺은 기존의 다양한 무역협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수준에서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협정으로 새로운 대규모 개방이 일어나고 교역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2019년 RCEP 가입국 간 전체 교역 규모 2조 3천억 달러(2,541조 원) 가운데 83%가 기존 무역협정을 활용해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효과가 거의 없다고 깎아내릴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중국과 한국은 일본과 체결한 첫 번째 FTA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영향이 크죠. 미국의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의 피터 패트리 (Peter Petri) 교수와 존스 홉킨스(Johns Hopkins University) 대학의 마이클 플러머(Michael Plummer) 교수는 RCEP의 가장 큰 수혜국으로 일본과 한국을 지목했습니다. RCEP 체결로 2030년까지 양국의 실질소득이 1% 높아질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RCEP의 가장 큰 이점은 가입국 간 원산지 기준을 통일한 것입니다. 원산지 기준이란 특정 제품이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국 생산 부가가치 비중을 뜻합니다. 아세안은 이미 중국, 한국, 일본과 양자 FTA를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각 나라와 맺은 FTA마다 원산지 기준이 상이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 수출하는지에 따라 커피잔의 관세 혜택 여부가 달라집니다. RCEP 체결로 이러한 상이한 원산지 규정이 단일화됩니다. 기업이 하나의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면 모든 나라에서 동일하게 관세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죠. RCEP에서는 다수의 품목이 자국 부가가치 40%를 넘을 경우 관세 인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편 아시아의 참여국은 이번 협정이 중국 주도로 진행됐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아세안이 이번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RCEP 체결이 중국에 이익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중국은 이웃 나라들이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에 서명하는 것을 불안하게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미국이 주도한 TPP는 국영 기업을 옥죄고 노동, 환경 기준에 관한 규정을 포함했기 때문에 중국은 가입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중국은 RCEP 체결로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번역자 주: 2015년 12개국이 참여한 TPP가 타결됐습니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외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사흘 만에 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결국 좌초했습니다)

참여국들은 RCEP이 갑작스러운 무역 제한조치를 이겨낼 수 있는 새롭고 경쟁력 있는 생산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이 탄탄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으로 G20 국가들이 교류와 무역을 제한하면서 이 지역의 공급망이 쉽게 와해할 수 있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기 때문이죠.

그러나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RCEP 가입국 간 교역이 늘고 공급망이 확대될수록 비가입국과 이뤄졌던 교역과 공급망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경쟁, 국영 기업, 제품 표준에 대한 확실한 규정이 있었다면 이러한 비판을 잠재울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RCEP 가입국 간 경제 발전 수준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이런 분야의 합의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의 예측이 일부라도 실현되려면 서명한 국가들이 협정을 비준해야 합니다. 아시아무역센터(Asian Trade Centre)의 데보라 엘름스(Deborah Elms) 소장은 2022년 1월이 돼야 모든 나라의 비준이 끝날 것이라 예상합니다. 인도가 추가로 RCEP에 들어오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인도는 중국산 수입품이 자국 산업을 붕괴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협상에서 탈퇴했습니다. 이번 RECP 체결로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다시 관심을 둘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그러나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당장 과감한 무역 이니셔티브를 주도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계속 지켜볼 것입니다.

 

번역자 주: 이번에 번역한 기사 외에도 RCEP 체결 직후 이코노미스트지에서 RCEP의 의미와 영향을 다뤘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해당 기사와 주요 내용을 번역한 연합뉴스 기사 링크입니다.

이코노미스트 기사

연합뉴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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