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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를 흔드는 밀레니얼 투자자의 등장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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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로빈후드(증권거래 앱)와 틱톡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밀레니얼 투자자의 모습을 한번 떠올려봅시다. 당신은 틱톡의 투자 채널을 운영하는 아마추어 트레이더인 빈센트 이안토마시(Vincent Iantomasi)의 모습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십대 래퍼 릴 모시(Lil Mosey)의 힙합 “Blueberry Faygo”가 흘러나오는 틱톡 영상에서, 이안토마시는 대박을 꿈꾸는 투자자들에게 고위험 레버리지 ETF인 “SPXL” 투자를 권유합니다. 소셜미디어 레딧(Reddit)의 투자 커뮤니티인 “R/Wallstreetbets”의 사용자를 밀레니얼 투자자로 상상할 수도 있습니다. 이 투자자는 전 재산을 테슬라 주식에 ‘단타’ 투자하고, 게시판에 스크린샷을 올려 투자수익을 인증합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밀레니얼 투자자들은 금융에 대한 전문성 없이 단기 차익을 노리는 도박꾼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았습니다. 주식시장이 급등하면서 스마트폰 투자 앱으로 손쉬운 단타 거래가 급속히 늘어났기 때문이죠. 하지만 부정적인 인식을 떼놓고 보면 투자 자산의 소유 흐름이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1981~1996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의 전체 자산은 아직 많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미국에서 9조 1천억 달러(1경 250조 원)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 규모는 전체 자산의 7%에 불과하며 베이비붐 세대가 비슷한 나이에 보유했던 26%보다 한참 적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의 저축과 상속이 늘어나면서 자산 보유 비중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더욱이 기술과 연금 정책의 변화에 따라 자산을 스스로 관리하는 능력이 부모 세대보다 훨씬 발전했습니다. 이들이 투자시장과 투자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는 상속이나 노동을 통해 자산을 늘립니다. 아직 밀레니얼 세대의 일부는 학생이지만,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한 인원만으로 미국 전체 노동인구의 1/3 이상을 차지합니다. 미국 노동인구 중 가장 큰 연령 집단이죠.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Bank of America Merrill Lynch)는 앞으로 부모 세대가 은퇴하고 더 많은 밀레니얼 세대가 노동시장에 유입되면서, 2030년에는 전 세계 노동인구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75%까지 늘어나리라 전망합니다.

상속에 따라 부의 이전 속도가 더 빨라질 것입니다. 대부분의 부유한 나라에서 베이비붐 세대와 그들의 자녀들은 다른 세대보다 숫자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자녀 중 다수가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미국에서 5년마다 상속되는 금융자산 규모는 1조 3천억 달러(1,460조 원)에 달합니다. 전체 주식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죠. 앞으로 부의 이전 속도는 더 빨라져 2036년~2040년이 되면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리서치 회사인 세룰리 어소시에이츠(Cerulli Associates)는 2042년까지 밀레니얼 세대가 22조 달러(2경 4,800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상속받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 세대의 투자 방식을 답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부모 세대와 다르게 자산을 스스로 관리하면서 때로는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연금 시스템의 구조 개편과 기술의 발전이라는 두 가지 요인 때문입니다. 우선, 연금의 변화를 살펴봅시다. 1970년대 연금에 가입한 사람들은 사전에 확정된 연금 급여를 받습니다. 은퇴 이전 연봉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정해진 금액을 연금으로 수령하기 때문에 자산운용사가 자신이 납입한 기여금을 어디에 투자하는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1978년 내국세입법을 개정하면서 시행한 퇴직연금 401k 제도는 납부하는 금액이 정해져 있는 고정 기여금 제도입니다. 자산운용사가 자신의 기여금을 어느 자산에 투자하는지에 따라 퇴직 후 받는 연금 급여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산 운용의 수익이 매우 중요합니다. 직장인들은 어떤 투자회사가 자신의 기여금을 운용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회사를 직접 선택하기도 합니다. 1995년부터는 이러한 확정 기여형 연금의 보유 자산이 확정 급여형 연금 규모를 넘어섰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직장 연금의 투자를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신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채권에 직접 투자하기도 합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투자를 시작했을 때는 소수 투자회사의 뮤추얼펀드를 활용해야 했고, 이 회사들은 운용 명목으로 높은 수수료를 떼어 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자거래를 통해 훨씬 더 낮은 수수료로 주식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100달러(11만 2천 원)어치 주식을 매입하는 데 드는 수수료는 1975년에 6달러였지만, 오늘날에는 천분의 일 센트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2019년에는 수수료 무료를 내세운 증권 앱 로빈후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찰스슈왑(Charles Schwab), 이트레이드(E*Trade), 피델리티(Fidelity), 티디아메리트레이드(TD Ameritrade) 등 기존의 4대 온라인 증권사도 수수료를 없앴습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는 주식 중개인보다 모바일 앱을 더 신뢰할지도 모릅니다.

 

핀테크 회사들은 앞으로 밀레니얼 세대가 만들어 낼 엄청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로빈후드만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어떤 디지털 서비스라도 제대로 출시되기만 하면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 것입니다. 고객의 연령과 위험 선호도에 근거해 투자 자산을 인덱스 펀드에 자동 배분하는 “로보 어드바이저”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로보 어드바이저를 알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 5명 중 4명이 이 서비스를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분야 스타트업인 베터먼트(Betterment), 웰스프론트(Wealthfront)에 예치된 금액은 400억 달러(45조 원)에 달합니다. 베터먼트에 일부 중장년 고객이 있지만, 가입자의 평균 연령은 35세입니다. 로빈후드는 자사 플랫폼에 예치된 금액을 밝히지 않지만, 리서치 회사인 JMP 시큐리티스(JMP securities)는 계좌당 1,000달러(112만 원)~5,000달러(560만 원) 수준으로 추정합니다. 이 추정이 틀리지 않았다면 로빈후드 전체 계좌 1,300만 개의 보유 금액은 130억 달러(15조 원)~650억 달러(73조 원)나 됩니다.

기존의 대형 투자회사들은 새로운 흐름에 뒤처지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테크 기업과 스타트업 직원의 스톡옵션을 관리하는 금융 벤처기업인 솔리움캐피털(Solium)을 인수했습니다. 솔리움의 고객들이 잠재적으로 백만장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른 투자회사의 전망은 우울합니다. 컨설팅 회사인 엑센츄어(Accenture)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 고객들이 자산을 자손들에게 상속하면서 기존 자산운용사가 보유한 운용 자산이 1/3가량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결국 운용사들의 사업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죠.

 

과연 밀레니얼 세대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딜로이트(Deloitte)는 밀레니얼 세대의 기업 평가 기준이 다른 세대와 다르다고 분석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 중 87%는 기업의 성과를 측정할 때, 재무 실적 외에 다른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판단이 때로는 충동적 투자로 비치기도 합니다. 모건스탠리는 35세 이하 투자자들의 성향을 연구했습니다. 이들은 환경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평가하는 회사의 주식을 매각할 가능성이 다른 세대보다 2배나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물론 밀레니얼 세대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주택담보 대출을 받으면 투자에 더 냉철해지면서 부모 세대를 닮아갈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10여 년 동안 두 번의 경제위기를 겪은 밀레니얼 세대는 주주 자본주의를 뿌리에서부터 뒤흔들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우스갯소리가 될지 모르겠지만, 밀레니얼 투자자들은 언젠가 자산 관리방식, 그리고 어쩌면 경제 자체를 바꿀 것입니다.

male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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