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hael Shermer, American Scholar)
이 글을 쓰고 있는 2020년 여름, 나는 때로 이 세상이 마치 허먼 멜빌이 묘사한 소설 속 세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친 에이허브에게 흰 고래 모비딕은 모든 광기와 고통, 사물의 이면을 자극하는 것, 악의를 품고 있는 진실, 힘줄이 끊어지고 뇌가 구워지는 것, 삶과 생각에 존재하는 모든 미묘한 악, 그리고 순수한 악이 구체화, 의인화된 존재였으며 그럼에도 실제로 공격가능한 대상이었다. 그는 고래의 등에 인류가 아담 이래 느껴온 모든 분노와 증오를 쌓았으며, 마치 자신을 폭탄처럼 사용해 그의 뜨거운 심장을 그 위에 터뜨렸다.”
중환자실에서 코비드 19로 마지막 숨을 내쉬고 있는 가족에게 마지막 인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누가 광기와 고통을 느끼지 않을까? 몇 달 씩이나 고립되어 자신의 생각과 주장이 입막음을 당하고 사회적 활동에 제약을 당하는 상황에서 누가 힘줄이 끊어지고 뇌가 구워지는 경험을 하지 않을까?
우리가 먼 미래를 예상할수록 시야는 점점 더 흐려지고 불활실성의 안개는 짙어진다. 2030년에 2020년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30년 뒤인 2050년에는? 백년 뒤인 2120년에는? 베이지안 추론과 빅데이터 분석을 훈련받은 초예측자들이라 하더라도 5년 이상의 미래에 대해서는 그저 동전을 던지는 것 이상을 예측하지 못한다. 더구나 나는 초예측자도 아니다. 나는 지구의 미래를 예측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때, “역사의 교훈(The Lessons of History)”을 쓴 윌과 아리엘 듀란트가 쓴 서문이 떠올랐다. “이것은 위험한 작업이다. 오직 바보만이 수만년을 불확실한 결론을 가진 수백쪽으로 압축한다. 그럼 이제 그 일을 시작해 보겠다.”
전시대와 후시대(The Before Time and the After Time)
1966년 방영된 스타트렉의 “미리(Miri)” 에피소드에서 아직 어린 소녀인 주인공 미리는 당황한 커크 선장에게 자신의 행성에서 모든 어른들은 죽었으며, 아이들만 남았다고 말한다. “전시대(Before Time)에 어른들은 아프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숨었고, 그들은 모두 죽었어요.” 전시대(Before Time)의 어원을 추적한 언어학자 벤 짐머는 이 단어가 종종 전염병이 돌기 전의 세상을 가리키며 킹제임스 버전의 사무엘서에 나올 정도로 오래된 단어라고 말한다. “전시대(Beforetime) 이스라엘에서는 하나님에게 물어볼 것이 있을때 선견자(seer)가 직접 가서 물었고, 우리는 그에게 들었다. 오늘날 예언자라 부르는 이들을 이전에는 선견자(seer)라 불렀다.” 아틀란틱의 칼럼니스트 마리나 코렌은 코비드 19가 이 오래된 용어를 되살렸다고 말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국을 휩쓸기 전의 세상에 대한 그리움이 사람들이 ‘전시대(Before Time)’라 부르는 그 시기를 마치 오래된 과거처럼 느끼게 만든다.”
‘전시대’가 묵시론적 세상의 이전을 의미한다면, 묵시론적 시대가 끝난 다음을 예언하는 “후시대(After Time)”란 용어도 있을 것이다. 묵시론적(apocalyptic)이라는 말은 종종 세상이 완전히 파괴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 단어에 해당하는 그리스어의 원래 의미는 “계시하다(revelation)”, 혹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밝혀내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지금 이 시기가 우리에게 무엇을 밝혀줄 것인지를, 그러한 예측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제거함으로써 알아보려 한다. 그 이유란 요기 베라가 “예측은 어렵다. 특히 미래에 대해서는”이라고 말한 이유일 것이다. 여기 네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가용성 휴리스틱이라는 것으로,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들, 특히 우리가 감정적으로 익숙하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미래의 확률을 예측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비행기 사고 이야기를 자주 들음으로써 비행기 사고로 죽을 확률을 높게 예측하는 오류가 여기에 속한다. 두번째는 부정 편향이라는 것으로 보상보다는 위험에, 긍정적 자극보다는 부정적 자극에 더 민감한 것을 말한다. 세번째는 필립 테틀록과 댄 가드너가 쓴 “초예측(Superforecasting)”에서 이야기한 것으로, 대부분의 소위 전문가들 또한 그들의 미래 예측이 맞았는지를 확인했을 때 원숭이가 다트를 던지는 것과 다름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그들이 자신의 예측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서 (이는 확증 편향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자신을 과신하였고, 과학적 치장에도 불구하고 실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온갖 인지적 편향과 착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네번째는 어쩌면 미래를 예측하는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이 세상이 고도로 우발적인 동시에 혼돈의 상태라는 것이다. 특정한 역사의 변곡점에서 아주 작고 우연한 사건이 전체 역사의 방향을 돌릴 수 있으며 이는 사실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문제는 위의 요소들이 우리로 하여금 2020년의 시대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데 영향을 줄 것인지일 것이다. 코비드-19는 인류를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끌고 갈만큼 강력한 것일까? 아니면 이번 일도 늘 그랬던 것처럼 역사의 파도에 씻겨져 사라질까?
인류가 얻어낸 대부분의 유익한 사회 변화는 폭력 혁명이나 파괴적 격변이 아니라 기존의 제도에 기반한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이루어졌다. 2015년 출간한 “도덕의 궤적(The Moral Arc)”에서 나는 정치와 경제, 시민권과 범죄 정의, 전쟁과 예절, 통치와 폭력범죄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에서 진보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조사했다. 거의 모든 경우, 점진적이고 체계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 더 안전하고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데 월등히 성공적인 접근이었다. 이런 흐름이 이 코로나 시대와 그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한 번 그 답을 알아보자.
코비드-19에 대한 초예측
최고의 예측능력을 가진 앤서니 파우치(미 국립보건원 전염병 연구소 소장을 36년째 맡고 있는 코로나 최고 권위자 – 역자 주)도 이 전염병이 어떻게 끝날지는 알지 못한다. 우선 바이러스가 어떻게 진화할지, 곧 덜 치명적인 변이가 나타날지, 아니면 (가능성은 낮지만) 더 치사율이 높은 변이가 나타날지가 중요하다. 아직은 2019년 12월 처음 발견된 형태에서 유전적으로 많은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는 백신 개발의 측면에서 좋은 소식이다. 사망률 또한 낮아지고 있고, 이는 숙주를 너무 빨리 죽이지 않는 것이 바이러스에게도 유리하다는 점에서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이다. 사실 바이러스의 입장에서는 감염된 뒤에도 몇 주 동안은 증상을 나타내지 않게 하는 것이 최상이며, 실제로 지금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백신이 만약 개발되고 생산된다면, 그리고 12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수십억 명이 이 백신을 맞는다면, 낙관주의자들의 바램대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미래가 충분히 가능한 이유로는, 다수의 정부 기관과 공공기관, 사기업들이 이를 위해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HIV 처럼 여전히 사망률이 높으면서도 백신이 개발되지 못한 바이러스들이 있다. 독감 바이러스처럼 계속 변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매 번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야 하는 것들도 있다. 백신 반대자들 때문에 집단 면역의 수준에 이르지 못해, 바이러스가 계속 돌아다닐 가능성도 있다.
어떤 경우이건, SARS-CoV-2 혹은 코비드-19의 다른 변이들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되며, 이는 특정한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자연계에서 매우 특이한 일이기 때문이다. (천연두가 예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설사 코로나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진다 하더라도, 여전히 다른 치명적인 병을 옮기는, 어쩌면 코비드-19보다 더 치명적인 수많은 바이러스들이 있으며, 이는 우리가 이번 바이러스의 싸움과 무관하게, 미래의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까운 미래, 그리고 먼 미래에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경제와 산업
유사 이래 모든 위기가 그랬던 것처럼, 경제는 결국 회복될 것이다. 하지만 2조달러 이상이 새로 인쇄된 이상, 경제를 망가뜨릴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이 정도 규모의 부양책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몇 년이 걸릴 것이다. 그럼 결국 경제가 망가지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담 스미스는 미국의 독립이 영국의 경제를 망가뜨릴까 걱정하는 친구에게 이렇게 답했다. “그것 말고도 망할 이유는 많네.”
그러나 인플레이션에 이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지지 않더라도, 겨우 손익을 맞추던 산업들, 예를 들어 충분한 기부금이 없는 소규모 학교, 중소 규모의 종교시설, 소규모 신문사, 잡지사, 미디어 회사 그리고 문을 다시 열지 못하고 있는 백화점과 쇼핑몰은 어쩌면 완전히 문을 닫게 될지 모른다. 이는 많은 이들에게 힘든 일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때 그저 나쁜 일만은 아니다. 이는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 곧 새로운 산업이 자리를 잡기 위해 기존의 산업이 파괴되는 과정이 조금 급하게 일어나는 것일 수 있다.
아마존은 이미 새로운 시대가 주는 이익을 만끽하고 있다. 시장이 열리면 경쟁자가 들어오며, 우리는 월마트나 타겟과 같은 경쟁자들이 베조스의 제국에 틈을 내려 노력하는 것을 보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누군가가 어떤 창고에서 언젠가 다음 세대의 애플, 구글, 아마존이 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을지 누가 알 것인가. 독점이 오랜 시간 유지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한편, 버려진 백화점, 쇼핑몰, 그리고 다른 건물들은 창고, 피트니스 클럽, 병원, 박물관, 심지어 아파트 등으로 바뀔 수 있고 이미 그런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1950년대 이후 지어진 1,500개의 쇼핑몰 중 약 500개가 문을 닫았다. 그 중 60여개가 주거 및 사무실을 제공하는 건물로 리모델링 되었으며, 75개는 재개발이 진행되는 중이다. 콜로라도 레이크우드의 한 쇼핑몰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2000년 문을 닫은 이곳은 11,000 평 넓이의 공원이 포함된 22개 구역으로 나뉘어 개발되고 있으며 총 8,400평의 사무실과 2,000 명이 살 수 있는 아파트가 개발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는 쇼핑몰들은 이렇게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것이다.
앤드류 양이 지난 2020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주장하기 전까지, 보편적 기본소득은 그저 아이디어에 불과했다. 경선 때만 하더라도, 정부가 소득을 보전해주기 위해 수천만 명에게 수표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경선에서 떨어지고 몇 주 안되어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이번 재난지원금에 대한 경제적 분석 결과에 따라 이런 형태의 지원이 정부의 한 정책으로 자리잡게 될지 결정될 것이다.
여행 제한이 사라지고, 항공사들이 승객을 비용 효율적이면서도 안전하게 운송할 방법을 찾아낸다면, 지금 거의 사라진 사업적 목적의 여행은 다시 재개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 가상의 형태로 거의 모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당신을 구성하는 원자를 직접 이동시킬 필요가 있을까?
우리의 삶이 온라인으로 더 옮겨 가면서, 화상회의나 원격 의사소통과 같은 새로운 수요에 대한 거부감과 규제는 줄어들 것이다. 물론 어떤 영역들은 여전히 직접 얼굴을 보면서 이루어지겠지만, 계약과 법적 문서까지 원격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그런 영역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의사와 환자들 또한, 처음에는 필요에 의해, 나중에는 편리함에 의해 점점 더 원격 의료와 가상 현실 등의 온라인 도구로 옮겨갈 것이다. 평균 17분의 상담을 위해 의사가 있는 병원으로 차를 몰고 가 접수를 하고 긴 시간을 기다리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대부분의 치료는 원격으로 이루어질 수 없지만, 의사와 환자 사이 어느 쪽에서건 조금이라도 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쉽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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