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Christopher Mims )
미국과 중국의 기술 산업 중 일부 분야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어떤 분야는 사실상 분리돼 있습니다. 미국의 최근 조치는 양국 간 기술의 연결고리를 단절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과 미국은 타협할 수 없는 성격 차이로 갈라선 연인처럼 결별 과정에서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지도 모릅니다. 테크 기업을 둘러싸고 최근 벌어진 미-중 간 양육권 분쟁은 위협, 반박, 소송의 단계를 거쳤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일과 앞으로 일어날 일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나라의 기술에 의존하거나 사업을 하는 모든 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두 강대국 중 결국 어느 쪽이 승리할지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의 손실을 메울 수 있을 정도로 내수 시장을 확장해야 합니다. 나아가 남은 21세기 동안 중국이 현대적인 기술지배 감시국가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모든 기술과 시스템을 독립적으로 갖출 수 있을지가 중요하겠죠.
반면, 미국은 거대한 중국 시장을 잃는 타격을 받게 됩니다. 비록 중국이 산업을 완전히 자립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리겠지만,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낮출 것입니다. 다만, 인터넷 기업들에는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은 구글, 트위터, 유튜브, 넷플릭스, 위키피디아를 비롯한 서구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를 방화벽으로 차단했기 때문이죠.
미국도 금지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최근에는 네트워크 장비 분야 대기업인 화웨이(Huawei Technologies Co.), 바이트댄스(ByteDance Ltd.)의 글로벌 인기 앱인 틱톡, 텐센트(Tencent Holdings)의 위챗을 금지했습니다. 이 조치를 지지하는 입장은 경제적 보호주의보다는 국가 안보에 초점을 맞춥니다. 마이클 폼페이오(Michael Pompeo) 미 국무부 장관이 제안한 “클린 네트워크(Clean Network)”는 미국과 우방국들의 인터넷 인프라에서 중국산 앱, 중국 클라우드 업체는 물론, 중국의 통신사와 해저케이블까지 금지할 수 있습니다.
신미국안보센터(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에서 중국의 군사 전략과 혁신을 연구하는 엘사 카니아(Elsa Kania) 부연구위원은 다음과 같이 평가합니다. “중국의 잠재적인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조치들이 미국과 중국 경제 생태계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분리하려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양국 간 경제공동체를 해체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미국 경제와 혁신생태계가 입게 될 막대한 부수적 피해를 간과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산업에 따라 양국 간 기술분쟁이 미치는 영향은 천차만별입니다.
미국의 이니셔티브가 미-중 간 인터넷을 분할하려고 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중국 기업은 이미 국내와 해외 인터넷의 분할을 거의 끝마쳤습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금지명령을 받은 틱톡, 위챗을 운영하는 중국의 두 기업 사례에서 확인해 봅시다.
바이트댄스의 틱톡은 미국의 십대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내 금지 조치는 치명적인 위협입니다. 미국의 월간 사용자가 수천만 명에 이르고, 미국 내 틱톡 서비스만으로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절반에 달하는 500억 달러(59조 원)의 가치를 평가받습니다. 또한, 인도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틱톡을 금지하면서 발생한 손실을 상대적으로 부유한 미국 시장에서 만회해 왔습니다. 틱톡은 중국에서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습니다. 대신 바이트댄스는 중국에서 틱톡과 유사한 두인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두 앱은 서로 분리된 별개의 서비스입니다. 중국 밖의 사용자 데이터를 해외에 보관하고, 현재 틱톡이 직면한 국가 간 분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두 서비스를 분리해 온 것이죠.
이러한 상황 때문에 바이트댄스는 미국 내 틱톡 서비스를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매각하려 합니다. 최근 평가 가치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말이죠.
반면, 텐센트의 위챗에 대한 미국 정부의 금지조치는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텐센트의 수익이 급증하고 있을뿐더러, 가장 최근의 실적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수익 비중이 전 세계 수익의 2%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위챗의 중국 버전인 웨이신은 페이팔, 우버, 그럽허브, 왓츠앱의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중국의 생활 상거래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죠.
나아가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이 기업들에 텐센트와 바이트댄스와 어떠한 거래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미국에서 위챗과 틱톡 앱을 금지하려는 것인지 분명치 않습니다. 애플, 포드, 월트디즈니는 지난 화요일 백악관 관계자에게 해당 내용을 정확하게 설명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행정명령의 해석은 미국 상무부에 달려있으며, 문구에 쓰인 대로 어느 나라에서든 텐센트와 바이트댄스와의 모든 거래를 금지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베이징의 리서치 기업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Gavekal Dragonomics)의 기술 분야 애널리스트 단 왕(Dan Wang)의 평가입니다. 단지 앱을 금지하는 것 외에도, 미국 기업은 물론 미국의 기술을 사용하는 외국 기업들이 텐센트, 바이트댄스와 어떠한 거래도 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중국은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습니다. 기술리서치 회사인 무어 인사이트 앤 스트래티지(Moor Insights & Strategy)의 패트릭 무어헤드(Patrick Moorhead) 대표는 “중국 정부가 수년 전에 미국 테크 기업들을 금지하면서 이미 비슷한 카드를 사용해 버렸습니다. 보잉사 비행기의 주문을 취소하는 등 다른 수단으로 반격할 수는 있습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제조업체인 화웨이와 애플은 미-중 간 기술 단절의 까다로운 측면을 보여줍니다.
화웨이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스마트폰 제조사입니다. 하지만 지난 5월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이나 미국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이 미 상무부 허가 없이 화웨이에 어떠한 제품도 판매할 수 없다고 발표하면서 전망이 암울해졌습니다.
화웨이는 미국의 이번 조치로 핸드폰과 차세대 5G 기지국에서 사용하는 최첨단 마이크로칩을 생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기술을 사용하는 대만의 반도체 회사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로부터 부품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화웨이는 미국의 퀄컴에서 무선통신칩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퀄컴은 미국 정부로부터 부품공급 허가를 얻기 위해 로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기술 의존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아직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작년 3,000억 달러(354조 원) 상당의 마이크로칩을 수입했고, 이 칩들은 대부분 수출품의 부품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미국 원천기술이 전 세계 거의 모든 반도체에 사용되기 때문에 화웨이는 중국 반도체 업체인 SMIC(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ternational Corp)의 칩도 조달할 수 없습니다.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미국의 원천기술이 없으면 TSMC나 다른 회사의 최신 반도체보다 5년 이상 뒤처진 낮은 품질의 제품만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애널리스트 단 왕의 분석입니다.
그러나 왕 에널리스트는 다른 예측을 덧붙였습니다. 미국 정부의 금지 조치는 역설적으로 화웨이의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해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입니다. 화웨이는 중국 최대 스마트폰 및 셀룰러 네트워크 하드웨어 업체이자, 세계 최대 기술 하드웨어 업체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 분야에 수십 년간 지원한 막대한 보조금보다 더 강력한 성장의 추진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이익 기준으로 세계 1위 스마트폰 기업인 애플은 적어도 당분간은 중국 시장에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애플에 대한 제재는 미국과 중국 양국 모두에게 경제적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애플의 공급망은 중국에서 약 300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이 애플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애플은 중국에서 판매가 급감하거나 심지어 아이폰 생산 역량을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애플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심각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애플에 대한 금지조치를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왕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중국의 아이폰에 웨이신(중국판 위챗) 설치를 금지하지 않는 한, 지금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애플에 제재하는 일은 없으리라 전망합니다.
이러한 미-중 간의 긴장으로 많은 기업이 중국 생산라인을 다른 나라로 다변화하려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물론 중국이 적지 않은 핵심 제조과정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망 이전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어헤드 대표는 중국도 불과 20년 전에는 플라스틱 사출 성형, 금속 굽힘 가공, 일부 최종 조립과 같은 낮은 수준의 제조 역량만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중국은 반도체 제조 능력을 향상하게 되겠지만, 이 말이 공급망이 중국 밖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언젠가는 다른 나라에서 아이폰 부품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중국은 단순히 미국과 인터넷을 분리하려는 것이 아니라, 앱과 서비스에서부터 반도체 제조까지 완전히 독립적인 기술과 시스템을 갖추려는 길을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 기업들은 중국 파트너를 상대할 때 보다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이며, 중국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화요일 발표된 설문조사에서 미-중 경제위원회는 최근 양국 간의 긴장 관계로 인해 회원사의 86%가 매출이 줄어들거나 중국 기업과의 거래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왕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테크 기업에 미국의 제재는 공급망에 유사한 영향을 주는 지진만큼이나 예측불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모든 중국 기업이 미국 밖의 대체 공급망을 구축해야 하며, 자국 업체를 육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라고 전망했습니다.
만약 두 초강대국이 무역 고립주의 속에서도 기술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지정학적으로 전례 없는 사건이 될 것입니다. 중국과 미국이 앞으로 기술을 교류하거나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양국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질까요?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