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A. Odysseus Patrick)
호주는 수천 마일 떨어진 싱가포르에 태양광 전기를 수출할 계획입니다. 풍부한 일조량을 이용해 태양광 전기를 생산하고, 거대한 배터리에 저장한 뒤, 해저 2,800마일(4,500km)을 가로지르는 해저 케이블로 전기를 전송한다는 발상입니다.
호주의 억만장자 2명이 소유한 호주-아세안 파워링크(Australia-ASEAN Power Link) 사업은 지난달 호주 정부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사업은 현재 진행 중인 가장 도전적인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입니다. 만약 성공한다면 에너지산업 역사의 새로운 장을 장식할 수 있겠죠. 바로 녹색 에너지의 대륙 간 이동입니다.
사업의 투자자들은 호주의 값싼 태양광 전기를 아시아 전력망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수백만 명의 생활 수준을 향상하고, 지구 온난화의 요인으로 지목되는 석탄과 천연가스의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풍력발전소 건설업체인 베스타스 오스트레일리아(Vestas Australia)의 최고경영자 피터 코울링(Peter Cowling)은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화석연료를 장기적으로 대체하는 탄소배출 제로 에너지원으로서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멋진 프로젝트입니다. 아시아의 탄소제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유망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총 160억 달러(19조 원)의 비용을 투입해 2027년 운영을 시작하게 될 이번 사업은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 단지, 세계 최대 규모 배터리, 세계 최장 해저케이블을 자랑합니다. 옥상 태양광 패널 900만 개 분량에 해당하는 3기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하죠.
호주의 태양광, 풍력단지 건설업자인 데이비드 그리핀(David Griffin)이 호주의 덥고 건조한 지역을 지나다가 이 프로젝트를 처음 떠올렸습니다. 그리핀은 “사업의 세부적인 요건들은 너무 복잡해서 인공지능 컴퓨터가 설계할 것입니다. 수백만 개의 계산이 필요하죠. 다양한 기술을 단일 프로젝트에서 융합하는 첫 시도입니다. 인간의 능력 밖입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선케이블(Sun Cable)이 소유한 이번 프로젝트에는 지정학적 배경이 영향을 주었습니다. 동남아시아 지역 내 전력망 시스템은 지난 50여 년간 유럽 회사들이 나눠 가졌습니다. 동남아시아 국가의 연합체인 아세안은 전력망을 재구축하는 논의를 15년간 이어왔죠. 하지만 국가 간 정치적 견해 차이와 인프라 격차로 인해 매번 수포가 됐습니다.
싱가포르는 천연 에너지원이 없으며, 대부분 구름 낀 하늘은 일조량이 적어 태양광 발전에도 열악합니다. 따라서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를 찾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안전하고 평화로우면서 햇볕이 풍부한 호주가 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와 호주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수천 마일의 바다, 인도네시아군도, 1만 피트(3,000m) 깊이의 순다 해구가 문제입니다.
현재 건설 중인 가장 긴 해저케이블은 435마일(700km) 거리를 잇는 노르웨이-영국 간 북해 케이블입니다. 이 케이블은 내년에 운영을 개시할 예정입니다.
선케이블의 싱가포르-호주 케이블은 북해 케이블 길이의 6배에 달합니다. 음파 탐지기를 이용해 송전 케이블 대상 지역에 대한 정밀한 해저 지도를 그려야 합니다. 케이블 설계에 따라 송전하면서 손실되는 전기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전문가들은 전체 전기의 약 4%에서 10%까지 차이 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깊은 수심에서는 해저 바닥에 케이블을 고정해야 합니다. 인도네시아 롬복(Lombok)섬과 숨바와(Sumbawa)섬 사이에서는 수심 5,000피트(1,500m) 미만을 지나기 때문에, 케이블을 매립해야 하죠.” 호주의 해저케이블 전문가인 스테판 온리(Stephen Onley)의 예측입니다.
케이블의 두께는 매우 중요합니다. 선케이블의 전문가들은 5인치(12.7cm)~12인치(30.5cm)가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온리는 “너무 두꺼운 케이블은 배에서 내릴 때 손상되기 쉽고, 너무 얇은 케이블은 해저 바닥까지 옮기는 과정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얇은 케이블이 얼마나 깊은 수심까지 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낮 평균 기온이 32도에 달하는 노던 테리토리(Northern Territory) 주의 테넌트 크릭(Tennant Creek) 시에 태양광 발전 단지가 건설될 예정입니다. 주도인 다윈시까지 주 1회 열차가 운행하는 작은 도시입니다. 30,000에이커(121km2)에 달하는 태양광 패널은 싱가포르로 송전하는 전력의 3배 규모인 10기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합니다. 낮에는 잉여 전력을 저장하고 해가 진 뒤에는 낮 동안 저장된 전기를 전송할 예정입니다. 주도인 다윈시도 소량의 전기를 사용할 계획입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에너지연구소의 수보드 마이살카르(Subodh Mhaisalkar) 교수는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합니다. 다만, 경제적으로 수익성이 있을지가 문제죠”라고 평가했습니다.
현재 싱가포르의 전기요금은 키로와트 당 18센트입니다. 선케이블의 투자자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미국 워싱턴보다 30%나 비싼 싱가포르의 전기요금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투자자 중 한 명이자 프로젝트 관리 소프트웨어 회사인 아틀라시안(Atlassian)의 마이크 캐논-브룩스(Mike Cannon-Brookes) 공동창업자는 “태양광 전력이 천연가스, 석탄, 밀, 양모를 뛰어넘어 호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수출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습니다.
또한, “우리는 향후 아시아 50개 지역에 해저케이블로 전기를 수출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처음은 항상 어려운 법이죠. 호주의 역량을 보여줄 겁니다. 아시아로 호주의 햇볕을 수출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2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선케이블은 태양광 패널 공급업체와 해저 측량회사를 선정했습니다. 선케이블은 앞으로 3년간 프로젝트가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 것을 입증한 뒤 건설자금 투자를 유치할 계획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초기 투자자인 캐논-브룩스와 광산기업가 앤드류 포레스트(Andrew Forrest)는 추가 투자 계획이 있는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초기 투자금액은 억만장자인 그들의 재산에 크게 부담이 되지 않지만, 이번 사업의 전체 비용은 그들의 재산마저도 크게 넘어서는 엄청난 수준입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싱가포르 에너지청(Energy Market Authority) 대변인은 “청정에너지로 지역의 전력망을 구축할 필요성과 사업의 잠재적인 높은 비용을 고려해서 균형 잡힌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어떤 내용을 고려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선케이블과 프로젝트에 대해 회의를 했지만, 아직 논의 시작 단계이며 현 수준에서는 구체적으로 밝힐 것이 없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리핀은 이렇게 밝혔습니다. “싱가포르 정부의 초기 입장은 이미 예상했던 바입니다. 호주는 자국에서 소비하는 전력보다 훨씬 많은 태양광 자원을 가지고 있죠. 호주가 사용하는 모든 전기를 태양광으로 대체해도 태양광 전체 발전량보다 훨씬 적을 것입니다. 오래전부터 가져온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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