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Business, Sherisse Pham)
구글이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테크 기업과 손잡고 인도의 스마트폰 시장 개척에 나섰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 시장을 장악해온 중국 기업들의 우려가 커졌습니다.
구글은 지난주 45억 달러(5조 4천억 원)를 지오 플랫폼(Jio Platform)에 투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동통신사에서 기술 기업으로 변신한 지오는 올해 많은 대형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구글과 지오는 아직 스마트폰을 접하지 못한 5억 명에 달하는 인도인들을 공략하기 위해 아주 저렴한 스마트폰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시장조사 업체인 캐널리스(Canalys)에 따르면, 구글과 지오가 함께 만들 스마트폰의 세부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기업들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75%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인도 시장을 뒤흔들어 놓을지 모릅니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인도 시장에서 17%에 약간 못미치는 점유율로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 업체인 IDC의 선임 매니저 키라네트 카우르는 “구글과 지오의 저렴한 보급형 스마트폰은 인도의 최초 인터넷 사용자들을 목표로 삼은 중국 업체의 스마트폰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지오의 스마트폰은 인도의 반중 정서 덕분에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국경에서 중국군과 유혈 충돌이 일어난 이후 인도 정부는 틱톡을 포함한 수십 개의 중국 앱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또한 민간에서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인도의 모바일 인터넷 시장은 성장하고 있습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에 따르면, 4억 5천만 명의 인도인이 이미 스마트폰으로 스트리밍, 쇼핑, 택시 호출, 음식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5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써보지 못했습니다. 구글과 지오는 이들에게 저렴한 스마트폰을 보급하려 합니다
“그들이 디지털과 데이터 혁명에서 소외돼서는 안 됩니다. 지오의 모회사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Reliance Industries)의 대표이자, 아시아 최고의 거부인 무케시 암바니 대표의 주장입니다. 또한 그는 “구글과 제휴하는 목적은 현재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타룬 파탁 부국장은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지오가 노리는 시골 지역이 진정한 인도입니다. 그곳에는 아직 인터넷을 경험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이 숫자 패드와 기본 화면만 있는 한물간 2G폰을 쓰고 있죠. 그들에게 4G 또는 5G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한다면 구글과 지오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겁니다. 지오는 데이터를 제공하고, 구글은 유튜브, 검색, 지도를 포함한 앱들을 서비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오는 이미 인터넷에 접속하여 몇몇 필수적인 앱들만 구동할 수 있는 4G 피쳐폰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의 피쳐폰 사용자 중 20%만 지오의 제품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와 IDC의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두 회사가 인도의 광대한 초저가폰 시장에 진출하려면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을 50달러(6만 원)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야 합니다.
현재 인도의 저가 스마트폰 가격은 대당 70~100달러, 우리돈으로 약 10만 원 정도입니다. IDC에 따르면, 중국의 샤오미가 40%의 점유율로 1위를 질주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17%, 중국의 리얼미(realme)가 11%로 뒤따르고 있습니다.
IDC의 카우르 매니저는 메모리, 칩, 디스플레이 패널과 같은 값비싼 부품들이 스마트폰의 가격을 높이고 있다면서, 인도의 시골에 거주하는 대부분은 50달러의 가격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지오와 구글이 50달러보다 저렴한 스마트폰 개발에 성공하고 사용자들을 꾸준히 끌어모을 수 있다면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도의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게이트웨이 하우스(Gateway House)는 인도의 스마트폰 유저들이 2025년까지 현재의 2배인 9억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초저가 스마트폰을 팔아서 이익을 많이 얻기 어렵습니다. 기기 장사로는 남는 이윤이 거의 없겠죠. 오히려 다른 전화기, 또는 데이터 서비스를 스마트폰과 묶어서 판매하면서 스마트폰 가격에 보조금을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더 높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오와 구글의 생태계로 수백만 명의 인도인들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파탁 부국장은 지오가 이미 영화, 음악 스트리밍, 온라인 쇼핑 앱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구글의 목적은 스마트폰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는 다수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그들의 정보를 얻는 것입니다. 파탁 부국장은 “구글은 이들에게 광고를 더 많이 판매할 수 있으며, 이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예상했습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작년에 벌어들인 수익 1,620억 달러(194조 원)의 80% 이상이 광고에서 나왔습니다.
게이트웨이 하우스의 블레이즈 페르난데스 이사는 이렇게 평가합니다. “인도는 다양성의 측면에서 IT 기술회사들의 숙원입니다. 인도의 스마트폰 사용자로부터 수집한 막대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광고 판매와 구독 수입을 늘리고, 앱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이미 2019년 인도 시장의 91%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오와 스마트폰을 공동으로 설계하고 맞춤형 운영체제와 함께 판매한다면 구글은 인도에서 통일된 안드로이드 사용 환경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샤오미, 삼성을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바탕 위에서 제조사의 독자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가미하기 때문이죠. 애플의 iOS는 폐쇄형 시스템이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생태계와 호환이 어렵습니다.
시장 창출의 기회와는 별개로, 지오는 인도에서 민족주의가 부상하는 시기에 인도의 자립 기술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떠올랐습니다. 캐널리스는 인도의 지난 분기 스마트폰 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0%나 급감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캐널리스에 따르면, 판매 감소의 주된 원인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매장 폐쇄와 경기 침체이지만, 중국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캐널리스의 애드윗 말디카 애널리스트는 “인도 국민의 반중 정서와 인도 정부의 기술 자립화 이니셔티브가 중국 스마트폰 기업에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습니다.
컨설팅 회사인 미래혁신 센터(Center for Innovating the Future)의 공동 창업자이자 미래학자인 아비슈르 프라카쉬에 따르면, 모디 총리와 집권당은 중국과의 국경 분쟁 이전부터 기술 분야의 인도 우선주의를 독려해왔습니다. 또한, 국산 제품 사용을 주장하는 지오와 같은 기업들이 인도의 민족주의를 부추겨왔죠.
지오는 최근 4개월 만에 페이스북, 구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를 비롯한 메이저 투자자로부터 200억 달러(32조 원)를 넘는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지오는 이 자금의 일부를 활용하여 인도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려 합니다. 특히 농업, 의료·보건, 교육 분야가 주요 목표입니다. 암바니 대표는 구글과 제휴한 스마트폰 프로젝트가 ‘모든 인도인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국가적인 과업’을 신속하게 이루는 데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파탁 부국장은 “지오의 방식은 인도 정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지오는 구글의 투자금 중 상당액을 인도 스타트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게이트웨이 하우스에 따르면, 이러한 움직임이 인도의 30개 유니콘 기업 중 절반을 지원하고, 2015년부터 인도의 기술 스타트업에 40억 달러(4조 8천억 원)를 투자한 중국 투자자들을 잠재적으로 몰아내게 될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 알리바바(Alibaba)는 인도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스냅딜(Snapdeal)과 전자결제 업체 페이티엠(Paytm), 음식배달 앱 조마토(Zomato)에 투자했죠. 텐센트는 인도의 메신저 업체 하이크(Hike)와 택시 호출 앱 올라(Ola)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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