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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서 손해를 피하기는 원래 어려운 법

다시엘 하멧의 범죄 추리소설 “몰타의 매(The Maltese Falcon)”에 등장하는 샘 스페이드 형사는 자신이 맡았던 실종자 사건을 회고합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등장인물 플릿크래프트는 기둥이 쓰러지는 사고에서 가까스로 죽음을 면하죠. 플릿크래프트는 인생의 무작위성을 직면하고 사라지기로 합니다. 수년간 여기저기를 떠돌던 플릿크래프트는 예전과 비슷한 삶으로 돌아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고, 오후 네 시에는 골프를 치는 삶으로. 스페이드는 플릿크래프트가 “사고에 적응했다가, 더는 기둥이 쓰러지는 일이 없자 다시 일상에 적응했다”고 말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았습니다. 플릿크래프트가 가까스로 피했던 대들보와 비슷해 보입니다. 투자자들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을 겁니다.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한편 경제에 관한 부정적인 보도가 이어지면서 그 악영향은 주식시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곧 은퇴하려는 사람이나 주식으로 수입을 벌어들이는 사람이라면 이번 일로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겁니다. 그러나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기회를 발견하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가격 하락이 수익 손실과 정확히 일치한다면 주식을 구매할 메리트가 없지만, 불황이 오면 주가가 훨씬 더 많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냉철한 투자자는 불황에서 주식을 실제 가치보다 더 싸게 사들이는 기회를 찾습니다.

경기 침체는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경기는 회복세로 돌아설 겁니다. 주식은 영속적인 증권입니다. 불황으로 잃은 수익은 우편 발송 오류로 잃어버린 배당금 수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보유 자산은 타격을 입지만, 배당금은 다음번에 또 받을 기회가 있고, 그 기회는 앞으로 계속 있을 겁니다. 이것이 주식의 가치이기도 하죠.

불황이 심각했던 2008년과 2009년에는 몇 달 만에 S&P 500지수가 거의 반 토막 났습니다.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경기 침체가 아주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불황을 인내하고 넘기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바로 옆에서 기둥이 쓰러졌을 때 플릿크래프트는 “누군가가 삶의 뚜껑을 열고 인생의 진리를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대규모 불황도 이와 비슷하죠. 갑자기 온 세상에 리스크가 넘쳐나고, 직업도, 사업도, 연금도, 삶의 방식도 위협을 받습니다. 이때 주식을 계속 보유하는 것은 경솔한 일처럼 보입니다.

낮은 주가를 통해 이득을 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하는 겁니다. 보유한 주식과 채권의 비율이 50대 50이나 60대 40인 투자자는 금리가 낮아져서 채권이 올라가면 채권을 판매하고, 가격이 내려간 주식을 구매하면 됩니다. 이것을 한 달에 한 번이나 분기에 한 번씩 계속하는 거죠. 더 대담한 투자자들은 싼값에 주식을 구매하기 위해 현금을 비축해둡니다. 한 투자자는 “이거 재미있어지는데, 싶은 순간이 온다”고 표현했습니다. “재미있다”는 것은 주가가 적어도 20%는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어떤 투자자들은 40% 하락을 기준으로 삼기도 합니다.

주식을 좀 고를 줄 아는 사람은 가격이 내려가면 구매할 주식 목록을 따로 가지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완전히 폭락할 때 좋은 가격에 “좋은 주식”을 구매하려는 전략입니다. 삶이 그렇게 단순하다면 좋겠죠. 좋은 주식(경쟁 기업이 모방하기 어려운 사업 모델을 가진 기업)은 이미 가격이 높고 불황에도 좀처럼 가격이 내리지 않습니다. 한편 인기가 없는 주식은 수익이 비해 가격이 낮고, 하락 폭도 더 크기 마련이죠. 이들은 보통 장기적인 전망이 좋지 않은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입니다. 은행, 자동차 제조, 석유화학 등이 그렇습니다. 이러한 주식을 보유해 재미를 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런 기업들은 여행 금지령이 발동되거나 공급망 흐름에 차질이 생기는 등의 일이 발생하면 수익이 폭락합니다. 그러나 가격이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대담한 투자자들은 이런 기업들도 살펴봅니다.

플릿크래프트는 인생의 허망함에 충격을 받습니다. 현실적인 샘 스페이드 형사는 인생이 덧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죠. 스페이드 같은 투자자들은 살다 보면 기둥이 쓰러지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고 빠르게 적응합니다. 또 이따금 쓰러지는 기둥이 영원히 쓰러져 있지는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격이 바닥을 칠 때 주식을 사는 겁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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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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