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사이 이노비오(Inovio)라는 작은 제약회사의 주가는 두 배 이상 올랐다. 1월 중순,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는 기술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주장이었지만, 여러 매체가 이 사실을 보도했다. 다른 약들과 마찬가지로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린다. 정확히 이 회사와 다른 비슷한 회사들이 한 일은 언젠가 백신이 될 수도 있는 이번 바이러스의 RNA 일부를 복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는 충분히 희망찬 시작이지만, 이를 가지고 백신을 발견했다고 말하는 것은 수술칼을 간 다음 새로운 수술법을 발명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자 분석은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백신을 만드는 것은 과학보다도 일종의 예술 영역에 있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면역 시스템이 해당 바이러스를 기억하기에는 충분하지만, 실제 병을 유발하는 급성 염증 반응까지는 일으키지 않는, 그런 유전자 시퀀스를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독감 백신은 실제로 감기에 걸리게 하지는 않지만, CDC는 백신이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확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실험실과 동물, 그리고 사람에 대한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 백신이 발견되자마자 그 실험실에서 수십억 개의 바이러스 유전자 파편을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곧바로 주입할 수 있게 맞는 기적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백신 개발에 도전하는 바이오 회사가 이노비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데르나(Moderna), 큐어백(CureVac), 노바박스(Novavax) 등의 회사들이 있다. 영국의 임페리컬칼리지 런던을 비롯한 많은 학계의 연구자들과 미국 NIH 등 여러 국책연구소도 같은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NIH의 국립 알레르기 및 감염병 연구소의 앤서니 포시 소장은 지난 1월 JAMA에 이번 바이러스의 백신을 찾기 위해 기록적인 속도를 내고 있다고 썼다. 2003년 사스(SARS) 사태 때 과학자들이 바이러스의 유전자 분석 결과를 얻어 백신의 첫 번째 임상 시험을 시작하는 데 20개월이 걸렸다. 포시는 다른 바이러스에 대해 이 기간을 3개월 남짓으로 단축했으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더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이는 새로운 방법들도 제시되었다. 그중 하나는 새로운 백신의 개발을 이끌고 자금을 대는 2017년 노르웨이에서 출범한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이다. 여기에는 노르웨이와 인도 정부, 웰컴 재단, 그리고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지금 이노비오와 다른 소규모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이 백신 개발이라는 실패 가능성이 높은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CEPI의 CEO 리차드 해쳇은 포시 소장이 제시한 타임라인과 비슷하게, COVID-19의 백신이 4월이면 안전성 검사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면, 여름이 끝날 때쯤 그 백신이 실제로 질병을 예방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생각한다.
그리고 나머지 과정이 차질 없이 잘 진행되면 안전하고 효과적인 제품이 출시되는 데 12~18개월이 걸릴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이러한 속도는 “과거의 백신 개발 역사에 비하면 놀라운 속도”라고 그는 내게 말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또한 전례 없이 대담한 계획이기도 하다. “사실 이 시점에서 이 정도 기한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를 제안하는 것조차 상당한 희망을 포함한 것으로 여겨야 합니다.” 그는 덧붙였다.
이러한 이상적인 계획이 실제로 실현되더라도 제조와 유통의 문제가 남는다. “실험실의 방법으로 수백만, 혹은 수십억 명에게 주사할 수 있는 양의 백신을 만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위기가 계속될 경우, 만약 국경이 폐쇄되고 공급망이 끊어진다면 단순히 물류의 입장에서도 생산과 유통은 간단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포시 또한, 처음 보였던 낙관적 예측을 바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주 그는 백신 개발이 “매우 어렵고 힘든 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모든 기초과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실제 백신을 개발하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임상 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는 곧 임상시험을 위해서 만들어야 하는 백신의 양도 상당히 많으며, 또 사람들에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시험마다 꼼꼼하게 관찰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 드는 비용은 NIH, 스타트업, 대학 등은 부담하기 힘든 수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 또한 이들에겐 백신을 대량으로 제조해 유통하는 시설과 기술도 없다.
백신의 제조는 지금까지 거대 제약회사들의 일이었다. 지난주 아스펜 연구소에서 포시는 이들 거대 제약회사 중 어떤 곳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백신을 만들겠다고 나서지 않았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이 기술을 가진 회사들이 백신이 필요할 때를 기다리며 모든 준비를 해놓지는 않을 것입니다.” 설사 그들이 백신 개발에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종류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사람들의 수요가 사라지거나 사람들이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로 그 제품을 쓰지 않게 되는 등의 큰 위험이 따른다.
백신의 개발은 매우 어렵고, 큰 비용이 들며, 위험 또한 높았기 때문에 1980년대 제약회사들이 백신의 유해성 주장과 함께 법적 소송을 치르게 되자 많은 회사가 백신 개발을 포기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제약회사들의 백신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백신에 의한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미국 정부가 직접 보상해주기로 약속했으며, 이 약속은 오늘날까지도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약회사들은 만성 질환을 위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약의 개발을 선호한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의 백신 개발에는 마치 독감처럼 매년 백신을 개발해야 할 수도 있다는 위험이 따른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독감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한 가닥의 RNA로 이뤄져 있어 쉽게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백신 정책을 연구하는 예일대학교 보건대학원의 제이슨 슈와르츠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백신만 기다리다가는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습니다.”
슈와르츠는 백신이 지금의 발병에 변화를 주기에는 너무 늦더라도 적어도 개발되기만 한다면, 그 정도만 해도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사스(SARS) 이후 지난 10년 동안 이런 전염병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한다.
“우리가 사스에 대한 백신 연구 프로그램을 폐지하지만 않았더라도 그와 비슷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많은 기초 연구 결과가 나왔을 겁니다.”
하지만 에볼라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자금과 제약회사의 개발 프로젝트는 위기가 해결되자마자 사라졌다.
“당시에도 백신이 본격적으로 개발될 필요가 생기기 전에 위기가 해결되었고, 초기 연구 결과들은 그대로 묻혀버렸습니다.”
지난 토요일, 폴리티코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백악관이 의회에 10억 달러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진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염병 예방에 필수적인 CDC와 NIH, 그리고 해외 원조 자금을 크게 줄인 새로운 예산안과 같은 달에 그 자금은 시행될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장기적 투자가 중요한 이유는 백신, 항바이러스제, 그리고 다른 중요한 도구들의 개발에 설사 그 수요가 크지 않더라도 수십 년 동안 꾸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의 수요가 없는 제품을 개발하고 유통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리를 거스르는 일이다. CEPI는 위기가 시작되기 전에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 또한 비판을 받는다. 지난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들이 공정한 분배와 가격 합리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날카로운 비판을 담은 공개서한을 보냈다. CEPI는 그 비판을 받아들여 정책을 수정했고, 국경없는의사회의 의료혁신 및 접근성 고문인 매뉴얼 마틴은 지난주 내게 자신들이 CEPI를 지지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CEPI는 분명 바람직한 모델이며, 우리는 이들이 새로운 백신을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기를 진정으로 희망합니다.”
하지만 그와 그의 동료들은 또한 “CEPI의 약속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질지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런 요구는 그저 인도주의적 이상 때문만은 아니며, 더욱 효율적인 실행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백신과 다른 자원을 가장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것은 그 질병이 널리 퍼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예를 들어 2009년 H1N1이 유행할 당시, 멕시코는 가장 큰 피해를 보았지만, 호주에서는 그리 큰 피해가 없었음에도 자국의 제약회사가 호주 정부의 주문량을 다 채우기 전까지는 백신을 수출하지 못하게 막았다. 세계 각국이 봉쇄와 자국 중심의 정책을 택할수록, 백신과 마스크, 음식과 손비누 등의 제품을 효율적으로 배포하고 위험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일은 더 어려워진다.
지금 이탈리아, 이란, 한국은 COVID-19가 가장 빠르게 퍼지는 나라다. 중국의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봉쇄정책의 의심스러운 효과와 본질적인 폐해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는 입국 금지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 적당한 격리 조치는 필요하지만, 여행을 금지하고 도시를 봉쇄하며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것은 장기간 지속할 전염병에 대비하는 현실적인 대응책이 아니다. 이 모든 시도는 그 자체로 적잖은 비용을 유발한다. 유행병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경을 닫을 것이 아니라 열어야 할 것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어딘가는 COVID-19로부터 청정한 지역이 되리라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 이번 바이러스는 전 인류의 문제이다.
(아틀란틱, James Hamb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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