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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릴 수 있다(1/2)

1997년 5월, 세 살 난 아이가 흔한 감기 증상을 드러냈다. 목의 염증과 열, 그리고 기침이 6일 동안 계속되었고, 아이는 홍콩의 퀸엘리자베스 병원으로 보내졌다. 기침이 심해졌고,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으며, 집중적인 치료를 받았지만 아이는 죽고 말았다.

병의 진행 속도나 너무나 빨랐기에 의사들은 아이의 가래 표본을 중국 보건원에 보냈다. 하지만 표준검사로는 병의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바이러스 책임자는 표본을 다른 나라 동료들에게 보내기로 했다.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그 표본은 한 달 동안,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항체 분석 순서를 기다렸다. 이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인류를 가장 많이 사망하게 만든 독감 바이러스의 변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 변종이 인간에게서 발견된 적은 없었다. 바로 이 바이러스가 H5N1, 또는 “조류 독감”이라 불리는 것으로, 20년 전 발견된 바이러스였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조류만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던 바이러스다.

그때는 8월이었고, 과학자들은 전 세계에 이 위험한 소식을 알렸다. 중국 정부는 재빨리 150만 마리의 닭을, 닭을 기르는 농가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살처분했다. 더 많은 사례가 계속 발견되었고, 격리가 시작되었다. 그해 말까지 18명의 환자가 나왔고 이 가운데 6명이 사망했다.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처럼 들린다. 그리고 몇 년 동안 그 바이러스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 조류독감이 널리 퍼지지 않은 이유는 증세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병에 걸린 이는 심하게 앓았으며 명백하게 증상을 드러냈다. H5N1의 치사율은 60%에 달했으며, 이 말은 병에 걸리면 죽을 확률이 더 높다는 뜻이다. 2003년까지 이 바이러스로 숨진 이는 모두 455명. 보기에 따라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는 숫자지만, 이보다 훨씬 약해 “치사율이 0.1%밖에 되지 않는 독감”으로 숨지는 사람은 전 세계에 매년 수십만 명에 이른다.

H5N1과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심한 병을 앓게 된다는 말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를 구별하기도, 격리하기도 쉽다는 뜻이며, 또 이 병에 걸린 이가 빨리 사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일단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은 그저 약간 컨디션이 나쁜 채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리지 않는다. 반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학술명은 SARS-CoV-2)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며, 환자에 따라 그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이 질환은 COVID-19 로 불리며, 치사율은 2% 이하로, 다른 전염병보다 치사율이 매우 낮다. 이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주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치사율이 낮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한 가닥의 RNA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유사하다. 코로나바이러스에는 4종류가 있는데, 사람에게 감염되면 보통 감기를 유발한다. 이들은 전염력이 최대가 되도록 진화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말은, 사람을 아프게 할 뿐 죽이지는 않는다는 말과 같다. 그러나 앞서 있던 두 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곧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와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는 H5N1처럼 동물을 통해 전염된 것이다. 이들은 인간에게 매우 치명적이었다. 만약 이 병에 걸리고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거나 가벼운 감기 정도를 앓고 지나간 이들이 있었다면, 그런 사람의 수는 매우 적었을 것이다. 만약 그런 이들이 많았다면,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사스와 메르스에 걸렸을 것이다. 그래서 사스와 메르스로 전 세계에서 숨진 사람은 1천 명이 넘지 않았다.

COVID-19로 인한 사망자는 이미 사스와 메르스 사망자의 두 배가 넘었다. 이 바이러스는 몇 가지 특성이 섞여 있어 다른 바이러스들과 다르다. 곧, 치명적이지만 아주 치명적이지는 않다. 사람을 아프게는 하지만, 진단 혹은 구별이 가능할 만큼 아프게 만들지는 않는다. 일본에 정박한 크루즈선의 미국인 가운데 1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이들에게서는 별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바이러스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이렇게 때로 아무런 증상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는 유례없는 속도로 이 바이러스에 대비하고 있다. 놀라운 속도로 바이러스의 정체가 밝혀졌으며, 중국의 과학자들은 몇 주 만에 유전자를 분석해 그 결과를 다른 과학자들에게 알렸다. 학계가 유전자 데이터와 임상 데이터를 공유하는 속도도 전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 백신 연구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극적인 봉쇄 조치를 취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 모든 일이, 1997년 H5N1 사태 당시 원인을 파악하는 데 걸린 시간보다 짧은 시간 안에 이뤄졌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동시에 계속 퍼지고 있으며, 감염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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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의 역학자 마크 립시치는 역학자라는 사실을 고려해도 자신의 발언을 매우 신중하게 고르는 사람이다. 우리와 대화 중에도 그는 두 번이나, 하던 말을 멈추고 이렇게 말했다.

“음, 방금 했던 말 다시 말할게요.”

그런 그가 다음과 같은 말을 강조했다는 것은 대단히 충격적이었다.

“나는 결국은 이 병을 억제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격리는 전염병에 대응하는 첫 단계다. COVID-19는 (거의 불가능한 일임에도) 처음 얼마 동안 전염을 막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 1월 중 중국은 우한시를 중심으로 점점 더 넓은 지역을 차단하기 시작했고 결국 1억 명을 봉쇄했다. 사람들은 집을 나가는 것이 금지되었고 드론이 이를 감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24개국에서 발견되었으며, 계속 퍼지고 있다.

이러한 조치가 가진 비효율성 – 적어도 그들이 겪게 될 사회경제적 비용만 따져도 – 에도 불구하고 격리를 시도하는 국가들이 증가하고 있다. 바이러스를 “멈추어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 때문에 중국 정부는 후베이성의 공무원들이 집마다 방문해 사람들의 체온을 재고 감염의 징후를 찾아 모든 잠재적 환자를 격리 병동으로 보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격리 조치도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지 못할 것이다. 집에서 쉴 필요도 없을 정도로 증상이 없는 사람도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면, 이미 증상이 심한 환자들을 가려내는 것은 별로 효율적인 전략이 아니기 때문이다.

립시치는 전 세계 인구의 40~70%가 올해 안에 COVID-19에 감염될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그는 이 말이 감염된 모든 이가 크게 아플 것이라는 뜻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대부분은 가볍게 넘어가거나 심지어 아무런 증상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독감 바이러스가 만성 질환을 가진 이나 노년층의 생명을 주로 위협하는 것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대부분은 의학적 치료를 받지 않아도 이겨낼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독감에 걸린 이의 14%는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이 바이러스가 점점 더 많이 퍼질 것으로 생각하는 이는 립시치 한 명만이 아니다. 역학자들 중 점점 많은 사람이 이번 바이러스가 새로운 계절성 질병 – 다섯 번째 “고유한” 코로나바이러스 – 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다른 네 가지 바이러스에 대해 인간은 지속성 있는 면역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이번 바이러스에도 이 사실이 성립할 경우, 그리고 이번 질환이 지금처럼 계속 기승을 부린다면, 앞으로 겨울은 “감기와 독감의 계절”이 아니라 “감기와 독감, COVID-19 의 계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감염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지난 일요일,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미국의 확진자 수는 35명이었다. 하지만 일주일 전 우리의 대화에서 립시치는 “매우, 매우 대략적인” 예측(그는 “가정에 가정을 더했을 때”라 말했다)으로, 그 숫자는 100~200명 정도일 것이라 말했다. 이는 이 바이러스가 널리 퍼지기에 충분한 숫자이다. 전파의 속도는 증상이 약한 이들의 전염성이 얼마나 강한가에 달려있다. 지난 금요일, 중국의 과학자들은 JAMA에 폐의 CT 사진이 정상인, 자각 증상이 없는 사람이 바이러스를 전파한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그들은 이 환자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COVID-19 감염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는 결론을 담담하게 내렸다.

설사 립시치의 추정치가 수십 배 차이로 틀린다고 해도, 전체적인 경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독감이 유행하는 계절에 독감과 비슷한 질병에 걸린 200명이 있다면, 이 질병을 따로 검사하지 않는 한 이를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이 맞는지, 혹은 우리가 무언가를 잘못 알고 있는지를 가능한 한 빨리 알게 된다면 매우 좋겠지요. 이를 알려면 일일이 직접 검사를 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의 의사들은 중국을 방문했거나 아니면 확진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은 이들에 대해서는 검사를 받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었다. 지난 2주 사이에, CDC는 실제로 얼마나 많은 감염자가 있는지 알기 위해 미국의 다섯 개 도시에서 검사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누구나 이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지난 금요일, 공중보건연구소협회(Association of Public Health Laboratories)는 캘리포니아, 네브라스카, 일리노이의 세 개 주에서만 검사를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아직 자료가 너무 부족한 관계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가 격리 단계를 넘어섰으며, 따라서 앞으로 인류는 이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우려와 함께 앞으로 수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전략인 백신의 개발에 전 세계가 온 힘을 다해 나서리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2부로

(아틀란틱, James Hamb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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