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말아야할 것은 우리가 미디어를 뜨겁고 차갑다고 말할 때, 그 말이 해당 미디어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에 대한 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미디어 그 자체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말의 뜻은 어떤 미디어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그 무대가 따라온다는 뜻입니다. 핫미디어는 핫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쿨미디어는 쿨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공간을 만듭니다. 핫미디어는 내용을 뜨겁게 데우고, 쿨미디어는 내용을 차갑게 식힙니다.
쿨미디어인 문자 메시지와 핫미디어인 이메일의 차이를 생각해봅시다. 두가지 모두 글자를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메일은 한 번에 커뮤니케이션을 완결시켜야 하기 때문에 고해상도로 전달되며, 따라서 핫미디어로 분류됩니다. 반면 문자 메시지는 대화의 형태를 띄며, 따라서 부족한 정보만을 주고 받는 쿨미디어입니다. 이메일로 의사소통을 할 경우 그 내용과 무관하게 대상은 뜨겁게 달궈지며 어떤 직접적인 무언가를 의미하게 됩니다. 문자 메시지로 의사소통을 할 때는 대상이 차갑게 식으며 모호한 무언가를 지시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미디어의 물리적 특성 또한 그 미디어의 온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사진은 연필보다 뜨겁습니다. 두 미디어는 모두 시각적인 것을 전달하지만, 연필은 저해상도의 스케치를 전하는 반면 사진은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전달합니다.
그렇다면, 가장 뜨거운 미디어는 무엇일까요? 당신은 책이나 영상과 같은 시각적인 것이 가장 뜨겁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뜨거운 미디어는 바로 오디오입니다.
오디오: 가장 뜨거운 미디어
오디오, 특히 목소리로 전달되는 말은 엄청난 고해상도의 정보를 가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잘 의식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정보를 우리에게 주어지는 감각 입력으로 생각하기 쉽고, 그래서 시각이 더 중요할 것이라 막연히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보는 우리가 들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해한 것입니다. 오디오와 말은 어떤 미디어보다도 불확실성을 확실히 없애고 화자의 의도를 강력하게 전달합니다.
오디오에는 수많은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어조, 억양, 암시, 목소리 흉내내기, 강조, 망설임 등 문자에 비해 훨씬 많은 정보가 전달됩니다. 오디오는 “내가 말하는 방식만 봐도 당신은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거야”라는 말이 성립하 미디어입니다. 오디오는 헤드폰과 자동차 라디오를 통해 당신의 귀로 친근하고도 직접적인 방식으로 전달됩니다. 음악은 오디오에 적절한 컨텐츠지만, 목소리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훨씬 더 위력적입니다.
“오늘밤”을 스무가지 다른 방식으로, 각각이 다른 느낌을 가지도록 말해보세요. 흥미롭게, 만족스럽게, 피곤하게, 달콤하게, 의기소침하게, 짜증나게, 의뭉스럽게, 주저하는 듯, 필사적으로 등 끝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상대방은 이를 다 알아듣습니다. 이는 이미지나 글자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글자로 쓰여진 오늘밤은 그저 오늘밤일 뿐입니다. 단순하면서도 아무런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않습니다. 우리 눈은 이를 중립적인 정보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귀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귀는 놀라운 구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을 이야기하건, 오디오는 이를 뜨겁게 만듭니다. 집주인과 어떤 문제로 다투는 중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문자 메시지나 전화로 다툴 수도 있고(차가운, 말을 주고 받는), 이메일이나 보이스 메일(뜨거운, 한 번에 모든 내용을 전달하는)로도 가능합니다. 문자 메시지는 문제를 차갑게 식히는 반면, 오디오는 해결을 강요합니다.
어떤 정보를 오디오 중심의 미디어나 아니면 오디오만 존재하는 미디어에 실을 경우, 오디오는 정보를 뜨겁게 데우고 그 내용을 완전하게 전달합니다. 문자 메시지나 혼성 미디어를 통해 담담하게, 혹은 모호하게 전달될 수 있는 정보도 오디오를 통할 경우 그 모호함이 사라집니다. 우리가 귀를 통해 그 정보를 들을때, 우리는 그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며, 또 그렇기 때문에 오디오는 핫한 컨텐츠를 추구합니다.
닉슨과 케네디의 TV 토론은 매우 유명한 예이며, 나는 오랫동안 이 예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리처드 닉슨과 JFK가 대통령 후보 당시 가졌던 TV 토론에서 라디오로 이 토론을 들었던 사람은 닉슨이 토론에서 이겼다고 생각했지만, TV 를 본 사람들은 JFK가 이겼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 예화의 핵심이 TV 는 라디오보다 “외면”을 더 강조하며, JFK 의 잘생긴 얼굴과 매력적인 스타일이 토론 자체보다 더 먹혔지만, 라디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이런 이해가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 예에서 두 사람이 어떤 말을 했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닉슨은 예리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사람들 앞에 수많은 정보를 직접 제시하는, 곧 뜨거운(Hot) 성격의 후보였습니다. 반면, 케네디는 라디오와 같은 핫미디어에서는 느리고 말이 없으며 무기력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TV 에서는 오히려 여유와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그들이 어떤 말을 뱉었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중립적이면서 차가운(cool) 시선은 케네디에 호감을 표했습니다. 우리의 편파적이면서 뜨거운(hot) 귀는 닉슨을 좋아했습니다.
핫미디어는 핫한 컨텐츠와 핫한 메신저를 선호합니다. 극히 까다로운 우리의 귀에 바로 날아와 꽂히는 하워드 스턴의 것과 같은 매력적인 목소리는 그 자체로 강력한 무기로 우리는 그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점점 더 그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어하게 됩니다. 헤드폰을 쓰고 불을 끈 다음 어둠 속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당신은 열기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쿨메시지와 쿨메신저는 핫미디어에서는 잘 통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는 힘없이 들립니다.
그러나 다른 형태의 미디어에서는 쿨메신저와 쿨메시지, 그리고 쿨한 가치와 쿨한 사회가 자신들에게 맞는 쿨한 환경에서 제대로된 효과를 보여줍니다. 바락 오바마는 대표적인 쿨한 후보입니다. 그의 메시지인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는 완벽한 쿨메시지입니다. 이 구호는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지 않으며, 듣는 이들이 원하는대로 자신의 말을 덧붙여 공백을 메꿀 수 있습니다. 이 메시지는 2000년대 중반의 인터넷 미디어가 가진 쿨한 형식에 완벽하게 들어맞았습니다. 반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n Great Again)”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 문장에는 어떠한 모호함도 없습니다. 우리는 이 문장의 뜻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라디오에서 외쳐지는 이 문장을 들어보면 됩니다.
메시지와 미디어의 합이 맞을 경우 그 효과는 매우 강력해집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바로 이런 특징 때문에 맥루한은 미디어가 메시지라고 말한 것이지요. 쿨미디어에서는 쿨메시지가 인기를 끌고, 바로 그 점이 쿨미디어가 쿨한 분위기를 띄게 만듭니다. 핫미디어에는 핫한 메시지가 있고, 핫한 결과가 나옵니다. 그 반대의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물론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 하는 그 반대의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입니다. 사실 사람들이 이 타고난 핫한 인물로, 핫한 정치적 흐름과 핫한 분노를 등에 업은 그를, 오늘날 가장 쿨한 매체 중 하나인 트위터의 대가로 인정하는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그 비밀은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사실 트위터에 잘 맞지 않습니다. 그의 트윗은 불필요하게 거창하며 트위터의 일반적인 작동방식과 다르게 작동합니다. 트럼프의 트윗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그가 이미 미국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며, 그의 트윗이 다른 트윗과 다른 것 자체가 하나의 쇼로 작용합니다. 또한 그럼에도, 트위터는 트럼프가 자신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직접 전하는 통로도 아니며, 그의 대중적 인기의 배경도 아닙니다. 그는 트위터 때문에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닙니다.
그럼 그가 가장 대통령처럼 보이는 매체는 어디일까요? 바로 라디오입니다.
트럼프는 라디오를 통해 만날때 놀라운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Alex Danco)
3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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