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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 년을 버틸 시계를 만드는 방법(2/2)

지하

역사적으로 오랜 시간을 버틴 유물 다수는 지하에서 보존된 것이다. 지하는 태양을 피할 수 있으며 온도 변화 또한 크지 않다. 온도 변화는 물질의 산화와 붕괴를 빠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실제로 오늘날 제조사들은 내구성 테스트를 위해 온도 변화를 이용한다. (화학적 효과는 다음 절에서 다룬다.)

이집트 룩소의 무덤에서 발견된 장신구들,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도르도뉴의 라스코 변화, 그리고 더 민감한 소재의 사해 문서 등은 모두 지하에서 수 천 년을 버텼다. 현대에 만들어진 국제 종자 저장고나 핵폐기물 저장소가 모두 지하에 위치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지하는 한 가지 중대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바로 물이다. 미국과 유럽의 핵 폐기물 저장소, 국제종자 저장소, 모르몬 족보 창고 등의 모든 지하 보관소는 스며드는 물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었고 사실상 패배하고 있었다. 수 백 년, 아니 수 천 년의 시간이 주어질 경우 물은 반드시 방법을 찾아낸다. 물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물의 흐름을 막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의 계단식 논은 물을 어떻게 현명하게 흘려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만년 시계를 잘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시계로 동작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무시해서는 안된다. 온도 변화는 금속을 변형시키므로 길이가 매우 중요한 진자와 같은 장치에 영향을 준다. 곧, 온도변화가 적을 수록 시계의 정확도는 올라간다. 그러나 거의 모든 지하 저장소가 스며드는 물로 인해 문제를 겪는 것을 보고 우리는 시계를 지하에 만드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했다. 결국 우리는 물의 피해를 가장 줄일 수 있으면서도 온도 변화가 적은, 산 정상의 지하 공간을 선택했다. 특히, 시계 주변의 모든 경사가 바깥 쪽으로 향하게 함으로써 물이 고이지 않고 흘러가게 만들었다. 곧, 이길 수 없기 때문에 피한 것이다.

재질

내가 수 천 년을 버틸 수 있는 시계를 만들것이라 말하며 자문을 구했던 한 재료 과학자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모든 것은 연소합니다. 속도가 다를 뿐이죠.” 그가 말한 것은 바로 녹이 스는 것과 같은 산화를 어떤 물질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돌이나 금이 산화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이런 재료가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집트의 미이라가 보여주듯이, 적절한 화학적 처리를 할 경우 인체 또한 수 천 년을 버틸 수 있다. 얼마전 아르메니아에서는 5,500년된 가죽신이 거의 완벽한 형태로 발견되었다. 즉, 어떤 물건이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는 그 물건 자체보다 환경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 가죽신은 동굴 내부에 있었고 양의 배설물 속에 파묻혀 있었기 때문에 온도 변화를 겪지 않았으며 산소와도 접촉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수 천 년 동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물건에 대해서는 환경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물질을 산화시키는 바로 그 산소를 내뿜으며, 옷에 묻은 먼지와 피부의 기름기를 가지고 온다. 1만년 동안 사람들이 찾아 올 기계는 그 자체로 오래 가는 재질이어야 한다.

특별한 재질이 사용된 가장 좋은 예는 우리가 시계 내부에 사용한 베어링일 것이다. 시계 내부의 움직이는 부분은 마찰을 줄이기 위해 여러 종류의 베어링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강철로 만들어지는 일반적인 베어링은 몇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강철, 혹은 스텐레스 스틸은 장시간 접촉해 있을 경우 서로 결합하며, 또 서로 다른 종류의 금속들은 전위 차이에 의해 갈바닉 부식을 겪는다. 10원 짜리 동전을 철판 위에 오래 두었을때 생기는 녹이 바로 갈바닉 부식이다. 또한 베어링은 윤활유를 필요로 하며, 이는 정기적은 관리가 필요함을 의미할 뿐 아니라, 윤활유 자체가 먼지를 끌어들인다.

20년 전, 내가 처음 베어링에 대해 조사했을 때 나는 당시 인공위성과 우주선에 사용되던 세라믹 베어링이 완벽한 후보임을 발견했다. 거의 다이아몬드의 경도를 가진 이 세라빅은 진공상태에서 윤활유 없이 거의 영구적으로 사용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딱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당시 이 베어링의 가격이 수 천 만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이 베어링은 만원 안팍의 가격으로 내려와 롤러 블레이드와 피젯 스피너에도 사용될 정도로 저렴해졌다.

희생

어떤 대상이 오랜 시간을 버티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전략 중 놀라운 것 한가지는 자신의 일부를 희생하는 것이다. 이는 자연에서 도마뱀이 살아남기 위해 꼬리를 자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집트 왕의 계곡에는 바로 어제 만들어진 것처럼 훌륭한 벽화가 보존되어 있다. 이는 도굴꾼들이 무덤 속 귀금속에 정신이 팔려 이 무덤의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을 다 훔쳤다고 생각해 오히려 벽에는 손 끝 하나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지마할의 보석이 박힌 벽 또한 침략자들이 보석만을 가져가도록 만들어 전체 건축물을 보존할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은 시계를 만드는 우리에게 흥미로운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이 시계를 보존하기 위해, 사람들이 쉽게 가져갈 수 있는 어떤 물건을 여기에 두어야 할까?

가치와 이데올로기

1만년을 버티는 데 있어 가장 큰 위험은 인류 자신이다. 오늘날 우리는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인류의 오랜 유적을 파괴하는 이들을 종종 본다. 최근 가장 가슴 아픈 예는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안 석불이 탈레반에 의해 파괴된 것이다. 이 석불은 아무런 위험이 없는 종교 유적이었지만 탈레반은 이 석불을 수 주에 걸쳐 폭파했다.

우리는 문명적 가치가 있는 물건이 도난 당하거나 파괴당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는 만년 시계를 만드는데 있어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시계의 재질이나 보관 장소보다 인류가 앞으로 만들어나갈 문명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 만년 시계를 만들면서 단지 기계적 문제만이 아니라 윤리적 문제 또한 고민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 고민이 우리로 하여금 더 나은 인류의 조상이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1부로

(BBC, Alexander 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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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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