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급 효과
폴 로머는 기술 혁신은 다른 분야의 혁신 뿐 아니라 경제성장 그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파급효과’로 최근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실험을 시작한 지 4주 후, 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긍정적 효과를 발견하게 되었다. 스마트폰은 여전히 유혹적이었지만, 그 정도는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과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러 가서 지난 몇 년 간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느끼지 않았다.
나는 내 주의를 흩뜨리는 모든 것들이 어떻게 서로를 더 강력하게 엮고 있었던 것인지를 확실하게 느끼기 시작했고, 왜 내가 그 시스템 안에 있을 때에는 이를 알 수 없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지난 11월 나는 피들리에서 흥미꺼리를 찾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읽을거리를 찾는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트위터에 무엇을 올릴지를 찾고 있었다. 시간에 쫓길 때에는 그 글들을 미처 읽을 새도 없이 트위터에 올리기만 했다. 이런 바보같은 짓은 내가 얼마나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었는가에 대한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트위터 앱을 지운 뒤 나는 내 트위터 통계를 찾아보지 않게 되었고, 다른 이의 블로그 또한 덜 보게 되었다. 사실 트위터에 올릴 필요가 없다면 책을 한 장 더 보는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마트폰에서 앱을 지워갈수록 다른 앱의 효용 또한 줄어들었고, 나는 점점 더 스마트폰을 덜 집어들게 되었다. 내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효과지만, 불만을 가질 이유는 없었다.
상황에 따라 적응할 것
새해 첫 날은 새로운 출발을 하기 적절한 날이지만, 돌아보면 나는 이미 11월 말 쯤 새출발을 한 셈이다. 크리스마스는 다른 의미로 바쁜 시기이다. 이메일이 줄어드는 대신 크리스마스 카드와 선물 목록에 신경을 써야 한다. 크리스마스는 페이스북이 아니라 실제로 얼굴을 마주 보는 시간이다.
나는 유혹을 피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디지털 서비스로부터 단호하게 탈퇴하기 시작했다.
이 실험은 잘 진행되었다. 나는 트위터를 전혀 그리워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쓰는 시간도 크게 줄었다. 옛 친구들은 나의 손편지가 얼마나 그들을 기쁘게 했는지 말해 주었다. 내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적어도 페이스북 보다는 이런 편지가 우정을 유지하는데 훨씬 더 좋은 방법이라 느꼈다.
친구와 가족들을 만날 때 나는 그들에게 온전히 주의를 기울이기가 훨씬 쉬워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Reclaiming Conversation)”을 쓴 셰리 터클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문자를 대화의 보조도구로 사용했지만 문자가 더 편리할 뿐더러 의사를 전달하기도 쉽다는 점을 알게 되어 대화를 대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진짜 대화를 어려워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한 고등학교 선배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대화는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하게 될지를 모른다는거지.”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아마 크리스마스때 가족과 친지를 오랜만에 만나 대화하는 모든 이들이 그런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얼굴을 마주보고 하는 대화는 피곤한만큼, 그저 몇 줄의 글자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주고 받을 수 있으며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스마트폰에 신경을 끊을 수록 나는 눈앞의 사람과의 대화를 더 즐길 수 있었다.
12월 말 경, 나는 예상치 못한 시험에 들었다. 영국 왕실 훈장을 받게 된 것이다. 연말을 조용히 보내려 했던 나는 쏟아지는 축하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
몇 명의 옛 친구와 산책을 하며 지난 몇 달 동안의 뉴스와 다가올 새해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내 주머니의 스마트폰이 진동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 축하메시지에 바로 답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틈틈이 친구들의 양해를 구하고 답을 보냈다.
다시는 그런 순간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 때의 경험으로 몇 가지를 배웠다. 첫째, 아무리 좋은 의도의 메시지라도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답을 즉시 보내지 않음으로써 감사를 모르는 사람이 될까 두려웠다. 하지만 이는 바보같은 생각이다. 답을 좀 늦게 보내더라도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침착하기 어려웠다. 차라리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나왔어야 했다.
둘째, 나쁜 습관은 쉽게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한 시간에 몇 번이 아니라 하루 한 두 번 확인하게 된 지 몇 주가 지났지만, 축하 메시지가 몰려오기 시작하자 나는 마치 먹이가 혹시 나올까 레버를 계속 당기는 쥐처럼 스마트폰을 계속 확인하게 되었다. 안정을 찾게 되기까지는 다시 며칠이 걸렸다.
셋째, 이것은 긍정적인 소식으로, 소셜 미디어를 중단한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 어떤 신호를 주었다는 점이다. 축하 메시지를 너무 오래 무시하게 될까봐 몇 주 만에 페이스북에 로그인 했을때, 의외로 페이스북을 통해 온 축하 메시지는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페이스북이 나에게 무언가 연락을 하기에 적절한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나는 트위터에 로그인 하고 싶은 생각을 꾹 참았다.
나는 이런 습관을 새해를 맞이한 뒤에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나는 “가입취소(Unsubscribe, 2016)”의 저자이자 팟캐스트 “천천히 부지런히(Hurry Slowly)”를 진행하는 조슬린 글레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든 습관을 한 번에 완벽하게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해요.” 그녀는 나를 응원하며 말했다. 지금도 잘 하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계속 이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글레이는 스스로를 계속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번 규칙을 정하고, 몇 달 뒤에 다시 이를 확인하는 것이다. 책을 쓰는 동안은 트위터를 멀리 하는 것이 맞지만, 책을 홍보하는 동안은 어쩌면 트위터를 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그녀는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어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지에 대해 생각을 다시 해 볼 것을 권했다. 디지털 기기로부터의 탈출은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내가 얻은 교훈
지난 몇 달을 통해 나는 어떤 디지털 서비스를 사용해야 할지애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새해가 시작되고 이메일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을 때 내가 내린 결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나는 트위터가 전혀 그립지 않았다. 나는 이미 수 년 동안 알림 탭을 무시해왔지만 – 그말인 즉슨, 내 기분을 좋게 해주었을 일부와 화를 돋구었을 상당수를 놓쳤다는 것이다 – 어떤 의무와 관성의 이상한 조합에 의해 계속 트위터를 사용해왔다.
나의 새로운 계획은 매주 금요일 한 두 시간만, 내 칼럼과 사람들이 관심있어할 만한 몇 가지 링크를 올리는데 트위터를 사용하고 다시 로그아웃 하는 것이다. 트위터를 더 많이 사용해야할 확실한 이유가 생긴다면, 그 때 다시 이를 생각해볼 것이다.
둘째, 나는 스마트폰에 앱이 별로 없는 상태를 즐기고 있다. 쉽게 비울 수 있는 이메일 앱과 FT 앱 말고는 소수의 앱 만을 남겨 두었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덜 집어들게 되었고, 더 적은 시간을 쓰고 있으며, 스마트폰을 쓸 때에도 필요한 일만을 하고 있다.
나는 피들리 앱이 내 일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다시 깔았다. 하지만, 사용 시간을 계속 주의깊게 지켜볼 것이다. 피들리의 글들을 트위터에 보낼 필요가 없게 되자 피들리는 더 유용한 앱이 되었다. 나는 트위터에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게 필요한 내용을 배우기 위해 글들을 읽는다.
셋째, “스트릭트 워크플로우”는 매우 잘 작동하고 있으며, 나는 금지 항목에 이메일을 추가했다. 지금까지 이메일 금지 프로그램을 몇 번 시도했었고 한 번도 성공한 적은 없지만, 이번에는 훨씬 더 성공적으로 지키고 있으며 이는 이번 시도가 디지털 금지라는 큰 그림의 일부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금지의 장점을 계속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사실 디지털 금지는 습관 바꾸기나 자기 충동 억제와 비슷한 성격의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더 중요한 일에 내 시간과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옛 친구 몇 명은 손편지에 큰 감동을 느낀 듯 보였다. 누구도 페이스북 “좋아요”에 감동을 느끼지 않는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여느 크리스마스와 확연히 달랐고, 나는 12월 초보다 1월 초에 더 건강해진 기분을 느꼈다. 나는 옛 친구들과 더 많이 걸었고, 더 많이 이야기했으며, 더 많이 술을 마셨다. 심지어 몇몇 상상 속의 마법사와 전투를 벌이기까지 했다.
나는 스마트폰에 시간을 더 많이 쓰기 위해 이 모든 행복을 버릴 생각이 전혀 없다.
(파이낸셜 타임즈, Tim Har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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