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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이 밝힌 질량의 정체(1/2)

당신은 지금 이 기사를 읽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아니면 종이에 기사를 인쇄해 읽고 있겠지요. 그것이 무엇이든 적어도 플라스틱이나 유리, 금속, 종이와 같이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분명할 겁니다. 어쨌든 우리는 이들을 물질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정확히 물질이란 무엇일까요? 길이가 1인치를 조금 넘는 (아니면 2.7cm) 정육면체 얼음 한 덩어리를 생각해봅시다. 당신은 이 얼음을 들고 있습니다. 차갑고, 조금 미끄럽습니다. 별로 무겁지는 않지만, 어쨌든 어떤 무게가 나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질문을 바꿔보죠. 이 얼음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요?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은 이 얼음은 어떻게 해서 질량을 가지게 되는 걸까요?

얼음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기 위해 우리는 화학자들의 업적에 기댈 수 있습니다. 그들은 세상이 수소, 탄소, 산소 등 서로 다른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쟝 돌턴과 루이스-게이-뤼샥은 서로 다른 원소들을 결합한 기체들의 부피와 상대적인 무게를 통해 각각의 원소는 특정한 규칙에 따라 결합된 서로 다른 질량의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만들어지는 물의 신비한 성질은 수소와 산소가 각각 2원자 산소인 H_2, O_2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풀렸습니다. 물은 두 개의 수소 원자와 하나의 산소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H_2O라 쓸 수 있습니다.

그럼 첫 번째 질문의 답은 나왔습니다. 이 얼음은 규칙적으로 늘어선 H_2O 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제 두 번째 질문, 곧 얼음이 어떻게 질량을 가지게 되는지를 생각해 봅시다. 아보가드로의 법칙은 1몰의 물질이 6 x10^23개의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합니다. 몰이란 분자량을 그램(g)이라는 단위로 바꾸는 방법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수소 원자 하나의 분자량이 1일 때 H_2 형태의 수소 기체의 분자량은 2이며 산소(O_2) 기체의 분자량은 32, 곧 산소 원자 하나의 분자량은 16입니다. 따라서 물(H_2O)는 2 x 1 + 16 = 18의 원자량을 가집니다.

우연히, 지금 당신 손의 얼음은 18g 정도이며, 이는 대략 1몰의 물 분자가 그 얼음 안에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아보가드로 법칙은 물 분자의 수가 6 x 10^23임을 알려줍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도 어느 정도 나온 것 같습니다. 그 얼음의 질량은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하나로 이루어진 물 분자 6 x 10^23개의 질량입니다.

물론 우리는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J.J. 톰슨과 에른스트 러더포드, 닐스 보어 등의 물리학자들은 20세기 초, 모든 원자는 중심에 있는 무거운 원자핵과 주위를 도는 가벼운 전자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원자핵에 들어있는 양성자의 수는 그 원소의 화학적 성질을 결정합니다. 수소 원자는 하나의 양성자를, 산소 원자는 8개의 양성자를 가집니다. 이 숫자는 곧 원자 번호라 불립니다. 하지만 원자핵의 전체 질량은 양성자의 수와 중성자의 수를 더한 값에 의해 결정됩니다.

수소 원자는 하나의 양성자만을 가지고 있고 중성자가 없으므로 전체 원자량은 1입니다. 산소 원자 중 가장 흔한 이성질체는 8개의 양성자와 8개의 중성자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원자량은 16입니다. 이 원자량이 위에서 이야기했던 분자량을 만드는 상대적 질량비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양성자와 중성자에 비해 질량이 매우 작은 전자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얼음의 질량은 그 얼음 속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 속 양성자와 중성자의 질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 분자 H_2O에는 10개의 양성자와 8개의 중성자가 있기 때문에, 지금 당신 손 안 얼음의 질량은 – 양성자와 중성자의 작은 질량 차이를 무시한다면 – 전체 108 x 10^23개의 양성자와 중성자 무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양성자와 중성자 역시 더 작은 소립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들은 쿼크라 불립니다. 양성자는 두 개의 업 쿼크와 하나의 다운 쿼크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성자는 두 개의 다운 쿼크와 하나의 업 쿼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쿼크들은 색력(color force)과 질량이 없는 글루온에 의해 양성자와 중성자로 묶여 있습니다.

계속 가봅시다. 손안의 얼음에 들어있는 108 x 10^23개의 양성자와 중성자는 324 x 10^23개의 업 쿼크와 다운 쿼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얼음의 질량은 결국 이들 소립자 질량의 합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우리가 입자에 대해 선입견을 품고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소립자 데이터들을 정리한 웹사이트를 찾아보면, 업 쿼크와 다운 쿼크는 너무 가벼워 그 질량을 정확히 말할 수 없고, 범위만을 알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들 입자의 질량은 MeV/c^2으로 측정됩니다. 이 단위에서 업 쿼크의 질량은 2.3이며 범위로 표현하면 1.8~3.0입니다. 다운 쿼크는 약간 더 무거워서 4.8이며 4.5~5.3의 값입니다. 전자는 같은 단위에서 0.51의 값을 가집니다.

이 사실은 이상합니다. 같은 MeV/c^2단위로 양성자의 질량은 938.3이며 중성자의 질량은 939.6입니다. 업 쿼크 두 개와 다운 쿼크 하나의 질량 합은 9.4로 양성자 질량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업 쿼크 하나와 다운 쿼크 두 개의 질량 합은 11.9로 중성자 질량의 1.3%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럼 양성자와 중성자 질량의 99%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쿼크가 어떤 존재인지 더 알아야 합니다. 쿼크는 고대 그리스나 역학 철학자들이 상상했던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입자”가 아닙니다. 이들은 양자역학적 파동-입자입니다. 근본적인 요동을 가진 양자장입니다. 업 쿼크와 다운 쿼크는 전자보다 겨우 몇 배 더 무거우며, 우리는 전자의 파동-입자적인 성질을 실험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업 쿼크와 다운 쿼크 역시 기이한 성질을 가집니다.

앞에서 말한 질량이 없는 글루온과 특수 상대론, 곧 E=mc^2, “맨 질량(bare mass)”과 “꾸민 질량(dressed mass)”, 그리고 모든 기본 입자의 질량을 만들어내는 근원(origin)인 힉스장이 있습니다. 양성자와 중성자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려면 쿼크 사이의 색력에 대한 양자장 이론인 양자 색역학(chromodynamics)을 알아야 합니다.

쿼크와 글루온은 색깔 “전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정확히 뭘까요? 사실 우리도 이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쿼크와 글루온에 이런 특성이 있으며, 세 가지 형태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리학자들은 이들을 빨강, 파랑, 초록으로 부릅니다. 하지만 누구도 분리되어 존재하는 쿼크나 글루온을 “본” 적이 없으며 따라서 누구도 이들의 드러난(naked) 색전하를 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양자색역학(QCD)은 색전하가 드러날 경우 거의 무한대의 에너지를 가지게 될 것이라 말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자연은 색전하가 드러나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우리가 어떻게든 색전하를 드러낸 쿼크를 분리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 경우 에너지는 너무나 커져서 “빈” 공간에서 가상의 글루온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한 정도가 됩니다. 전자가 자신이 만든 전자기장에서 가상의 광자를 통해 이동하듯, 드러난 쿼크 역시 자신을 감추는 가상의 글루온을 만들어냅니다. 광자와 달리 글루온은 자신의 색전하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전체 에너지를 낮추게 되고 드러난 색전하를 어느 정도 감추게 됩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색이 드러난 쿼크는 극히 부끄러워하며 재빨리 글루온으로 자신을 꾸민다고 말입니다.

(노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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