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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딜레마: 법치 강조는 반정부 세력에 힘을 실어준다?

2012년 시진핑이 주석 자리에 올랐을 때 그가 했던 말은 고통받던 중국의 리버럴들에게 한 줄기 희망을 던져주었습니다. 자신의 입으로 “모든 시민들이 법 앞에 평등하도록 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시민들이 법에 따라 더 많은 권리와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으니까요. 이는 빠르게 증가하던 중국의 중산층을 향한 제스쳐였습니다. 이들의 지지 없이는 당의 지배력도 흔들릴 거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었죠.

시진핑은 “법치”를 강조했지만, 그 의미와 적용 범위는 제한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토지 몰수, 부정부패나 행정 무능의 피해자들이 거리로 나와 항의하지 않도록 법정에서 재판을 받도록 해주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중국 로스쿨의 수준이 높아지고, 법원의 독립성과 공정성 역시 개선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역시 제한적입니다. 여전히 “반체제적”이라는 혐의를 받으면 위험천만한 처지에 놓이게 되죠. 문제는 농민들의 토지권을 변호하는 변호사들이 공산당의 뜻에 반하는 신념을 가진 자들(기독교인, 파륜궁 신도, 반정부 인사를 변호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시진핑 주석의 눈에 변호사들은 조직적으로 공산당의 정당성을 저해하려는 리버럴들로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시진핑이 두려워하는 것은 이웃 대만의 전례입니다. 7,80년대 독재 국가였던 대만에서 반독재 운동을 주도한 것이 바로 독립적인 변호사들이었으니까요.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약자를 대변한다는 명분을 가진 변호사들은 중국 당국이 원하는 법치를 세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입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당과 시민 사회, 민간의 영역 구분이 분명치 않습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할수록, 국가의 결정에 반문을 제기하고픈 사람도 늘어날 것입니다. 당에게 적용되는 법과 개인에게 적용되는 법이 다르다는 식의 논리를 저항없이 받아들일 사람들도 줄어들 것입니다.

법이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 사회에서 혼란은 피할 수 없습니다. 지난 6월 10일 상하이 한복판에서는 부동산 가격을 하락시킬 정책 변화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당국은 주동자들을 잡아들이고 인터넷에서 시위 관련 언급을 검열하는 식으로 대응했죠.

시진핑 주석은 딜레마에 처해있습니다.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려면 제대로 운영되며 예측가능한 사법 체계가 필수적이지만, 법치에 대한 강조는 변호사들의 세를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니까요. 하지만 폭발적인 경제 성장기가 막을 내리면서 더 큰 문제가 찾아올 것입니다. 사람들은 공정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이제는 나를 부자로 만들어주지도 못하는 당에게 더더욱 분노하게 될테니까요.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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