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회사가 공짜로 제품을 공급하는데, 그 회사가 부당하게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주장은 어딘가 이상합니다. 또 어떤 회사의 제품이 확실히 다른 경쟁사 제품보다 우월한데 그 회사가 경쟁사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그래서 소위 “네 기사(four horsemen)”라 불리는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그리고 구글이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이 불편하지만 왜 불편한지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기술 회사들은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더욱 높은 수익을 올려 왔습니다. 초기 투자 비용은 크지만 서비스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할 때(혹은 사용자가 한 명 늘어날 때) 발생하는 비용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서비스가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를 갖추게 되면, 그 서비스는 하나의 표준이 되면서 다른 서비스들이 이 서비스의 표준에 맞추게 됩니다. 이후 더 우월한 서비스를 경쟁사가 출시하더라도 새로운 서비스는 기존 서비스와의 경쟁이 쉽지 않습니다.
IT 기업은 또 네트워크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검색 엔진, 소셜 네트워크, 온라인 쇼핑몰은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그 서비스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사용자들은 다른 사람들도 많이 쓰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 합니다. 그렇다면 위에 언급한 4개의 회사가 시장을 독점하는 것은 자연 독점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독점 – 높은 고정비, 높은 초기 투자 비용, 규모의 경제 등으로 인해 하나의 회사가 산업 전체를 독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때 발생하는 독점, 역자 주)
공업 시대의 사고방식으로 생각하면 자연독점의 경우 가격을 규제하거나 사업 자체를 국유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격을 규제하거나 서비스를 국유화하는 게 과연 올바른 해결책일까요?
규제하지 않을 경우 지금의 독점 구조는 시장 안에서 일어나는 건전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독점기업이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경쟁자의 기술을 모방한 후 이미 충분히 확보한 사용자 수를 기반으로 경쟁사를 몰아낼 수 있습니다. 경쟁사를 몰아내고 나면 독점기업은 기술 혁신을 할 유인을 잃습니다. 이번 주 페이스북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페이스북은 경쟁사인 스냅의 제품과 매우 흡사한 카메라 기반 제품들을 선보였습니다. 많은 사람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리고 사용자보다는 콘텐츠 공급자나 광고주가 오히려 더 착취당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은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콘텐츠 공급자나 광고주에게 부당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이 출판사들과 우여곡절 끝에 어느 정도는 타협했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덕분에 음악 출판업자들이 아이튠스 이상의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런 노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구글은 애드블록(ad-blocker, 인터넷 광고를 자동으로 화면에서 숨겨주는 기능, 역자 주)을 크롬 웹 브라우저에 배포하려 하고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보는 광고 수를 제한하려고 합니다. 독점 기업들이 이런 조치들로 광고주의 광고 기회를 제한함으로써 가격을 올리진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약탈적 가격 책정의 문제가 있습니다. (약탈적 가격 책정 – 독점기업이 일정 기간 손해를 감수하고 한계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공급해서 상대적으로 자본 규모가 작은 경쟁자를 시장에서 배제하는 행위, 역자 주) 전통적으로 약탈적 가격 전략은 기업의 이윤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이 전략을 사용하는 기업으로서도 항상 좋은 전략은 아니지만, 인터넷 서비스 기업의 경우 성장률만 받쳐준다면 적정 수준의 적자는 감수할 수 있으므로 이 전략이 유용할 수 있습니다. 향후 10년 혹은 그 이상 온라인 유통 시장 독점 상태가 지속한다면 소비자에게는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위에서 언급한 네 개의 회사가 지금까지 가장 잘해온 것입니다. 이 회사들은 앞으로도 소비자의 행복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하지만 인터넷 서비스 산업에서 건전한 시장 경제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네 기사를 낙마시키지 않기로 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우리는 수많은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를 영원히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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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과 네이버가 생각나네요. 이들의 영향력은 이 기사에 나온 것 말고도 대중의 인식과 가치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이 점 또한 강력하게 추가하고 싶습니다. 정보를 선별적으로 강조하는게 쉽고 티나지 않으면서도 한 나라의 정치를 쥐락펴락 할 수 있기 때문이죠(네이버의 실시간 검색 순위 조작 의혹, 페이스북과 구글의 가짜 뉴스 스캔들을 기억하시나요?).
아무래도 이 문제의 가장 좋은 해답은 저작권과 특허권을 폐지하고/하거나 자유 소프트웨어로 모든걸 구축하여 비정부적인 공공 영역으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