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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력 개념의 문제(1/2)

성공한 변호사이자 성격이 온화한 토마스는 자신이 알코올 중독이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내 병원을 찾았을 때 그는 밤마다 예닐곱 잔의 와인을 마셔야 했고, 가족들에게는 이를 숨기고 있었으며, 술 때문에 다음날의 근무에도 지장을 받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술을 줄일 방법에 관해 이야기했고 다음번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2주 후, 그는 풀이 죽은 채 나타났습니다. 그의 습관은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나는 전혀 술을 줄일 수 없었어요. 의지력의 부족 같습니다.”

존 역시 술 때문에 나를 찾아온 사람입니다. 첫 번째 만남에서 나는 그에게 음주량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방법을 설명했고, 건강을 위해 꼭 줄여야 하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한 달 뒤 찾아온 그는 자신의 음주 습관을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그는 자신의 아내가 항상 자신의 모습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며 때로 다음 날이 너무 힘들기도 하지만, 자신이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으며, 자신의 삶에서 술이 진정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존과 토마스가 한 행동은 비슷합니다. 그들은 모두 단기적 유혹에 굴복해 장기적 목표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토마스는 이를 자신의 의지력과 관련한 문제로 본 반면, 존은 의지력이 아닌 다른 관점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습니다. 즉, 존과 토마스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설명한 것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토마스의 방식이 더 익숙할 것입니다. 토마스가 스스로 내린 진단인 ‘의지력 부족’에 동의하고, 어쩌면 이를 용기 있는, 객관적인 결론이라 말할 것입니다. 또한, 존의 방식인 문제를 다르게 정의하는 것은 진짜 문제를 회피하는, 일종의 자기기만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토마스의 관점에도 존의 관점만큼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토마스가 사용한 의지력이라는 단어는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신화에 가까운 개념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의지력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대부분 사람에게 이상하게 들릴 것입니다. 하지만 중독 전문 정신과 의사이자 임상 정신의학 조교수인 나는 점점 더 이 의지력이라는 개념에 의문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이를 바탕으로 한 자기계발(self-help)이라는 강박적 문화에 우려를 느끼고 있습니다. “자기통제 능력을 키우는 방법(boost self-control)”이나, 심지어 “의지력을 키우기 위한 명상법(meditate your way to more willpower)”에 이르는 셀 수 없이 많은 책과 블로그들이 있지만, 이런 이야기 대부분이 제대로 된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는 연구 결과들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의지력이라는 단일 개념 때문에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자기통제 능력을 구분하지 못하게 됐으며, 의지력이 유한할 뿐 아니라 소진될 수 있다는 위험한 신화도 널리 퍼져 있습니다. 철학자 네드 블록(Ned Block)의 말을 빌리자면, 의지력(willpower)은 다양한 의미를 가지며 때로 여러 인지기능과도 모순되는 잡종(mongrel) 개념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문제는 더 분명해 집니다. 이제 이 개념을 완전히 버려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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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력과 자기통제에 관한 생각은 서양 문화에 매우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초기 기독교의 신학자 히포의 어거스틴은 전능한 신이 만든 세상에 왜 죄가 존재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자유의지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철학자들이 종교를 벗어난 이후인 계몽의 시기에도 데이비드 흄 같은 이들은 과학적 결정론과 자유의지를 동시에 설명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자신의 책 “의지력: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의 재발견(Willpower: Rediscovering the Greatest Human Strength)”에서 구체적인 “의지력(willpower)” 개념이 등장한 것이 빅토리아 시대라고 말합니다. 19세기는 종교가 쇠퇴하고 인구가 늘어났으며, 만연한 가난 때문에 하층계급이 기존의 도덕적 가치관을 계속 유지할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존재하던 시기입니다. 자기통제는 빅토리아 시대의 가장 큰 고민이었으며 때맞춰 1859년 출간된 “자기계발(Self-Help)”은 자기부정(self-denial)과 지칠 줄 모르는 인내의 가치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들은 산업혁명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와, 자기통제의 엔진을 가동하는 힘을 의지력으로 정의했습니다. 의지력의 부족은 경멸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옥스포드 사전에 따르면, 이 단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874년 술이 가져올 도덕적 문제에 대한 걱정을 묘사하면서입니다. “주정뱅이는 저급한 욕망에 의지력과 도덕을 정복당한 이다.”

20세기 초, 정신의학이 합법적이고 과학적인 분야로 자리 잡던 시기에 프로이트는 “초자아(superego)”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이 초자아는 부모와 사회에 의해 내면화된 것으로 비판적이면서 도덕적인 정신을 의미하며 정신의학에서 의지력과 가장 가까운 개념입니다. 초자아는 이드(id)에 대항하는 자기통제 기능을 하며, 동시에 윤리와 가치판단 역할을 맡습니다. 프로이트는 빅토리아 시대를 마무리한 사람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초자아 개념은 빅토리아 시대의 이상을 과학적 개념에 가깝게 표현한 것입니다. 20세기 중반, B.F 스키너는 행동을 제어하는 내부의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심리학계는 행동주의로 돌아섰고, 의지력은 잊혔습니다.

자기 통제 연구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 일으킨 최근 수 십 년 동안의 예상치 못한 실험들이 아니었다면 의지력은 그렇게 사라졌을 지 모릅니다. 1960년대 미국의 심리학자 월터 미쉘은 아이들이 더 큰 보상을 위해 눈앞의 마시멜로를 참을 수 있는지 실험한 그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아이들은 당장 하나의 마시멜로와 잠시 후 두 개의 마시멜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그는 몇 년 뒤, 자신이 테스트했던 아이들의 학교와 직업적 성과를 들은 뒤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추적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는 눈앞의 유혹을 참을 수 있었던 아이들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두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 실험은 의지력에 해당하는 심리학 용어인 “자기 통제(self-control)”에 대한 새로운 학문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연구들은 또한 학계와 언론에서 모두 통용되는 의지력의 정의, 곧 순간적인 충동을 억누를 수 있는 자기통제력의 크기라는 현대적 정의를 세우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한편 미국심리학회(APA)는 의지력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장기적 목표를 위해 단기적 유혹에 저항하는 능력.” 이 능력은 대체로 독립된, 제한된 자원이며 소모될 수 있는 에너지처럼 묘사됩니다. 이런 제한된 자원이라는 개념은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죄의 충동에 저항하는 능력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물리적인 근력, 지구력, 또는 폐활량 등의 개념과도 유사합니다. 1990년대 심리학자 로이 바우바이스터는 그가 “자아의 고갈(ego depletion)”이라 부른, 이 의지력의 용량을 측정하는 실험을 수행합니다. 그는 대학생 한 팀에게는 눈앞의 초콜릿 쿠키 대신 샐러드 무를 먹도록 하였고, 다른 팀에게는 쿠키를 마음껏 먹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자기통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무를 먹은 팀이 더 낮은 성적을 받았으며, 이는 그들이 쿠키를 먹지 않기 위해 의지력을 소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아의 고갈 효과를 보이는 실험은 수십 번 재현되었고 바우마이스터 본인의 책을 포함해 많은 베스트셀러와 셀 수 없이 많은 연구 프로그램이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2015년, 지금까지 발표되지 않은 연구들을 포함해 이 효과를 더욱 엄밀하게 검증한 메타 연구를 보면 상당히 연구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편향이 존재하며, 자아의 고갈 효과가 실재한다는 증거가 매우 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2,100명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적인 실험을 준비했고, 최근 발표된 이 실험의 결과는 이 효과의 존재를 증명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는 심리학 재현 실패 위기의 또 다른 예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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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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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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