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의 흥행주” 혹은 “지적 촉매”로 통하는 Edge.org의 기획운영자 존 브록만. 영리한 서적상이자 비즈니스맨이며 엄청나게 유리한 계약을 따내기로 이름난 그를 문화계의 “거물”이라 부르는 이유는 단지 그가 출판업계의 큰손이어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의 사업적 수완은 기실 “제3의 문화”를 이끄는 열정을 뒷받침하는 수단입니다.
워홀의 “공장”에서
스물세 살의 존 브록만은 낮에는 금융업계를, 밤에는 60년대 예술계의 한복판을 누볐습니다. 로버트 라우셴버그와 클래스 올덴버그, 혹은 살바도르 달리를 “삼나무 주점”에서 만났으며, 마침내는 앤디 워홀의 “공장”에 이르렀습니다. “믿기지 않는 창조적 시간이었죠. 거리를 말 그대로 날아다녔어요.” 브록만은 말합니다. “돈의 세계는 나를 매혹시키지 못했어요. 내 관심은 늘 문화적인 데 있었죠.”
“당시 예술계는 사이버네틱스에 흠뻑 빠져 있었어요. 의사소통의 수학적 이론을 파고들었죠.” 노버트 위너의 “사이버네틱스”와 “생명체와 기계의 소통 및 제어”을 탐독한 브록만은 전설적인 “버섯의 만찬” 자리에서 존 케이지와 관련된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으나 그리 큰 성과를 얻진 못했습니다. 환각에 바탕한 반문화의 시대였으나 정작 브록만 그 자신은 향정신성 약물을 기피했습니다.
그 대신 그는 돈과 문화의 세계를 성공적으로 결합했습니다. 공화당이 예술에 대한 지원을 삭감하는 동안 브록만은 기부자들과 굶주린 예술가 친구들을 잇는 황금 다리나 다름없었습니다. 적절한 이들과 관계를 맺어 한데 모으는 재능과 더불어, 이러한 역할은 그에게 “문화계의 흥행주”라는 평판을 부여했습니다. “나는 무대 저편에서 불을 켜고 끄는 사람이지요.”
스물 세 살의 브록만은 미래의 아내, 말하자면 뉴욕에서 가장 유명하던 문학 출판업자의 딸과 첫 책을 계약하게 됩니다. 마셜 맥루한과 노버트 위너에게 영감을 받은 이 책은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천재”라 예찬하는가 하면 “제정신이 아닌 으스스한 책”이란 혹평도 따랐습니다. 그 이후 브록만은 편집자의 지위에 머물렀습니다. “가장 훌륭한 업적은 이미 20대에 이루어 버렸어요.” 허나 그 자신을 끊임없이 재발명하려는 충동은 브록만이 삶을 대하는 방식이도 합니다. 이는 또한 그가 지난 삼십 년간 운영해 온 사이버 포털인 Edge.org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최고의 포럼
물리학자 겸 소설가였던 C.P.스노가 지적한 “두 문화” 간 거리를 좁히려는 충동에서 일어난 Edge.org는 그간 경험과학의 영역에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포럼을 운영해왔습니다. 이곳을 거쳐간 이들 중엔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네만, 신경과학자 에릭 칸델, 지놈 전문가 크레이그 벤터 및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이 있습니다.
그는 세칭 세 개의 “큰 N”, 즉 뉴요커, 뉴욕 리뷰 오브 북스, 뉴욕 타임즈 북 리뷰를 가리켜 자연과학을 향한 인문학계의 오만한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다고 지적합니다. “지적인 삶이 곧 문학의 동의어라 여기는 사람들이 ‘지성’이란 단어를 훔쳤죠.” 물론 이러한 “전통적 지성”에 대한 혐오는 “제 3의 문화”가 거리를 좁히고자 쏟아붓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말입니다.
기실 “두 문화” 간 화해는 오래 전부터 꾸준히 이루어져, 이제 신경학이나 진화생물학, 컴퓨터 기술이 여러 철학적 문제에 대답을 내놓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브록만이 주장하는 경험과학의 우위가 확실하다고 여겨도 될 정도로 말이죠.
혼란과 대립
어떤 측면에서, Edge.org는 행위예술가 제임스 리 바이어즈가 1980년대 시도했던 “리얼리티 클럽”과도 닮아 있습니다. 베티 프리단,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 정치운동가 애비 호프먼 등이 주축이 되어 실현하고자 했던 아이디어는, 말하자면, 수백 명의 뛰어난 지성을 한 방에 모으자는 계획이었습니다. 비록 초대된 이의 70퍼센트가 거절하긴 했지만요.
브록만의 별명인 “지적 촉매”는 이 점에서 끊임없이 빛을 발합니다. 그의 계시적 충동과 더불어 독창적이지 못한 냄새를 풍기는 것들에 대한 본능적 혐오에 이르기까지, 이 독립적 정신은 블랙 팬서의 지도자 휴이 P. 뉴튼과 백악관,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갑부 계층 혹은 루퍼트 머독이 대변하는 아이비 리그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도록 도왔습니다. “기이함, 혼란, 그리고 대립”이야말로 그의 “세 절친”이라 할 만하다고 브록만은 말합니다. (Edg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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