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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차단?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엇갈리는 입장

미국 대통령이 주요 소셜미디어에서 차단당하는 사태가 발생할까요? 답은 어떤 사이트인가에 따라 그럴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 닥친 상황은 아닙니다만, 전적으로 상상 속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현 대통령 당선인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음모론을 퍼뜨리고, 정치 라이벌들을 협박하고, 기자들을 공격하고, 종교적 차별을 부추긴 장본인이니까요.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이전부터 트럼프와 그 동지들의 포스팅을 놓고 고민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매우 상반된 해결책을 내놨죠.

페이스북은 트럼프 당선인의 뉴스 가치와 그가 누리고 있는 폭넓은 지지를 근거로, 그에게는 일반 사용자들과 다른 특별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반면 트위터는 대통령에게도 예외없이 규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죠.

트위터는 최근 백인 우월주의, 백인 민족주의, 반유대주의와 연계된 트럼프 지지세력인 이른바 “대안우파(alt-right)”의 논객과 활동가 일부의 계정을 정지시킨 바 있습니다. 주요 정부 인사나 대통령의 계정에도 같은 조치를 취하겠냐는 질문에 트위터의 대변인은 “폭력적인 협박, 괴롭힘, 증오 행동, 다계정 남용 등을 금지하며 이런 규정에 위배되는 계정에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답했죠. 대통령에게도 마찬가지냐고 재차 묻자 “트위터의 규정은 모든 계정에 적용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한때 언론의 자유를 모토로 내세웠던 기업치곤 매우 강경한 입장입니다. 그러나 트위터는 동시에 온라인 상의 괴롭힘과 혐오 발언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하는 쪽으로 변모해왔습니다. 폭력 옹호, 다른 사용자에 대한 괴롭힘, 인종, 민족, 국적, 성적지향, 젠더, 젠더 정체성, 종교, 나이, 장애 및 질병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고 있죠.

트위터에 비해 마크 주커버그가 이끄는 페이스북은 이에 비해 트럼프를 비롯한 정치적 인물들에게 보다 유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이메일에서 “정책에 위배되는 컨텐츠에 대한 신고가 들어오면 맥락을 고려해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트럼프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맥락”에 “정치적 담론으로서의 가치”도 포함된다고 설명했죠.

한편 지난 10월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 내부에서 트럼프의 페이지가 혐오 발언에 대한 규정을 위반하니 삭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음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주커버그가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가 올린 정치적 포스팅을 삭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결론 내렸다는 보도였죠. 11월 10일, 주커버그는 한 테크 컨퍼런스에서 “페이스북의 진짜 목표는 우리 커뮤니티가 원하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예전 같으면 그런 종류의 컨텐츠가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 것이라고 판단했겠지만,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금은 이것이 주류 정치 담론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고, 그게 비이성적이라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울 수 박에 없다”고 말했죠.

한때 트위터가 무엇이든 쓸 수 있는 공간이었고 페이스북은 가족친화적 이미지로 통했던 것을 생각하면, 두 소셜 네트워크의 역할은 완전히 뒤집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최근 기존 정책에 대한 반발에 직면하면서 입장을 조정해왔습니다. 페이스북은 베트남전 당시의 “네이팜 소녀” 사진을 삭제했다가 거센 반발로 결정을 뒤집은 적이 있죠. 반면 트위터는 트롤과 악플러들을 뮤트, 블록, 신고하는 기능을 강화했고, 혐오 발언의 해석 범위를 확대하겠다고도 발표했죠.

아직까지 트럼프의 계정이 삭제되기는커녕 트윗 하나 삭제된 적 없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제 아무리 트럼프라도 실제로 트위터에서 차단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페이스북도 결국은 대통령의 포스팅이 부적절한 컨텐츠라고 판단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트위터에서 문제가 될만한 포스팅이라면 페이스북의 규정에도 위배될 가능성이 크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두 기업이 같은 문제를 두고 정반대의 접근법을 선택한 것은 흥미롭습니다. 트위터의 대응은 온라인 괴롭힘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약자나 강자나 같은 규칙의 적용을 받는 민주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최근의 정책과 궤를 같이 합니다. 리스크는 실제로 이런 강경한 입장을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죠.

반면 페이스북은 정치와 미디어 부문에서 자사의 역할이 확대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규정을 현실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정책을 트럼프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은 “중립적인 플랫폼”으로서의 이미지를 저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중립적인 플랫폼”이란 다양한 정치적 세력의 견해와 행동이 동등한 의미와 무게를 갖는다는 전제 하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것인데, 트럼프 시대에 이 전제가 성립할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슬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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