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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녀에게 뚱뚱하다고 말하지 마세요

당신의 자녀가 뚱뚱하다면 이 말을 그대로 자녀에게 하시겠습니까? 저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대놓고 “살 좀 빼라!”고 말을 하거나, 은근히 저칼로리 식단을 들이미는 제 모습은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제 아이가 너무 어리기도 하지만, 제 평소 성격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저는 아마 호들갑스러운 애정 표현과 무한 긍정으로 딸을 당혹스럽게 하는 그런 엄마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실제로 그런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그것이 반대쪽보다 낫다고 생각하니까요. 저는 세상으로 나아갈 아이가 사랑에 대해 높은 기대치를 갖는 편이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자신이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보다 낫다고 믿습니다. 내 자녀가 언젠가는 면전에서 대놓고 비판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도, “역시 난 그랬어…”라는 반응보다 “아니, 저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니!”라는 반응을 보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의견이란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알고 있기를 바라고요.

제가 유별난 엄마라서, 또는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씀하실 분도 있겠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어릴 때 부모로부터 “뚱뚱하다”는 말을 들은 여성이 커서 식이장애에 시달릴 가능성, 실제 몸무게에 관계없이 자신이 비만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습니다. 물론 일간지에 실리는 “연구 결과”들이 종종 그러하듯, 이 연구에도 논리적 오류가 있어보입니다. 우선, 식이장애를 유발한 것이 부정적인 코멘트가 아니었을 수도 있죠. 반대로 부정적인 코멘트를 쉽게 의식하고 기억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 식이장애를 앓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닐까요? 그저 쉽게 상처받는 타입이라서 말이죠.

어느 쪽이든, 아이를 가진 부모가 해야할 일은 분명합니다. 자녀에게 뚱뚱하다고 하지 마세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사실 누구에게든 뚱뚱하다고 말하는 건 무례한 일이죠. 친척이나 이웃, 직장동료, 지나가는 버스 기사에게도 하지 않을 말을 가장 아끼는 사람에게 한다니요.

어떤 이들은 자녀에게 “진실”을 말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주장합니다. 살을 빼라고 하는 것은 자녀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지적이라고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세요. 부모까지 나서서 지적하지 않아도, 뚱뚱한 사람들은 이미 자신이 뚱뚱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부모가 그 사실을 재확인시켜주는 것은 상처가 될 뿐이죠.

저는 뚱뚱한 10대 소녀였습니다. 맛없는 다이어트식으로 점철된 나날을 보냈죠. 늘 입는 커다란 검정 티셔츠를 어떻게든 예쁘게 꾸며보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카일리 미노그의 몸매를 꿈꾸며 그녀의 음악을 귀에 꽂고 사이클링 머신 위에서 보낸 시간, 조깅을 하면서 보낸 시간들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지요!

머리 속에는 늘 살을 빼야한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어지간히 지루한 10대를 보냈나보다 여기시겠지만, 저의 10대는 그 누구보다도 화려했습니다. 책을 내고, 불법 도박에 손을 댔으며, 영화배우 제이슨 도노번과 토크쇼에 출연하기도 했죠.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동안에도 제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오직 하나였습니다. 턱선이 드러나는 얼굴과, 길고 가는 팔다리,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수영복을 입을 수 있는 몸뚱아리였죠. 정말로 외롭고 고통스러운 나날들이었습니다. 도망칠 수도 없는 내 몸을 혐오하는 마음이라는 건 너무나도 이상하죠. 밤낮으로 울며 기도한 날들이 셀 수도 없습니다. 그 자체로도 끔찍한 경험을 더 끔찍하게 만들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바로 누군가에게서 뚱뚱하다는 말을 듣는 것이었습니다.

37세에 담배를 끊으려했을 때도 저는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가까운 친구,나 애인에게건, 기차역에서 만난 낯선 사람에게건 흡연이 얼마나 더럽고 반사회적인 습관인지를 지적받는 일은 결코 금연에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괴감에 담배 한 대 생각이 간절해졌죠.

그러니 누군가의 약점을 건드리며 “네게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일이 실은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그만 두도록 합시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런 말을 하는 나의 의도가 그렇게까지 선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으니까요.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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