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에 대해 남녀가 매우 다른 면역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6월 보스턴에서 열린 미생물학회에서 발표된 이러한 연구결과는 백신 프로그램뿐 아니라 더욱 개인화된 질병 치료에의 가능성을 알려줍니다.
남녀의 감염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는 것이 알려진 것은 꽤 오래전의 일입니다. 1992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세네갈과 아이티에서 사용한 새로운 홍역 백신이 여자아이들의 사망률 증가와 관련이 있음이 밝혀지자 긴급히 이를 수거한 바 있습니다. 왜 남자아이들은 이 백신의 영향을 받지 않았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사건은 처음으로 과학자들에게 남녀가 다른 면역 시스템을 가지고 있을 수 있음을 알려준 사건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독일 함부르크의 하인리히 페테 연구소의 면역학자인 마커스 알트펠트는 여성은 뱃속의 태아와 신생아를 위해 더욱 강력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면역 반응을 진화시켰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능력에는 비용이 따릅니다. 과도한 면역반응은 자기 자신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다발성 경화증이나 루퍼스와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발병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녀의 반응 차이를 조사한 연구는 거의 없으며 따라서 어떤 차이가 존재하는지는 별로 알려져있지 않습니다. 특히 여성의 월경과 임신은 임상시험의 결과를 해석하기 복잡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다수의 임상시험은 남성들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집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병원의 면역학자 린데 메이야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것은 불편한 진실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연구내용이 성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질 가능성을 정말로 알고 싶어 하지 않지요.”
그러나 이제 과학자들은 몇몇 중요한 기작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호주 타즈매니아 대학의 감염병 연구자 케이티 플라나간은 이번 회의에서 감비아의 유아들에게 접종된 결핵 백신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그녀는 백신이 여아들에게서는 항염증 단백질의 생산을 억제했지만, 남아들에게서는 그런 효과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백신은 여아에게 면역반응을 일으켰고 따라서 여아에게 더 효과적인 백신일 수 있습니다.
호르몬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에스트로겐은 항바이러스 반응과 관련된 세포들을 활성화하는 반면, 테스토스테론은 염증을 억제합니다.
메릴랜드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 대학의 내분비학자 사브라 클라인은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화합물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전의 비강 세포에 주입했을 때 있었던 일을 말합니다. 여성의 비강 세포만이 호르몬에 반응했고 바이러스와 싸웠습니다.
감염에 대한 성차에는 유전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메이야드는 바이러스를 감지하고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TLR7 이라는 단백질을 연구합니다. 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는 X 염색체에 존재하기 때문에 여성은 남성보다 더 강한 면역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메이야드는 여성의 두 X 염색체 중의 하나가 과발현을 피하고자 억제되는 것을 막는 어떤 방법이 있기 때문이라 추측합니다.
올해 말 시작되는 연구는 유전자와 호르몬이 각각 감염에 미치는 영향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알트펠트와 그의 동료들은 성전환 수술을 한 40명의 성인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만약 여성 호르몬이 주요한 원인이라면, 성전환 여성들은 성전환 남성보다 감염에 대해 더 강력한 면역반응을 보일 것이며 자가면역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 역시 더 크게 겪을 것입니다.
이런 결과들이 어떻게 처방과 투약의 기준을 바꾸게 될 것인가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2014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전임상(pre-clinical)실험에서 사용된 동물의 성별을 반드시 표기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유럽에서도 같은 흐름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5년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NIH가 연구자들로 하여금 두 성별을 모두 포함한 임상시험을 요구하는 규정을 강제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습니다.
GAO에 따르면, 두 성별을 모두 포함한 연구라 하더라도 NIH는 연구자들이 성별에 따른 차이를 실제로 조사했는지를 항상 추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클라인은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예를 들어 여성에게는 백신의 양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의 더욱 효과적인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합니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무시하는 척해 왔습니다.” 플라나간은 말을 잇습니다. “사람들이 놀랄 일이 많을 것입니다.”
(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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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오역입니다. inequality 는 차이가 아니고 차별이라고 해야 합니다. 감염에 대한 연구가 (과학에서 일어나는) 성차별을 보여준다는 내용이구요.
네,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본문에 "(과학에서 일어나는) 성차별"의 요소들과 남녀의 면역에 있어서의 (진화적) 차이가 모두 있다고 보이며 (이 경우 inequality 는 '불균형'이나 '불평등'의 의미겠구요) 저자가 중의적으로 제목을 달았을 듯한 느낌은 있습니다. 이를 반영해 제목을 수정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1. multiple sclerosis 는 통상 다발성 경화증으로 번역합니다.
2. American english에서 estrogen 으로 쓰고, 흔히 에스트로겐으로 알려진 호르몬은 어근의 Greco-Roman origin이 oestrus/oistros인 관계로, British Commonwealth에서는 oestrogen 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도 독일어처럼 외스트로겐으로 발음하지는 않습니다. 굳이 발음 나는대로 쓰자면 이스트로겐(이스트러젼)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의 상식을 고려하면 그냥 에스트로겐으로 적는 게 제일 좋은 번역일 듯 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모두 반영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