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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펀딩] 꿀벌에게도 의식이 있을까요?

꿀벌은 꿀을 찾아 동료들에게 이를 알립니다. 파리는 파리채를 피합니다. 바퀴벌레는 자신들이 있고 싶은 장소에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곤충이 단순한 생체 로봇이 아니라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뇌과학자와 철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 외의 다른 동물들도 어떤 형태건 의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점점 퍼지면서, 이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등장했습니다. 곧, 의식이 가능한 최소 단위는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호주 시드니 맥쿼리 대학의 인지과학자 앤드류 배런과 철학자 콜린 클라인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곤충에게도 의식이 있다는 글을 실었습니다.

물론 꿀벌이 “왜 나는 여왕벌이 아닐까?” 라든지 “아 나는 이 꿀이 좋아”라고 생각한다는 건 아니었습니다. 배런 박사와 클라인 박사는 꿀벌의 뇌가 적어도 무언가를 느낄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보다 더 과감한 주장을 펴는 이도 있습니다. 시애틀의 알렌 뇌과학연구소(Allen Institute for Brain Science) 소장이자 수석과학자인 크리스토퍼 코흐와 위스콘신 대학의 뇌과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줄리오 토노니는 의식이란 각기 다른 형태로 거의 모든 곳에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살아있지 않은 물질의 배열 상태에도 어떤 형태로 존재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들은 의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따지기보다, 이미 의식이 존재하는 그 대상을 연구하고 이로부터 어떤 다른 형태가 의식을 가질 수 있을지를 연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또한 의식이란 정보가 특정한 방식으로 돌아다니는 물리적 시스템의 고유한 특성이며 그 결과 어떤 종류의 인공지능을 가지게 되고, 또한 살아있지 않은 물질에서도 자연스럽게 발생하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한편 배런 박사와 클라인 박사는 의식의 가장 기초적인 수준을 지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봇 청소기는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벽에 부딪히면 멈추는 식으로 외부 세계의 정보에 반응합니다. 그러나 그 청소기는 어떤 경험도 하지 않습니다. 클라인 박사는 그 청소기가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느끼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와 배런 박사는 그러나 꿀벌은 어떤 느낌을 느낀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곤충들도 마찬가지이며, 단지 그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누구도 알 수 없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의 다음과 같은 논리를 폈습니다.

  • 중뇌라 불리는 뇌의 한 부분만으로도, 더 고등한 뇌 부위가 손상된 사람이 간단한 지각을 느낄 수 있게 한다고 많은 과학자는 주장해 왔다.
  • 곤충의 뇌는 중뇌와 유사하게 환경과 기억, 신체로부터 정보를 모아 자신의 활동을 결정한다.
  • 만약 곤충의 뇌가 척추동물의 중뇌와 같은 일을 한다면, 곤충 역시 의식을 느낄 능력이 있을 것이다.

배런 박사와 클라인 박사는 위의 논리가 참이라면, 감각 데이터와 기억 정보를 모을 수 있으며 본체를 지각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은 그들이 생각하는 최소 수준의 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배런 박사는 같은 논리로 식물은 지각을 느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지 않으며 여러 실험에 쓰이는 선충인 C. 엘레강스 같은 단순한 동물 역시 지각을 느낄 수 없다고 말합니다. C. 엘레강스는 302개의 뉴런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꿀벌은 거의 100만 개의 뉴런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흐 박사는 이메일을 통해 자신은 배런 박사와 클라인 박사의 주장이 논리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꿀벌과 파리의 뇌의 회로는 인간이 사고하는 데 가장 중요한 “대뇌 신피질의 회로보다 열 배 이상 촘촘하고 복잡하다”고 썼습니다.

의식에 대해 글을 쓰는 뉴욕시립대의 철학자 피터 고프리-스미스는 이메일을 통해 배런 박사와 클라인 박사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의식이 가능할 수 있으며 예를 들어 곤충은 동작을 인식할 수는 있겠지만, 문어나 게와는 달리 “고통을 느낄 만한 존재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썼습니다. “곤충은 어쩌면 주관적인 경험을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도덕적인 판단이 뒤따르는 그런 종류의 것은 아닙니다.”

배런 박사는 이번 글이 증명된 결론을 제시하려 한 것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가설을 제안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논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글을 발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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