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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펀딩] “진보의 편협함을 자백합니다”

* 스토리펀딩 1화에 연재 후보로 소개한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의 칼럼입니다. 크리스토프는 진보적인 의견이 보수적인 의견보다 다수를 차지하는 미국 학계에서 진보주의자들이 다른 소수 집단에 적용하는 다양성의 잣대를 보수주의자들에게는 들이대지 않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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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진보주의자들은 다양성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성, 흑인, 라티노, 게이와 무슬림의 목소리가 존중되길 원합니다. 단, 그들이 보수주의자가 아니라는 조건으로요. 대학은 진보적 가치의 요람이자 나와 다른 다양한 의견이 환영받는 공간이지만, 그런 대학에서 무시되는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념과 종교입니다. 우리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나와 다른 생김새는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이런 평가가 진보주의자들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흑인이자 복음주의자인 사회학자 조지 얀시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학계 밖에서는 제가 흑인이라 겪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학계 안에서 저는 기독교도로서 더 많은 문제에 부딪힙니다. 학계 밖에서 제가 흑인으로서 겪은 어려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죠.”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 왔는데, 왜냐면 제가 최근에 페이스북에 대학이 보수주의자에게 낙인을 씌우고 지적 다양성을 약화했는지가 궁금하다고 적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진보적인 친구들로부터 경멸조의 조롱에 가까운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대부분의 ‘보수적’ 세계관은 경험적으로 틀리다는 것이 증명된 생각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카미가 말했습니다.

“진실은 진보주의적 생각과 비슷한 경향이 있지.” 마이클이 댓글에 썼습니다.

“왜 거기서 멈춰? 보수적인 바보들을 교수로 고용해서 대학의 다양성을 높이자고 주장하지 그러니?” 스티븐은 말했습니다.

저는 이런 대화가 진보주의자들의 거만함을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보수주의자는 지적인 대화에 아무런 의미 있는 이바지를 하지 못할 거라는 가정이죠. 저의 페이스북 팔로워들은 남수단의 전쟁 희생자들, 인신매매를 당한 어린이들, 그리고 심지어는 학대당한 닭들에게도 엄청난 연민을 보이지만 차별을 받는 보수적인 학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동정심도 가지고 있지 않은 듯합니다.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보수주의자들이나 복음주의 기독교도들에게 더 공정하게 대하거나, 진보주의자들이 자신이 믿는 가치에 맞게 행동하거나, 혹은 다양성이 가져올 혜택(생각의 다양성은 아마도 가장 중요한 종류의 다양성이겠죠)의 문제뿐만 아니라, 교육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토론에서 특정 시각이 대표되지 않을 때,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토론에서 아예 목소리를 내지 못할 때, 교실은 다양한 시각을 나누고 배우는 장소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의견만 듣고 확대재생산 하는 장소가 되고 맙니다. 이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최근 발표된 논문 네 편을 보면, 인문학 교수 중 공화당원의 비율은 6~11%에 불과하며 사회과학 교수 중 이 비율은 7~9%입니다.

과학이나 경제학 분야에서 보수적인 학자가 여전히 있지만, 인류학, 사회학, 역사학, 그리고 문학에서 보수주의자는 멸종 위험에 처한 부류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영문학 교수 중에서 공화당원은 2%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물론 많은 영문학 교수들이 무소속이긴 하지만요)

반면, 사회과학 분야 교수 중 18%가 자신을 마르크스주의자라고 정의했습니다. 어떤 학문 분야에서는 공화당원을 찾는 것보다 마르크스주의자를 찾는 것이 더 쉬운 일입니다.

학계에 보수주의자가 부족한 이유 일부는 차별 때문입니다. 학술지에 실린 한 논문을 보면 사회심리학자의 1/3이 만약 능력 면에서 동등한 교수 후보자가 있을 때 보수적인 성향의 후보자 대신 진보적인 성향의 후보자를 선택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흑인 사회학자이자 현재 북텍사스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얀시 교수가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교수들의 30% 정도가 만약 교수 후보자가 공화당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 후보자들 덜 지지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런 차별은 후보자가 복음주의 기독교도면 더 심해집니다. 얀시 교수의 연구를 보면, 59%의 인류학자와 53%의 영문학 교수는 만약 교수 후보자가 복음주의 기독교도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 후보를 고용하기를 주저할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흑인 복음주의자인 하버드 대학의 조너선 월튼 교수는 복음주의 기독교도에 대한 학계의 태도는 소수 인종을 차별하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대학 캠퍼스에서 복음주의 기독교도에 대한 차별이 존재합니다. 사람들이 복음주의 기독교도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저는 사람들이 유색인종에 대해서 사람들이 묘사하는 것–정치적으로 무지하고, 교육 수준이 낮으며, 항상 성이 나 있고 격렬하며, 감정적이고, 가난하다는–과 매우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미국 정치학 저널에 실린 논문은 정치적 편견의 힘이 얼마나 센지 보여줍니다. 실험에 참여한 민주당원과 공화당원은 허구의 참가자 중에서 누구에게 장학금을 줄지를 선정하게 됩니다. 허구 참가자들의 특징은 실험에서 다양하게 변화를 시켰는데 때로는 민주당이나 공화당 클럽의 회장이라는 프로필이 들어가기도 하고 성적이나 인종을 바꿔보기도 했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의 80%가 자신과 같은 정당 소속의 참가자를 우승자로 뽑았고 반대 정당 소속의 참가자들을 차별하는 정도는 다른 인종의 후보자를 차별하는 것보다 훨씬 심했습니다.

존 쉴즈와 조슈아 던이 보수적 교수들에 대해 쓴 새 책 “우파에 대한 판결(Passing on the Right)”에는 보수적 교수가 “저는 1950년대 미시시피주에서 게이였던 사람과 비슷한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라고 말한 인용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이는 보수적 학자들이 종종 사용하는 비유인데, 학자로서의 경력 초반기에는 자신의 보수적 성향을 숨기고 지내다가 정년을 보장받은 뒤에 자신의 보수 성향을 “커밍아웃”하는 처지를 묘사한 것입니다.

대학 캠퍼스에서 이런 편견은 진보주의자들에게 특권을 만들어줍니다. 제 친구 중 한 명은 로스쿨 입학시험(LSAT)을 준비하고 있는데, 시험 준비를 도와주는 학원은 시험 준비생들에게 한 가지 팁을 줬다고 합니다: 독해력 관련된 질문은 일반적으로 진보적 성향이 강하고 정답 역시 진보적 성향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몇몇 진보주의자들은 우파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돈만 아는 사람들이라 학계 대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다른 직업을 선호해서 학계에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왜 보수적인 수학 교수는 존재하는 반면, 우파 성향의 인류학자는 그토록 찾아보기 어려운지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똑똑한 보수주의자나 복음주의 기독교인 자체가 별로 없다는 것은 진보주의자들의 허튼소리입니다. 리차드 포즈너는 법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보수적 성향에 가까운 학자입니다. 콘돌리자 라이스는 풍부한 경험과 지적 능력으로 자신이 속한 정치학과의 명성을 높일 것입니다. 프란시스 콜린스는 복음주의자 기독교도이자 명성 있는 유전학자로서 인간게놈 프로젝트와 미국국립보건원을 이끌어 왔습니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보수주의자는 참을 만하지만, 복음주의 기독교도는 견딜 수 없다고 말한다면, 글쎄요, 당신이 지금 한 그 말을 마틴 루서 킹 목사도 차별했을 거라는 말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중도 성향의 사회 심리학자인 뉴욕대학의 조나단 하잇은 학계에서 보수주의자의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인용하면서 캠퍼스에서 이념적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헤테로독스 아카데미라는 웹사이트를 시작했습니다.

“대학이 다른 기관과 다른 점은 서로가 서로에게 도전하도록 만들어서 진실이 제한적이고, 편협하며, 오류가 있는 인간들 사이에서 드러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대학이 지적 다양성을 잃는다면, 혹은 대학이 도전을 버리고 ‘안전’이라는 규범을 발달시킨다면, 대학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죠. 안타깝게도 이는 1990년대 이후 대학에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대학은 보수주의자와 복음주의 기독교도를 더 많이 받아들이기 위해 약자 우대 정책을 펴야 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데 그 이유 중 일부는 보수적인 학자들 자체가 이 생각에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학 캠퍼스에서의 이념적 다양성에 관해 솔직히 토론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제가 볼 때 이 이슈는 진보주의자들의 맹점입니다.

대학은 V부터 Z까지가 아니라 A부터 Z까지의 다양한 정치적 시각을 온전히 포용하는 왁자지껄한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아마도 우리 진보주의자들은 우리와 다른 시각을 공격하는 것에서 한 발짝 물러나 다양성과 같이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우리가 다수를 차지하는 영역에서도 좀 더 포괄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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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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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 복음주의는 A부터 Z까지의 다양한 정치적 시각을 온전히 포용하지 않으니까 애초에 빼고 시작하는거지.

    • 한가지 설명을 해볼까합니다. 설득은 아닙니다.
      신이 있다고 믿는 믿음은 유신론이며, 신이 없다고 믿는 믿음은 무신론입니다. 모두 각자의 주장이며 믿음입니다.
      A에서 Z까지 포용해야 한다고 믿는 믿음이 있는 반면에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믿음도 있답니다.
      무신론과 유신론이 서로를 납득시킬 수 없듯이, 진보와 보수도 서로에게 자신의 주장을 완전하게 납득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불가능함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 다양성이라고 믿습니다. 답이 되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 확실히 그런면이 존재하죠.
    다양성을 중시하면서 보수측이 보수적인 의견을 내는건 무시하는 형태는 깨시민이니 뭐니 하면서 많이들 비판당하니까요.
    보수 복음주의가 타인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행동을 할때 비판받는거야 당연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내보였다는거 하나만으로 비판받는건 확실히 문제가 많습니다.

    • 보수 복음주의가 타인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행동을 할때 비판받는거야 당연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내보였다는거 하나만으로 비판받는건 확실히 문제가 많습니다.

      - 보수 복음주의가 타인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의견을 내보인다면, 그 의견이 비판받는것도 확실히 문제가 많은가요?

      • 다양성을 무시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내보일 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면, 성숙한 보수주의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자신의 의견에 자신감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되 설득은 하지 말며, 자신과 다른 의견도 타당성이 있는 옳은 의견일 수 있다고 믿고 진지하게 학문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훌륭한 보수주의자에게 필요할 것입니다. 만일 '보수주의자는 결코 옳을 수가 없다'라는 편견을 가진 분이 옆에 있다면, 설득하지 마시고 편하게 내버려 두면 되고요.

        • 믿음을 설파하는게 아니라 논리를 가지고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면, 설득도 가능하겠죠.
          저는 설득이 절대 나쁜것도, 불가능한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 상대편입장에서보면 설득은 당!하는 것이지만, 복종 순종 인정 따라옴 등은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 보면 어떨까요? 그래서 '옳은 설명'을 한다면 그의 사고가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득하지 않아도 충분한 이유입니다. 만일 옳은 설명에 반응이 없다면 아직 때가 아니되었거나 못 알아 듣거나 겠죠. 못 알아 듣는 이유야 많겠지만, 겸손한 자세라면 1. 나의 설명이 부족해서, 2. 내가 가진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서, 3. 그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채 설득하려해서 등등의 이유로 못 알아 듣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는 것이겠죠.

    • 비판과 비난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또한, 내 의견에 대한 비판이 나에 대한 비판이라고 느껴진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논쟁에 참여하지 않는게 낫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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