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경제문화

지금 하고 있는 일, 그만둘까요 계속할까요

어릴 적 나는 스코틀랜드 왕 로버트 1세의 이야기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어두운 동굴에 숨어 항복할까 고민하던 로버트 왕은 거미가 끊임없는 실패 끝에 거미집을 짓는 모습에 감명을 받아 1314년 영국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습니다. 이는 하고 있는 일을 포기하지 말라는 사례이죠. 한편, 이에 반하는 강력한 사례가 있습니다. 경제학자 어빙 피셔와 메이너드 케인즈는 1929년 월스트리트 사태를 예측하는 데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은 피셔가 명성에 손상을 입은 반면 실패를 계기로 방향을 바꾼 케인즈는 백만장자로 죽었습니다.

너무 빨리 그만두는 걸까요, 아니면 너무 늦게 그만두는 걸까요? 우리가 지나치게 우직한 걸까요, 아니면 지나치게 결단력이 부족한 걸까요? 심리학자 안젤라 덕워스는 “끈기(grit)”, 즉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헌신하는 성격적 특성이야말로 성공적인 삶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요소라 말합니다. 덕워스의 연구가 인내심의 가치를 보여주는 반면, 또 다른 심리학자인 카네만과 트버스키는 버티지 말아야 할 때 버티는 버릇에 대해 얘기합니다. 이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 불리는 기제로, 우리로 하여금 앞으로 얻게 될 것보다 잃어버릴 것을 걱정한 탓에 기존의 나쁜 결정을 고수하게끔 합니다.

손실 회피는 투자전략에서도 나타납니다. 구글이나 애플 주식은 팔아도 엔론이나 리만브라더스 주식은 붙들고 있었던 사람들이 그러했지요. 파이낸셜 타임즈의 애널리스트 다니엘 데이비스에 따르면, 같은 포트폴리오라도 “그만-잃기(stop-loss)” 규칙, 즉 망할 듯한 주식에 원가의 10% 손매 기준을 적용한다면 계속 주식을 붙들고 있는 경우보다 훨씬 더 좋은 수익을 올린다고 합니다. 부동산 역시 그렇습니다. 지불한 가격 이하에 집을 팔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계속되는 스포츠 경기에 베팅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돈을 건 팀이 잘 못 하더라도 사람들은 고집스럽게 기존의 선택을 고수합니다.

언제 견디고 언제 그만둘 것인지를 가늠하는 손쉬운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여기 세 가지 가능한 제안이 있습니다. 먼저, 매몰비용은 생각하지 말고 장래성을 봅니다. 애플 주식을 70달러에 샀든 130달러에 샀든, 그것은 같은 주식을 100달러에 팔려는 오늘의 결정과는 하등 상관이 없는 과거입니다. 지나간 수익과 지나간 손실은 환상에 불과합니다. 두 번째, 유연성 있게 버팁니다. 한 예로 덕워스의 가족들은 “빡센 것(hard thing)” 규칙을 따르는데, 자녀들은 음악이든 운동이든 선택한 활동을 꾸준히 지속해야 하지만, 자연스럽게 그만둘 시기가 오거나 그에 상응할 만한 “빡센 것”을 찾아내는 이 두 가지 경우에만 하던 활동을 그만두는 게 허락됩니다. 세 번째, 선택을 일종의 실험으로 여깁니다. 바이올린 강좌에 등록하거나 진로를 바꾸는 것 모두 실험일 수 있죠. 이 “실험”을 너무 빨리 혹은 늦게 그만둔다 하더라도, 이러한 관점은 우리에게 무엇을 배웠는지 생각할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유용합니다. 만일 새로운 프로젝트나 활동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바를 가르친다면, 아마 계속하는 편이 좋을지 모릅니다. 그 과정이 다소 괴롭더라도 말이죠. (팀 하포드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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