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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정말 45% 관세를 매기면 어떻게 될까?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인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미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 중국산 수입품에 45% 관세를 매기자고 주장했습니다. 아마도 정말 새로운 관세를 부과했다가는 세계 경제 전체에 엄청난 후폭풍이 불어닥칠 겁니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규모는 5,980억 달러로 미국인도 큰 혜택을 입었습니다. 신발부터 스마트폰까지 수많은 제품을 중국에서 제조함으로써 미국 소비자들이 내는 상품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 모든 걸 미국에서 만들었다면 현재 가격에는 절대 수지를 맞출 수 없었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건 미국인들 가운데서도 저소득층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점점 자유무역의 폐단에도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인건비가 미국보다 훨씬 싼 중국이나 다른 개발도상국과의 경쟁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미국인 노동자도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1999~2011년 중국산 제품을 수입한 것 때문에 미국의 일자리 2백만 개가 사라진 효과가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트럼프의 주장이 그럴싸해 보이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중국산 수입품 때문이니 수입을 제안하면 일자리를 지킬 수 있지 않겠냐는 논리입니다.

그렇다고 중국산 제품에 45% 관세를 매긴다면 어떻게 될지 차분히 따져봅시다. 가장 먼저 예측할 수 있는 건 관세의 적잖은 부분이 결국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되리라는 점입니다. 미국 소비자의 구매력이 낮아질 겁니다. 중국산 제품을 덜 사겠지만, 다른 제품을 살 여력도 낮아질 거란 겁니다.

중국산 제품 판매 부진이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기도 합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 딱지가 붙은 제품이라도 100% 중국인이 만들고 중국인이 실어나른 제품이 아닙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만든 부품을 썼더라도 최종 조립 공정을 중국에서 했으면 중국산으로 분류될 수도 있습니다. 중국산 제품이 덜 팔리면 그만큼 미국산 부품도 덜 팔리겠죠.

이런저런 이유를 종합해보면, 미국 소비자가 중국산 제품을 사는 데 치른 돈의 적잖은 부분은 결국 미국인의 소득이 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샌프란시스코 지부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1달러어치 사면 55센트는 그 제품을 운송하고 판매하고 홍보한 미국인들의 몫입니다. 중국 제품을 덜 사면 결국 마트 직원과 트럭 운전사 등 물류업계 종사자들도 피해를 봅니다.

중국산 제품만 갑자기 비싸지면, 미국 소비 전체가 위축될 겁니다. 예를 들어 중국산 아동복값이 하루아침에 20달러 오르면, 그 옷을 어쩔 수 없이 사야 하는 소비자들은 (아마도 역시 중국산일 가능성이 큰) 어린이 야구 글러브든 할머니 생신 선물이든 다른 물건을 사는 데 쓰려던 돈을 아껴야만 할 겁니다. 미국산 제품의 소비까지도 덩달아 위축될 겁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런 식의 관세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는 매우 미미하지만, 미국 소비자에게는 엄청난 짐이 될 겁니다. 피터슨 국제경제 연구소(Peterson Ins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의 게이 클라이드 허프바우어와 션 로리는 미국 정부가 2009년 중국산 타이어에 부과한 35% 관세의 효과를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타이어값이 올라 미국 소비자들이 타이어를 사는 데 총 11억 달러를 더 써야 했습니다. 관세가 보호한 일자리 개수는 많아야 1천2백 개 정도로, 계산해보면 일자리 하나당 90만 달러, 우리 돈 10억 원을 지급한 셈입니다.

높은 관세가 책정되면 당연히 중국도 타격을 입습니다. 미국으로의 수출이 줄어들면 가뜩이나 둔화된 성장세가 더욱 느려질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지난 25년 사이 가장 안 좋았습니다. 장기적으로 중국에서 사업하는 데 드는 비용이 높아지면 결국 제조업체들은 중국을 떠나려 할 겁니다.

이미 그런 추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도 올랐습니다. 최근 일본 무역진흥청(Japan External Trade Organization)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공장에서 일하는 중국인 노동자의 평균 월급은 424달러로 아시아의 개발도상국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의류나 가전제품 등 노동집약적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비용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중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생산 비용이 높아지면 미국으로 돌아오는 업체도 없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미국보다 더 매력적인 생산지는 중국보다도 인건비가 더 싼 다른 개발도상국일 겁니다. 일본 무역진흥청의 보고서를 보면, 공장에서 일하는 인도 노동자의 평균 월급은 230달러, 베트남은 185달러, 방글라데시는 100달러였습니다.

중국에서 아이폰을 조립하던 대만 기업 팍스콘(Foxconn)이 지난해 인도에만 적어도 공장 12곳을 더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도 새로운 생산지는 미국 미니애폴리스보다는 인도 뭄바이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점은 중국 정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를 매기거나 미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억제하는 쪽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에 저항할 겁니다. 미국이 중국산 타이어에 관세를 매겼을 때 중국은 즉각 미국산 제품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매겼습니다. 애플, 스타벅스, 보잉을 비롯해 수많은 미국 기업에 중국 시장은 가장 중요한 곳입니다. 중국 정부가 작심하고 미국 기업의 활동을 억제하려 들면 미국 기업은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임금이 낮은 개발도상국과의 경쟁, 자유무역으로 미국인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트럼프의 지적 자체를 틀린 말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관세를 올리는 게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는 기대는 좋게 말해 순진한 기대이고, 더 정확히 말하면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우기만 할 터무니없는 주장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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