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파이브서티에잇(FiveThirtyEight)”이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과학적 원리를 알기 쉽게 풀어낸 새 코너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과학 이야기(Science Question from a Toddler)”를 시작했습니다. “파이브서티에잇” 필진이 밝혔듯이 아이와 함께 읽고 이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하는 코너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 첫 번째 사연을 번역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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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를 여는 첫 번째 질문의 주인공은 다섯 살 조세핀 킴볼(Josephine Kimball)입니다. 조세핀은 “왜 저는 오른손잡이예요?”라고 물어왔네요.
조세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답변이 있다면, “대부분 사람이 그렇듯 조세핀도 오른손잡이란다.” 정도가 될 겁니다.
지역에 따라, 시대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인류의 90% 정도는 오른손잡이입니다. 물론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건 대부분 1900년 이후의 기록들이고, 그마저 대부분 서구 사람들의 기록이라는 점입니다. 아마 앞으로도 상당히 제한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일반화를 해야 할 때가 있을 겁니다. 때로는 주어진 것이 그것뿐이라 당장은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될 겁니다.
사실 조세핀의 질문 자체에 먼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부분 어른은 주로 쓰는 손이 어떤 손인지 따질 때 왼손잡이에만 더 집중하는 편이거든요. 여기에는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왼손잡이를 낯설고 이상한 것으로 여기는 가정이 깔려있죠. 하지만 사실 우리는 어떻게 주로 쓰는 손이 정해지는지 그 과정을 정확히 모릅니다. 그래서 엄밀히 따지면 어느 손을 쓰는 게 낯설거나 이상하다고 말할 수도 없죠. 만약 사람들이 오른손잡이가 되려 하는 기질이 유전자에 들어있다면 생물학적 관점에서 왼손잡이가 특이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죠. 아직은 그런 기질이 밝혀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렇게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이 오른손잡이로 살아가는 현상 자체가 오히려 이상한 현상으로 보일 정도예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는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으로 여겨졌어요. 과학자들은 유전적인 어떤 요인이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를 가르지 않을까 추정해왔죠.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사람은 대단히 비대칭적인 생명체입니다. 우리가 몸의 각 기관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니 그 전에 각 기관이 어떻게 생겼고 무슨 역할을 하는지를 살펴만 보아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심장은 몸의 왼쪽에 있죠. 간은 오른쪽에 있습니다. 이런 비대칭적은 기능적이기도 합니다. 즉, 오른손잡이에게는 언어와 관련된 정보를 좌뇌에서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사들이 뇌 수술을 하기 전에 환자들에게 시행하곤 하는 와다 검사(WADA test)에서도 인체의 오른쪽과 왼쪽의 관계가 드러납니다. 처음에 환자는 두 손을 모두 들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러다 환자의 왼쪽 경동맥에 진정제의 일종인 바르비투르(barbiturate)를 주입합니다. (경고: 절대로 집에서 따라 해서는 안 됩니다) 이 물질이 좌뇌에 이르러 마취가 되면 오른손잡이의 90%는 더는 오른손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오른팔은 무릎까지 그냥 축 늘어지게 되고, 사람들은 마취가 깰 때까지 말을 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왼손잡이의 70%도 좌뇌를 마취시켰을 때 언어 기능이 마비된다는 점입니다. 나머지 30%를 살펴보면 언어 기능을 우뇌에서 처리하는 이들이 절반, 그리고 뇌의 양쪽을 모두 사용하는 이들이 절반입니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이런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위의 실험만 봐도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문제가 생각보다 복잡한 사안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이를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1985년 심리학자 크리스 맥마너스가 발표한 오른손잡이 확률 이론을 보면,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손은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하나의 유전자가 결정합니다. 오른손잡이 성향의 D (dextral) 인자와 왼손잡이 성향의 C (chance) 인자의 조합에 따라 결과가 정해져 있는데, C 인자만 받으면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될 확률은 각각 50%입니다. 한쪽에서는 D 인자를, 다른 한쪽에서는 C 인자를 받았을 때는 오른손잡이가 될 확률이 75%로 높아지고, 부모로부터 모두 D 인자를 받으면 자식은 100% 오른손잡이가 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하지만 2013년 <유전학>에 주로 쓰는 손을 결정하는 데는 유전자 말고도 수많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논문 한 편이 실립니다. 쌍둥이 3,940쌍의 유전자 지도를 비교, 분석한 이 논문에 따르면 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들끼리 주로 쓰는 손이 같을 확률이 유전자가 똑같지 않은 이란성 쌍둥이보다 특별히 높지 않았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같은 손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공통으로 발견되는 유전자를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만약 주로 쓰는 손을 결정하는, 혹은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가 있다면 이 유전자를 어렵지 않게 특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겁니다. 영국 노팅엄대학의 유전학자인 존 아머 교수는 “단순한 모델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의 공저자 가운데는 1985년 오른손잡이 확률 이론을 주창한 크리스 맥마너스도 있습니다. 맥마너스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여전히 오른손잡이 확률 이론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주로 쓰는 손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가 한 가지가 아니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여전히 여러 가지 유전자에 따라 오른손잡이가 될지, 아니면 확률적으로 오른손잡이가 될지가 결정된다는 겁니다. 맥마너스가 수정해 다시 발표한 2013년 논문의 공저자에는 이번에는 아머 교수가 포함돼 있습니다.
쌍둥이에 관한 다른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주로 쓰는 손을 결정하는 데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은 25% 정도에 국한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머 교수는 여러 가지 특징에 따라 유전자의 영향력이 천차만별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혈액형의 경우 사실상 100% 유전자에 따라 정해지지만, 반대로 300여 가지 다른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 키의 경우 (여전히 상반된 주장이 존재하지만) 가장 영향력이 큰 유전자가 가져오는 키 차이는 4mm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대체로 과학자들은 현재 자식의 키는 60~80% 부모의 유전자에 따라 결정돼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피부색, 머리카락 색, 눈동자의 색 등 유전자가 결정하는 요소가 많습니다만 전체적으로 60~70% 정도인 데 반해 주로 쓰는 손은 여전히 100% 유전자에 따라 결정된다고 아머 교수는 주장합니다.
만약 유전자가 아니라면 다른 요인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사회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습니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반 서구 사회에서는 왼손잡이가 안 좋은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왼손을 쓰는 버릇 자체가 금기시됐습니다. 1981년 발표된 한 연구를 보면, 호주에서 1880년에 태어난 사람 가운데 왼손잡이는 2%에 불과했지만, 1969년에 태어난 사람들 가운데는 13.2%가 왼손잡이였습니다. 언어심리학자인 툴리아 카바클리오글루는 왼손잡이를 금기시하는 문화가 사라질수록 실제로 왼손잡이가 늘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화적인 요인이 전부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인간의 태아가 자궁 속에서 엄지손가락을 빨 때는 거의 예외 없이 오른쪽 손가락을 빱니다. 반면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 연구를 보면 침팬지나 다른 영장류들이 주로 쓰는 손은 오른손과 왼손이 균등하게 나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조지아 주립대학의 신경과학자인 윌리암 홉킨스 교수는 다른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즉, 코를 파거나 다른 동료의 어깨를 짚는 일 등 수많은 행동을 관찰하면 오른손, 왼손을 거의 구분 없이 쓰는 것 같지만, 영장류들이 도구를 이용할 때와 같이 행동의 범위를 좁혀 보면, 영장류 사이에서도 오른손잡이가 더 많다는 겁니다. 이 비율은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2:1 정도로 9:1에 달하는 인간보다는 쏠린 정도가 덜했습니다.
결국, 유전이냐 환경에 따른 학습이냐의 문제로 돌아옵니다. 각각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정적인 근거는 양쪽 모두 부족합니다. 다만 학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점은 유전이라는 것이 반드시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즉, 조세핀이 오른손잡이인 건 유전자 때문이기도 한 동시에 문화적인 요인에 따른 것일 수 있습니다. 유전자에는 없는 특질이라도 태어나서 보고 배우면서 오른손을 쓰게 된 부분도 분명 있을 테니까요.
무엇이든 유전자로만, 또는 후천적으로 배워서만 결정되는 건 많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자궁 속에 있을 때 테스도스테론에 더 많이 노출될 경우 왼손잡이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아기가 엄마아빠를 보고 따라 하는 수많은 것들 가운데는 당연히 어떤 손을 쓰는지도 포함돼 있습니다. 홉킨스 교수는 침팬지와 인간의 중요한 차이 가운데 하나로 인간의 뇌가 태어난 뒤 훨씬 복잡하게 발달한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즉, 침팬지는 이미 태어났을 때 많은 것이 정해져 있는 반면, 인간은 노출되는 환경에 따라, 또는 학습에 따라 새롭게 뇌를 형성하며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죠. 인간 사이에서는 오른손잡이가 될 확률이 높은 채 태어났던 신생아가 자라는 과정에서 왼손잡이가 될 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분명히 있다는 겁니다.
주로 쓰는 손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학설, 실험 덕분에 우리는 유전자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즉, 예전에는 이 마법과도 같은 유전자 하나가 모든 걸 설명하고 모든 걸 미리 결정해놓았다는 의견이 주류였다면, 이제는 진실을 훨씬 더 복잡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FiveThirty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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