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와 TV 취향이 제일 잘 맞는) 열두살 난 사촌에게 요즘은 무얼 보냐고 물어봤습니다. “음, 플래시, 애로우, S.H.I.E.L.D. 에이전트, 그리고 수퍼걸요. 그냥 수퍼히어로물은 다 봐요.” 그가 수퍼걸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입에 올리는 걸 보며 나는 자랑스런 미소를 지었습니다. 수퍼걸은 여성 수퍼히어로가 주연을 맡는 최초의 TV 시리즈물이었기 때문입니다.
내 사촌은 여성 히어로가 점점 더 빈번하게 등장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남자 청소년을 겨냥해온 대규모 블록버스터물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 4년 연속으로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든 헝거 게임의 캣니스 에버딘이나,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레이가 그 좋은 예입니다.
원더우먼이 돋보인 배트맨 vs. 수퍼맨이며, 인사이드 아웃, 디버전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역시 여성들이 영화에서 주역을 차지한 사례였습니다. 기실 2015년은 (백인) 여성 주인공들이 가장 많이 등장한 한해였습니다. 비평가들은 거의 예외 없이 소녀들에게 바람직한 현상이라 평합니다. 물론 사실이죠. 2012년 연구에 따르면 TV 시리즈물은 백인 소년들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반면, 백인 소녀들 및 흑인 남녀 청소년들의 자긍심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헤르미온느나 아르웬, 레이아 공주 등 남성 위주의 작품에서 활약을 펼친 여성 주인공들에게 오래 전부터 반해 온 나로서는, (사회적으로 “여자들이나 보는” 작품을 꺼리는 분위기에서 자라난) 소년들에게 여성 주인공이 늘 선택사항이라는 사실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특히 주류 미디어에서 대부분의 여성 주인공들은 조연을 맡거나 늘 남성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레이, 캣니스, 수퍼걸을 보세요. 그들은 무시할 수 없는 주연입니다. 그들은 소년들에게 “권장되는” 작품의 당당한 주인공입니다. 최초로 소년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남성들에게만 강조되어 왔던 역할이 여성들에게 동등하게 강조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간 소녀들이 살아가는 내내 “남성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주입받아 왔던 것 못지않게, 우리는 이제 소년들에게 강하고, 영리하며, 단점이 있는 동시에 정서적으로 복잡하며, 그들 각자의 싸움에 기꺼이 임하는 여성 주역들을 보여줌으로써 그에 상응하는 가르침을 주는 것입니다. (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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