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 관련된 주요 논의나 경제에 관한 토론을 주도하는 건 대개 남성들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는 우리가 여성 경제학자들의 학문적 기여를 말하는 방식 때문에 빚어진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경제학계 파워 커플의 학문적 업적을 우리가 다루는 방식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언론계에 회자하는 말 중에 “한 번 일어나면 사례고, 두 번 일어나면 우연이며, 세 번 일어나면 경향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성 경제학자들을 언론이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보는 게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뉴욕타임스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최근 기사에서 애덤 데이비슨은 “하버드 교수이자 교육경제학의 대가인 로렌스 캐츠는 몇 년 전 클라우디아 골딘과 함께 논문을 썼습니다…”라고 썼습니다. 명백히 제대로 된 언급을 받지 못한 캐츠 교수의 공저자인 골딘 교수 역시 하버드대학교의 교수이자 최근 전미경제학회장을 지냈으며,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경제사 학자 중 한 명입니다. 게다가 골딘 교수가 실제로 그 논문에서는 첫 번째 저자였습니다. 논문에 나타나는 저자 순서는 대중들이나 언론에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지만, 학계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경제학자들이 저자 이름을 논문에 표시할 때 알파벳 순서대로 하지 않을 때는 저자 중 한 명이 조교수거나 저자들 사이에 논문에 기여도가 크게 차이가 날 때만 그렇게 합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논문은 “캐츠와 골딘”이라고 인용되지 않습니다. 데이비슨 기자는 그의 기사를 수정했고, 골딘 교수에게 사과했습니다.
둘째, 랄프 네이더는 최근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재닛 옐런 의장에게 공개편지를 보내면서 통화 정책에 관한 논쟁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편지 내용이 너무 앞뒤가 안 맞고 혼란스러워서 역사는 나중에 네이더를 경제학자보다 대통령 후보로 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실수는 네이더가 옐런 의장에게 한 충고입니다. “제 생각에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당신의 남편 조지 애컬로프와 함께 앉아서 어떤 정책이 옳은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옐런 의장이 왜 남편의 조언을 들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옐런 의장은 독립적으로 많은 업적을 이룩한 경제학자이며,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리고 옐렌 의장이 어떤 조언이 필요하다면 그 조언의 출처는 그녀의 남편이 아니라 연준에서 일하는 수백 명의 경제학 박사들일 것입니다. 조지 애컬로프는 뛰어난 경제 이론가로 저도 그를 정말 좋아하지만, 그도 스스로 자신이 통화 정책의 권위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쉽게 인정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슬레이트> 정치 팟캐스트 “정치 수다”에서 다른 나라들과는 반대로 미국에서 최근에 중년 백인 남성들의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앤 케이스와 앵거스 디튼의 논문을 다뤘습니다. 팟캐스트 진행자인 데이비드 플로츠는 이 논문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튼과 그의 아내이자 또 다른 연구자인 앤 케이스”가 썼다고 소개했습니다. 비슷하게 뉴욕타임스의 로스 두샛 기자는 이 논문을 소개하면서 “노벨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튼과 그의 아내 앤 케이스”라고 적었습니다.
앤 케이스는 단순히 누군가의 아내이자 한 명의 연구자라고 묘사되기에는 대단히 많은 업적을 이룬 사람입니다. 그녀는 프린스턴 대학교 경제학과 공공정책 교수로 있으며, 그녀 세대에서 보건 경제학의 권위자 중 한 사람입니다. 계량경제학회 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된 논문의 첫 번째 저자도 앤 케이스 교수였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경제학 칼럼니스트인 마킨 샌드부, 뉴욕타임스의 지나 콜라타 역시 플로츠와 두샛 기자처럼 논문의 저자 순서를 헷갈렸는지 “디튼-케이스 논문”이라고 썼습니다. 이런 경향은 기사를 쓸 때 사람들의 이목을 더 쉽게 끌고자 하려는 생각에서 비롯됐을 수 있습니다. 디튼 교수가 최근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언론인보다는 경제학자로서 명성을 쌓았으며, 케이스, 디튼 교수와 오랫동안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동료로 지냈던 폴 크루그먼마저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같은 실수를 했습니다.
이렇게 여성 경제학자를 간과하는 현상들이 하나의 추세가 아니라 부주의한 실수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서 언급된 파워 커플의 절반인 남성 경제학자들에게 누군가의 부주의로 첫 번째 저자였는데 두 번째 저자로 취급되거나 논문에 공헌한 것보다 실제로 공헌 정도를 과소평가 받은 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캐츠 교수는 이런 종류의 실수는 자주 일어나는 것이 아니지만, 골딘 교수보다 자신이 이런 경험을 할 확률이 적다고 말했습니다. 애컬로프 교수는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없다고 대답했고, 디튼 교수 역시 자신의 실제 공헌보다 과소평가 받은 경험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문제가 정말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런 종류의 문제는 여성 학자들에게 해가 될 뿐만 아니라 공저자 부부 사이에도 불협화음을 가져오죠.”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종류의 문제가 쌓이고 있다는 것은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여성 경제학자들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앞서 언급한 예시 어느 것도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저지른 것은 아닙니다. 대신 저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편견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눈을 감고 어떤 경제학자의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아마 당신이 남성을 떠올렸을 확률이 훨씬 높을 것입니다. (특히 중년의 자신감 있어 보이는 백인 남성을 생각할 가능성이 크죠.)
저 (=저스틴 울퍼스: 미시건 대학교수)는 이 이슈에 관심이 많은데 왜냐면 저 역시 여성 경제학자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제 사례를 보탤 수 있겠군요. 프린스턴 교수인 앤 마리 슬로터는 “왜 여성은 다 가질 수 없는가?”라는 기사를 <애틀란틱>에 기고했죠. 저보다 똑똑한 제 반쪽 베시 스티븐슨은 우리 논문이 그 기사에 인용된 것을 반가워했지만, 슬로터 교수가 논문의 첫 번째 저자인 자신을 두 번째 저자로 언급한 것을 두고 유감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슬로터 교수가 그 기사를 발표했을 때 베시는 미국 노동부의 수석 경제학자로서 일하는 여성들을 위해 육아와 직장의 균형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저보다 훨씬 더 많이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때 베시는 반은 농담으로 말했죠. 여성이 다 가질 수 없는 이유는 심지어 대표적인 페미니스트도 뛰어난 여성 경제학자의 공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라고요.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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