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캐나다의 코미디언 니콜 아버(Nicole Arbour)가 유튜브에 올린 한 영상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뚱뚱한 사람들에게”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아버는 뚱뚱한 사람들을 끊임없이 비하하는 한편, “비만인 비하(fat-shaming, 뚱뚱하거나 과체중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의 체구를 두고 놀리는 듯한, 또는 비판적인 말을 하여 모욕감을 느끼게 한다는 뜻의 신조어)”라는 말은 뚱뚱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터무니없는 용어”라면서 “내 말에 너무 열 받아서 살을 빼기로 한다면 잘 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비난이 이어지자 아버는 “사과하지 않겠다”고 밝혔죠.
아버가 버티는 것은 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입니다. 뚱뚱한 사람들에 대한 혐오를 망설임 없이 드러내는 사람들은 아주 많습니다. 비만을 책임감 부족의 결과로 보는 시각은 일반인은 물론 의료계에서도 주류에 가깝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까요.
하버드대학의 역학자 월터 윌렛은 “체중 조절에 진지하게 임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고, 그의 동료인 조앤 맨슨 역시 뚱뚱한 사람들은 “그저 운동하기 싫어하고 샐러드와 구운 닭고기 대신 빅맥과 프렌치프라이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뚱뚱하다고 놀림받고 사회적으로 매도당하는 것을 비만 치료의 동력으로 삼자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이상한 점은 이 선한 의도의 “팻 셰이머(fat-shamer)”들이 “사람의 변화 의지로 개선될 수 있는”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 역시 비만과 마찬가지로 수명을 단축시키고 각종 정신병, 당뇨병, 심장병에 걸릴 확률을 높이는데도 말이죠.
그 문제란 바로 빈곤입니다. 그리고 비만인 비하의 논리에 따르면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도 비하할 수 있습니다.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에 따르면 행동(뒹굴거리며 간식을 먹는 그런 행동!)이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가운데 비중이 25%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타고나는 것과 의료 서비스의 질이 25%, 나머지 50%는 소득, 성별, 인종과 같은 사회적인 요소가 차지합니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사는 동네에 따라 수명이 최대 25년까지 차이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사회적 요인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빈곤과 정신, 육체적 건강 간의 긴밀한 관계는 연구를 통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한 연구에 따르면, 소득 최하위 계층의 여성은 최상위 계층의 여성에 비해 제2형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3배나 높습니다. 체질량 지수와 운동량이라는 변수를 통제해도 가난한 여성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여전히 2배 높습니다. 비만이 아닌 낮은 소득이 당뇨병 발병의 가장 정확한 예측 변수라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비슷하게 미국에서도 미시시피 주의 흑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저소득이 50세 미만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을 3배 높인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빈곤은 공공 보건에 비만보다 더 큰 위협으로 작용합니다. 니콜 아버와 하버드대학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살 빼는 공식은 아주 간단합니다. 덜 먹고, 더 움직이면 되는 것이죠. 그런 식으로라면 가난도 덜 쓰고, 더 일하면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진지하게 임하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이런 식으로 비만과 빈곤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비만에서 벗어나는 것은 실제로 어마어마하게 힘든 일이니까요. 비만인 남성 중 1년 안에 정상 몸무게로 돌아오는 사람은 210명 중 1명, 여성은 124명 중 1명입니다. 비만 정도가 심한 사람이면 남성은 1,290명 중 1명, 여성은 677명 중 1명만이 비만에서 벗어납니다. 반면 빈곤의 경우, 퓨리서치센터는 소득 하위 5%인 미국인 중 상위 5%로 진입하는 사람이 100명 중 4명 꼴이라고 밝혔습니다. 100명 중 9명이라는, 보다 희망적인 연구 결과도 있고요. 그러니 거칠게 말하면 비만 탈출이 빈곤 탈출보다 4-8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왜 건강 전문가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탓하지 않으면서 뚱뚱한 사람은 쉽게 비하하는 것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를 떠올려봅니다. 빈곤은 엄청나게 복잡한 문제로 여겨지기 때문에, “먹는 칼로리, 나가는 칼로리”라는 식으로 쉽게 말하는 것 자체를 불쾌하게 느낄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어쩌면, 미디어가 두 가지 사안을 조명할 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인간의 얼굴”을 부여하지만, 뚱뚱한 사람들은 얼굴없는 덩어리로 그려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우리 모두 백만장자가 되는 가난뱅이 이야기는 환상일 뿐임을 깨닫고, 다이어트 리얼리티쇼 출연자들을 새로운 영웅으로 떠받들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비만인 비하가 만연한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비만인 비하를 중단해야 할 이유는 아주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분위기는 비생산적입니다. 한 비만 연구소의 부소장은 “사람들이 뚱뚱하다는 이유로 낙인 찍히거나 망신을 당하면 오히려 음식에 더 의지하고 운동을 하지 않게 된다”며, 개인의 선택과 행동은 비만 문제의 큰 그림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비만인을 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학교와 직장의 비만인 차별을 부추깁니다. 이런 차별은 임금 격차로 이어지고, 해고와 자존감 저하를 낳습니다. 무엇보다도 뚱뚱하건 말랐건, 돈이 많건 가난하건, 이들은 모두 일하고 사랑하며 실패하고 앞으로 나아기도 하는, 모두 같은 사람들입니다. 인간의 가치를 통장 잔고나 몸무게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것이 니콜 아버가 망각하고 있는 불변의 진리입니다. (슬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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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전제부터 틀렸습니다. 빈곤은 "사람(개인)의 변화의지로 개선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만을 비난할까 말까는 다른 차원에서 고민할 문제죠. "가난하면 '노오-력'해서 부자되라"는 사고방식이 벌써 뿌릿속에 있고 그런 사고방식으로 다른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이나 쓸 법한 글입니다.
노력해서 어려운 것은 빈곤이나 비만이나 마찬가지기에 둘 다 비판하는 것이 잘 못 되었다는 글인데 이해를 못하신 것 같네요.
지적을 듣고 차분히 다시 읽어보니 제가 잘못 독해한게 맞네요. 부끄럽습니다.
잘못을 지적하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의 가치가 몸무게에 의해 평가받는다는 그 자체가 굉장히 슬픈 일이네요. 외모가 큰 영향을 미치는것은 맞지만 그동안 외양을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하면 안된다는 주장은 여론화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그에 반해 몸무게는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되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