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입에 대기 시작할 때부터 저는 흑맥주, 즉 포터와 스타우트야말로 저를 위한 음료란 걸 느꼈습니다. 진하고 믿음직하지만 부정할 수 없이 어둡다는 점이 저와 닮았죠. 기네스에 얽힌 십대 때의 안 좋은 기억(따끈한 기네스라니, 완전히 글렀습니다) 때문에 한동안 피했으나, 제대로 된 온도(차갑지만 아주 차갑지는 않은, 약 7도 정도)로 마시는 순간 제 스타우트에 대한 애정은 보상받은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흑맥주의 본고장인 더블린에서 보내는 여름은 일상이 되었고 스타우트와의 우정을 더욱 더 굳게 했죠.
저는 여전히 한여름에도 스타우트를 마시며, 스타우트는 보다 밝은 빛깔의 자매들 못지않게 더운 날에도 훌륭한 음료가 되어줍니다. 그러나 대개 포터는 좀더 쌀쌀한 날씨에 어울리는 음료로 여겨지는데, 그럴 만합니다. 안락한 맥주죠. 한 파인트의 포터는 선선한 가을날, 살짝 낡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스웨터와 오래 신어 길이 든 부츠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수많은 작은 양조장들은 이런 계절의 요구에 응해 오직 가을과 겨울에만 그들이 지닌 가장 진하고 어두운 작품들을 내놓곤 합니다.
그런데, 같은 흑맥주라지만 포터와 스타우트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 걸까요? 사실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대답이긴 합니다. (보통 좀 더 향미가 풍부하고 도수가 높은 편이지만) “스타우트”란 단어는 오래 전부터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묘사하는 단어였지만, 지금은 “포터”와 보통 함께 쓰이게 되었죠. 스타우트는 말하자면 포터의 한 갈래에 속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여러 다양한 카테고리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도수가 좀 센) 임페리얼 스타우트, (락토오스가 더해져 좀더 달콤하고 크림 같은 뒷맛을 남기는) 밀크 스타우트, (특히 부드럽고 맛이 풍부한) 귀리를 첨가한 스타우트와 심지어 굴(짭짤한 풍미!)을 첨가한 스타우트도 있습니다. 저마다 뚜렷한 개성이 돋보입니다.
잘 따라낸 한 잔의 기네스는 그 자체로 영원한 즐거움입니다. 아름답게 균형이 잡혔으며 풍미가 가득한, ‘스타우트 다움’의 전범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네스 말고도 우리의 20온스(약 560 밀리리터)짜리 잔에 충분히 걸맞는 수많은 포터들이 있습니다. 특히 미시건 브루어리 파운더스(Michigan brewery Founders)의 브렉퍼스트 스타우트는 귀리와 커피와 초콜릿의 풍미로 사람을 미치게 하죠. 도수가 센 녀석들 중에서도 서스티 도그(Thirsty Dog)의 시베리안 나이트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그 풍미가 깊어서 아주 오랫동안 입에 남습니다.
또한 포터는 칵테일로 마셔도 재미있습니다. 고전적인 블랙 벨벳 칵테일의 경우 그 근본부터가 반란의 냄새를 풍기는데, 18세기 런던 노동자의 이름을 따왔다는 포터와 (상류층의 상징인) 샴페인을 결합하여, 플루트 글래스 한 잔으로 사회적 계급을 무너뜨렸죠. 만일 스타우트 그 자체만을 즐기지 않는다면, 아마도 저는 (특별히 초콜릿 풍미가 강한) 포터에 아이스크림 한 덩이를 띄워 플로트(float)로 마실 것인데,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스타우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 모두를 이길 만한 힘을 지녔죠. (뉴욕타임즈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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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건 엄청난 광고의 힘을 가진 글이네요. 읽으면서 입가에 침이 고이는 (파블로프의 술먹는 개?)
빈속에 시작하는 술 중에는 흑맥주가 좋다고 합니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