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경제칼럼

[폴 크루그먼] 피케티의 새 책 서평

2001년,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Thomas Piketty)와 엠마뉴엘 사에즈(Emmanul Saez)는 “미국에서의 소득 불평등, 1913-1998″이라는 제목의 혁신적인 연구 논문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논문은 2년 뒤 공식적으로 학술지에 게재되었습니다). 이들은 소득 분포를 알아보는 데 널리 쓰이던 가계 설문조사 데이터에 빠진 것을 계산하기 위해서 소득세 데이터를 사용했습니다. 첫째, 이들은 경제 사다리 최상위층, 즉 상위 1%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만큼 부유한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둘째, 이들은 소득 불평등 추이에 관한 역사적 깊이를 보여주었습니다.

미국이 여전히 중산층의 사회라고 믿었거나 증가하는 소득 불평등은 단순히 블루칼라 노동자와 대학을 졸업한, 넓은 의미의 엘리트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피케티와 사에즈 교수가 제시한 근거는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이들의 연구는 1980년대 이후 증가한 소득 불평등의 진짜 이야기는 고숙련 노동자들의 임금이 적당히 상승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소득 최상위층에 있는 1%, 혹은 0.1%의 부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생겨났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최상위 계층의 소득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득 불평등이 줄어들던 추세를 뒤집고 미국 사회가 다시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묘사되는 소수가 부를 독점한 시절로 돌아가고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이 연구는 단순히 경제학뿐만 아니라 정치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왜냐면 상위 1%의 추락과 상승은 미국 사회에서 양극화와 밀접한 관련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피케티 교수는 <21세기 자본론>이라는 책을 내면서 엄청난 조명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소득 불평등에 관한 사실을 더 많은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저술하고 있으며, 세계가 부를 세습 받은 소수의 사람이 사회를 지배하는 “세습 자본주의”로 향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1세기 자본론>은 강력한 주장을 담고 있으며 잘 쓰인 글입니다. 그리고 매우 길고 내용이 꽤 심오합니다. 이 책을 산 많은 사람이 몇 페이지 읽지 않고 책을 접어둔 이유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이 책의 핵심만을 추린 짧은 책이 있다면 매우 유용할 것입니다.

불행히도, 피케티 교수가 새로 낸 책 <불평등의 경제학>은 이런 책이 아닙니다.

좀 직설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저는 어떻게 지금과 같은 책을 피케티 교수의 다음 저작으로 내기로 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이 기대한 책과는 거리가 멉니다. 대신, 이 책은 피케티 교수가 20대였던 1997년 출판했던 책을 조금 바꾼 수정판에 가깝습니다.

“조금 바꾼”이라는 단어 그대로 새로운 책은 1997년 출판본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1997년 책은 1995년 이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대부분은 데이터를 보여주는 표도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새 책의 기본 주장이 1997년 이후에 발표된 연구들 – 피케티와 사에즈 교수의 논문을 포함 – 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 역시 독자들을 위한 서문에서 “이 책은 소득 불평등의 역사적 흐름에 관한 지난 15년간의 연구들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즉, 이 새 책을 통해서 독자들이 얻는 것은 최근 연구나 소득 불평등의 진화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명백해 보이는 20년 전 소득 불평등에 대한 진단뿐입니다.

예를 들어, 이 새 책이 “세습 자본주의”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살펴봅시다. 이 책은 누진세가 “19세기에 만연했던 불로소득 추구자들의 사회로 회귀하는 것을 막았다.”라고 언급한 뒤 다른 이슈로 넘어갑니다. 20년 전에 이 말은 성립되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21세기 자본론>의 가장 큰 기여는 바로 세후 이윤의 증가가 사회를 다시 “불로소득 추구자들의 사회”로 향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증가하는 소득 불평등에 대한 논의를 살펴봅시다. 1990년대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 이슈에 관한 논의는 정보 통신과 같은 기술 변화가 고소득 노동자들의 수요를 늘려서 급여 격차가 커진다는 식의 이론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새 책에서 피케티 교수는 이런 주장에 대해 살짝 비판을 제기하지만 “이런 주장은 물론 증가하는 급여 불평등의 큰 부분을 설명한다”고 결론 내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독자들은 최근 연구들이 기술 발전이 급여 불평등을 이끌었다는 이론에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는 것을 배우지 못하게 됩니다. 최근 연구들은 2000년대 이후 일어난 현상들, 예를 들어 대학을 졸업한 노동자의 소득이 계속 정체된 것은 기존의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한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피케티 교수가 1997년에 첫 책을 쓴 이후 소득 불평등에 관한 연구들은 노동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초점을 덜 맞추고 최상위 계층의 소득 진화에 더 큰 관심을 두어 왔습니다. 피케티 교수의 새 책 <불평등의 경제학>이 이런 사실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노조의 힘과 소득 불평등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또 미국과 유럽에서 노조의 힘이 다른 것이 소득 불평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논의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만 읽은 독자들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만 너무 강한 믿음을 갖게 되고 눈에 보이는 제도가 가지는 힘을 과소평가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 시대의 경제적 사고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쓴 책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표하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젊은 시절에 썼던 책을 거의 조금만 수정해서 다시 낸다는 것은 독자들에게 폐가 될 뿐만 아니라 저자에게도 해가 된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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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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