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IT경영

뉴스의 미래 : 애플과 페이스북이 뉴스를 만든다?

인터넷 시대는 언론 업계에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기존의 광고 모델을 무너뜨리고 구독자들의 관심을 블로그, 비디오, 웹사이트로 돌려버렸죠. 파괴적인 테크놀로지의 혁명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희망의 볕이 보이는가 싶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희망은 문제의 시작이었던 실리콘 밸리에서 내민 손길입니다.

애플과 페이스북은 언론사들에 새로운 수익모델을 가져오고, 독자층을 넓히고, 추후 유료독자로의 전환이 상대적으로 용이해 보이는 뉴스 서비스를 발표했습니다. 페이스북은 인스턴트 아티클(Instant Article)이란 이름으로 버즈피드, 아틀란틱, 뉴욕타임즈 등 9개 언론사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애플은 올 가을, 뉴욕타임즈,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 타임스 등 저명한 수십 개 언론사와 애플 뉴스(Apple News)를 런칭할 예정입니다.

그 동안의 경험을 돌이켜보면서 언론사들은 두려움과 낙관론이 뒤섞인 반응입니다. 뉴욕타임즈의 CEO 마크 톰슨은 새로운 독자를 최고의 혜택으로 뽑습니다. “컨텐츠를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10억 명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페이스북 유저 규모는 중국 인구보다 크죠.”

그러나 애플 뉴스와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 모두 독자적인 브랜드로 존재하던 신문이나 잡지를 구독해 모든 기사를 흝어보던 독자들의 습관을 여러 가지 앱을 통해 산발적으로 흩어진 기사를 한두 편씩 읽는 구독 모델로 변형시킵니다. “(뉴욕타임즈나 월스트리트저널) 언론사의 브랜드로 존재하던 웹사이트가 무너지고… (애플이나 페이스북) 플랫폼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거죠.” 전 월스트리트저널 편집장 고든 크로비즈의 말입니다.

언론사들은 애플이나 페이스북이 가지게 될 권력과 뉴스 통합 서비스(Aggregation service)가 기존 유료 구독 모델에 가져오게 될 영향을 걱정합니다. 애플은 차츰 유료 구독 모델을 세워나갈 것이며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뉴스에서 발생한 광고 수익을 보존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미래에 이 계약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는 아무도 보장하지 않았습니다.

페이스북과 애플의 목표는 같습니다. 유저들이 그들의 서비스, 특히 스마트폰에서 보내는 시간을 최대화하는 것이죠. 스마트폰은 갈수록 뉴스를 소비하는 주요 채널이 되고 있습니다. 2012년 뉴스서비스의 25%만이 스마트폰에서 소비된 데 비해 올해는 50%가 스마트폰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페이스북과 애플이 뉴스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스마트폰이 뉴스를 접하는 기본 채널로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뉴스오노믹스의 아날리스트 켄 닥터는 풀이합니다. 페이스북과 애플이 “모바일에서 뉴스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것이죠.”

출판의 부흥

테크 업계의 가장 큰 두 기업이 대부분 투자자들이 포기한 언론 업계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건 보통이라면 축하할 소식일 겁니다. 지면과 디지털 뉴스를 통틀어 미국내 2005년 50조 원(500억 달러)이던 광고 수익 규모는 작년 20조 원(200억 달러)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디지털 광고는 고작 2조 원에서 3조 5척억 원으로 성장했죠. 판매 부수도 별반 나을 것이 없었습니다. 마이애미와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의 일간지 발행 부수는 2005년 이래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영국 일간지의 경우도 지난 1년간 7.6% 독자를 잃고 전체 발행 부수는 7백만 부에 머물렀습니다.

일간지 판매 부수가 줄자 신문 업체들은 온라인 유료 구독 모델로 수익 급감을 막아보려 했습니다. 뉴욕타임즈의 디지털 구독 상품은 1백만 명, 월스트리트저널의 디지털 구독 상품은 72만 명 독자를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다른 신문사들, 이를테면 로스앤젤레스타임즈, 시카고트리뷴 등 10개 신문사를 보유한 트리뷴 퍼블리싱은 고작 6만 7천 명 독자를 얻는 데 그쳤습니다.

언론사들이 디지털로 돌아서는 동안 온라인 뉴스는 소셜 미디어와 함께 성장했습니다. 그 트랜드는 바이럴 컨텐츠로 뜬 버즈피드 등에서 확인할 수 있었지요. “컨텐츠 발견에서 검색보다 소셜 앱이 훨씬 중요한 채널로 떠올랐습니다.” 그동안 온라인에서 뉴스를 찾는 건 구글 뉴스가 담당했습니다. 이제 언론사들에 새로운 고객 유입 채널이 생겼고 수익화 또한 더 쉬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뉴스 수요

페이스북은 유저들을 뉴스 사이트로 유입시키는 데 좋은 기반을 다져놓았습니다. 올해 1월~2월 구글은 뉴스 사이트 트래픽 소스의 41%를 담당했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가 주도권을 빼앗아가는 추세로 현재 36%까지 성장했습니다. 퓨리서치 센터의 9월 자료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1/3이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접하며, 이는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전체 64% 인구의 절반에 해당합니다. 트위터의 8%와 비교되죠. (관련 뉴스페퍼민트 기사: 뉴스 창구로서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페이스북은 유저들이 페이스북 플랫폼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싶어합니다. 뉴스는 사람들이 모바일 앱을 다시 열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유도하죠. 그러나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 다른 사이트로 가는 데만 몇 초가 소요됩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오래 기다리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사이트 로딩이 끝나기도 전에 포기해버리곤 합니다.” 마크 주커버그의 말입니다.

인스턴트 아티클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새로운 포맷은 앱 내 브라우저로 새로운 사이트를 여는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 사이트 내에서 글을 보여줍니다. “매 초가 중요해요.” 페이스북의 프로덕트 매니저 마이클 렉하우의 말입니다. “속도는 모바일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죠.” 페이스북에는 네트워크 요청 과정을 단순화하여 로딩 속도를 최대 10배 높일 수 있는 기술이 있고, 이는 언론사가 제공할 수 없는 기능입니다. 새로운 포맷은 사진과 인터액티브 콘텐츠를 로딩하는 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을 겁니다. “페이스북 유저는 점점 많은 뉴스 아티클을 공유하고 있어요.”

페이스북은 9개, 애플은 이코노미스트 등 수십 개 저명한 언론사들을 끌어들였으나 모든 언론사가 뛰어든 건 아닙니다. 월스트리트저널, 타임스 등 가장 많은 신문사를 보유한 뉴스 코프는 어느 쪽에도 사인하지 않았습니다. 뉴스 코프의 CEO 로버트 톰슨은 새로운 흐름이 15년 전 웹에서 일어난 “AOL스타일 벽에 갇힌 정원” (네이버 뉴스스탠드와 비슷합니다) 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합니다. 이 뉴스서비스에 컨텐츠를 제공하는 건 신문사 개개의 브랜드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그는 분석합니다. “안 좋은 형태의 뉴스서비스가 많은데, 우리의 정체성을 콘텐츠의 흐름에 빠져 죽게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 저널리즘이 이미 훌륭하고 상업적 가치가 있는데, 상업화 시키는 포맷에 빠져 우리 가치를 떨어뜨릴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러나 젊은 세대, 디지털 구독 모델에 돈을 낼 의향이 없는 젊은 세대에 접근할 수 있다는 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이득입니다. “이들 디지털 유저가 구독료를 낼 의향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광고를 통해 수익화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승리를 거둔 셈 이에요.” 뉴욕타임즈 마크 톰슨의 말입니다. 이런 서비스는 광고 수익 패키지에도 새로운 구조를 가져옵니다. “뉴욕타임즈에서 포드와 40만 달러짜리 직접 광고 계약을 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광고를 NYTimes.com에서 보여주기도 하지만, 뉴스앱이나 페이스북의 뉴욕타임스 스토리에서도 보여줄 수 있겠지요. 접근할 수 있는 독자가 많아질 것이고 독자층은 페이스북 덕분에 좀 더 어린 세대가 될 것입니다.”

전문가들을 더하다

그러나 언론사에는 또 다른 걱정이 있습니다. 테크 회사들이 뉴스와 광고의 플랫폼 역할만으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죠. 이들은 점차 전문 언론인을 고용하고, 어떤 기사를 고르고 배치할지 정하는 전통적인 편집국 영역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최근 애플 뉴스를 위해 편집장을 뽑는다는 광고를 냈습니다. 애플 뮤직과 비슷한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은 “뉴스룸 경험이 있고” “알고리즘으로 찾지 못한 매력적이고 독창적인 스토리를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언론인을 찾고 있습니다. 트위터도 프로젝트 라이트닝(Project Lightning)이란 이름 아래 메세지의 홍수 속에서 가치 있는 뉴스를 찾기 쉽게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이를테면 어떤 주제 아래 읽어볼 만한 25개 ~ 30개 트윗을 선별하는 편집국이 있지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편집국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는 아직 명확치 않습니다. 이를테면 페이스북과 애플이 그들 자신에 대한 기사들을 어떻게 유포할지는 논의된 적이 없습니다. 이는 중요한 질문을 낳죠. “언론은 언제나 제작과 유통 과정에서 독립적이었어요.” “그러나 역사상 처음으로 거기서 벗어나고 있지요.” “그들이 보고하는 기업의 권력 구조에 영향을 받게 되는 겁니다.” 다른 대안이 딱히 없는 산업의 “파우스트의 거래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거래)”라고 컬럼비아 언론대학원의 에밀리 벨은 풀이합니다. “이들 플랫폼이 어떻게 변해갈지 투명하지 않아요. 그러나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서고 사람들이 쓸 만한 서비스로 남아있기 위해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Finantial Times)

원문보기

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View Comments

Recent Posts

[뉴페@스프] 공격의 고삐 쥔 트럼프, TV 토론으로 승리 방정식 재현할까?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4 일 ago

“‘기생충’처럼 무시당한 이들의 분노” vs “트럼프 지지자들, 책임 돌리지 말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가 "진보 진영의 잘난 척"에 대한 반감이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다줄 수 있다는…

4 일 ago

[뉴페@스프] “‘진짜 노동자’의 절망,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미국 대선의 진짜 승부처는 여기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6 일 ago

이번 대선은 50:50? “트럼프도, 해리스도 아닌 뜻밖의 변수는…”

미국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결과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팽팽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1 주 ago

[뉴페@스프] 이야기꽃 피우다 뜨끔했던 친구의 말… “조금씩 내 삶이 달라졌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 주 ago

[뉴페@스프] 스벅 주문법이 3천8백억 개? 창업자 호소까지 불러온 뜻밖의 악순환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2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