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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무지개색 프로필 사진: 온라인 사회 운동의 파급 양상

미국 대법원이 동성 결혼 합헌 판결을 내리던 날, 페이스북은 무지개빛으로 물들었습니다. 2013년 3월, 이용자 3백만 명이 인권을 상징하는 붉은 색 평등 아이콘으로 프로필 사진을 바꾼 적이 있었죠. 이번에는 프로필 사진에 무지개색 필터가 입혀졌습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1백만 명 넘는 사람이 프로필 사진을 바꾸었죠.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냐는 학자들의 질문에 페이스북 대변인 네비우스는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노출된 기능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페이스북은 감정의 전파를 추적하고 투표 행위를 관찰하는 동안 집단 행동에 따른 사회적 변화에는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관련 뉴스페퍼민트 기사: 페이스북의 ‘감정의 전파’ 실험은 계속되어야합니다 페이스북은 고의로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더 참아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지난 3월 페이스북이 발표한 논문이 하나 있습니다. 스탠포드 박사 보그단 스테이트와 페이스북 데이터과학자 아다 아다믹이 발표한 “온라인 사회 운동의 지지 확산 양상” 논문은 2013년 3월 페이스북 유저가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의미로 붉은 색 평등 아이콘으로 프로파일을 바꿨을 때 어떤 요소가 영향을 끼쳤나 분석합니다. 이는 시민이 온라인으로 행동을 조직하고, 더 나아가 사회운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2009년 트위터 유저들이 이란의 시위대를 지지하는 의미에서 프로필 사진을 초록색으로 바꾸고,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하고, 주소를 테헤란으로 변경했을 때 학자들과 행동가들 사이에서는 이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 일인지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중요치 않게 보았습니다. “이란 현실과 다른 서구의 환상”, “게으른 행동주의(slacktivism)”, “무해한 행동주의”라는 별명과 함께 “큰 효과가 없다” 는 평가를 받았지요.

특히 야후의 연구원이던 에브게니 모로조브는 두 가지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첫째, 소셜 미디어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이 실제 정치적 변화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며 오히려 실제 변화에 쏟을 에너지를 분산시켜 방해가 된다는 겁니다. 둘째, 이와 같은 행동은 아무 위험 감수나 비용이 없다고 간주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란의 시위대를 지지하는 것과 달리 미국의 동성애자 인권은 직접적인 정치적 변화와 훨씬 밀접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건 사회적 위험 감수와 비용도 있습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친구들과 다투거나, 생명을 위협받을 수도 있는” 일인 겁니다.
금요일 유튜브가 올린 커밍아웃 비디오를 보면 이와 같은 온라인 상의 운동을 하찮게 여길 일은 아닙니다.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게으른 행동주의”는 친구를 잃을 위험을 감수하고 사회가 성소수자를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지요. 프로필 사진을 무지개색으로 바꾸는 것이 게으른 방법이라고 주장할 지 모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사회적 위험과 비용을 감수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스탠포드의 사회학자 더그 맥아담이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1964년 “자유의 여름” 에 미시시피 지역에서 첫 흑인 투표자로 등록한 700명의 대학생을 연구한 결과가 있습니다. 10주 동안 세 명이 살해당하고, 52명이 구타를 당했으며, 250명이 감금되고, 13개의 흑인 교회가 불탈 정도로 심각한 일이었지요. 맥아담은 이 과정에 스스로 지원한 1,086명 행동가의 프로파일과 그들의 인간 관계를 분석합니다. 이 위험한 사회 활동에 참여할 가능성은 1) 연관 단체 소속이 많을수록, 2) 이전에 인권 관련 활동 참가 기록이 많을수록, 3) 다른 참가자와의 연이 깊을수록 높아집니다. 다른 말로 하면, 친구들이 많을수록 관련 활동에 참가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페이스북 네트워크에서도 참가하는 친구가 많을수록 프로필 사진을 바꿀 가능성이 높아지는지 궁금합니다.

2013년 결혼 평등 프로필 사진을 분석하면서 스타에트와 아다믹은 두 가지 가설을 세웁니다. 첫 번째는 웃긴 사진처럼 빠르게 퍼지지만 많이 퍼지고 나면 공유할 가능성이 되려 낮아지는 겁니다. 두 번째 가설은 이 행동을 할 때까지 다른 사람들이 같은 행동을 하는 걸 여러 번 봐야 한다는 겁니다. 2013년 3월, 3백만 명이 프로필 사진을 바꾸면서 1억 600만 명이 이 사진에 노출되었습니다. 스테이트와 아다믹은 정치적 성향, 종교, 나이 등 여러가지 요소가 영향을 끼치지만 친구들이 바꾼 프로필 사진에 많이 노출될 수록 같은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가능성은 처음 여섯 번 노출까지 계속 높아집니다. 그 다음부터는 크게 영향을 못 끼치죠.

이는 대부분 페이스북 콘텐츠가 퍼지는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른 양상입니다. 웃긴 사진이나 글은 사람들이 한 번 보고 바로 공유하지만 몇 번 노출되었다고 그 효과가 누적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2013년 3월 남녀 평등 프로필은 다른 사람들도 이를 지지했다는 “사회적 증거”가 나타날 때까지 사람들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 유저는 실제로 친구들에게 영향을 끼친 걸까요? 아니면 원래 같은 의견을 가진 친구들이 반응한 걸까요? 이 질문에 대답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페이스북이 엄격하게 통제한 실험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반응한 양식을 분석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스테이트와 아다믹은 몇백 만 명이 프로필 사진을 바꾼 건 미국인 다수가 이미 동성결혼을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조심스런 결론을 내놓습니다.

대법원의 동성 결혼 합헌 결정은 어떻게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연대가 구축되는지 확인할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야기하거나, 친구들이나 가족과의 불화를 막기 위해 침묵하는 방법이 있지요. 여기, 당신의 의견이 소수의 의견이라 여겨질 때 정치적 견해를 침묵하는 침묵의 소용돌이 효과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 무지개색 사진이 페이스북의 또 다른 실험이냐고 묻자 페이스북은 누구에게나 노출된 상품이라고 답했습니다. 두 명의 인턴이 해커톤 프로젝트에서 낸 결과물로 직원들 사이에 인기를 끌자 상용화했고 마침 연방법원의 발표에 맞물려 큰 반향을 얻었다는 것이지요. 이 무지개색 사진도 동성 결혼 평등 사진과 비슷하게 사회적 증거를 확인하고 퍼져나갔는지는 곧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The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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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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