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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ON] 은유 디자이너의 삶 (1/3)

단테는 어떻게 인생을 길에 비유할 수 있었을까요? 릴케는 또 어떻게 시간을 파괴자(destroyer)로 부를 수 있었을까요? 그들에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는지 묻는다면, 아마 그들은 그 생각들이 자신의 마음에서 저절로 떠올랐거나, 또는 시적 상상을 통해 만들어냈다고 말할 겁니다. 독자들은 이것이 어떤 영적인 것이라 여기겠지요. 시인과 독자 모두 은유가 의도적으로 설계된다고는 생각지 않을 겁니다. 즉,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끼치려는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이것이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렇다면, 은유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질 수는 없는 것일까요? 나는 이 글에서 은유가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려 합니다. 지난 5년간, 나는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프레임웍스(FrameWorks) 연구소에서 은유(metaphor)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우리는 미국의 여러 기업과 단체들의 주문을 받았지요. (선거 운동이나 정부의 주문은 받지 않았습니다). 나는 다양한 분야에서 은유를 테스트하고 만들어 주었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사람들로 하여금 익숙하지 않은 어떤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참 아름다운 비유야”라는 말은 우리의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현실의 대상에 다른 면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훗날 MIT 의 교수가 된 미국의 철학자 도날드 쉔은 1960년대에 아서 D 리틀 컨설팅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의 팀은 합성모로 만들어진 붓으로는 왜 부드럽게 칠할 수 없는지를 따지고 있습니다. 그때 같은 팀의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붓은 일종의 펌프지!”

보통의 상황이라면, 누군가가 붓을 펌프라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이를 실수라 생각하고 웃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있어서는 과학자들의 펌프에 대한 지식이 붓의 역할과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붓은 펌프다’는 전혀 아름답지 않은 비유지만, 유용한 비유입니다. 쉔은 후일 이렇게 썼습니다. ”과학자들에게 이 새로운 비유는 새로운 이해, 설명, 그리고 발견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이를 통해 더 잘 칠해지는 붓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은유 디자이너는 의도적으로 이런 실수, 곧 어색한 비유를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비유는 신문의 사설이나 담화문에 등장하게 됩니다. 때로 이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고, 또 조직 내의 의사소통을 돕습니다. 은유 디자이너는 이런 의도적-실수(pseudo-mistake)를 많이 만들어야 하며, 그 중 일부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게 됩니다. 나처럼 원래 비유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는 결혼식의 초대장을 만들 때 미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이는 흥미로운 직업입니다. 또한 나는 작가로서 내 아이디어가 결국 쓰이지 않는 일에도 익숙합니다. 그러나 이 일의 진정한 힘은 우리가 만든 은유의 사회적, 인지적 유용성을 확인할 때에 드러납니다.

무언가를 전달하고 싶을 때를 생각해봅시다. 그것은 사업 전략일수도 있고, 어떤 발견, 또는 잘 알려진 사회 문제의 다른 측면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의도적-실수를 만들고, 하나 하나를 테스트하며 대부분은 실패로 끝나게 됩니다. 이런 의도적 실수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설명하고자 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다른 분류에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붓은 도대체 펌프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네, 이들은 액체를 옮긴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펌프는 ‘액체를 이동시키는 것들’ 카테고리에 속하는 가장 대표적인 원소입니다.

실수를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은 설명하려는 대상을 구성 요소들로 분해해 다른 방식으로 결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건강과 관련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시청의 한 부서가 있다고 해봅시다. 이 부서는 여러 관할구역을 담당하고 있으며,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자금 역시 다양한 출처로부터 나옵니다. 이런 설명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또한 이 프로그램 중에는 노인, 이민자, 중독자 등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것들도 있으며 이는 평균적인 납세자들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좋은 비유는 ‘공동체’, ‘다 같이’ 같은 느낌을 포함해야 하며 또한 ‘건강’ 이나 ‘기회’와 같은 긍정적인 단어를 연상시켜야 합니다. 나는 ‘다리’와 ‘플랫폼’을 제안했으나 결국 우리가 채택한 단어는 ‘열쇠고리(key ring)’였습니다. 곧, 이 부서는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여러 열쇠들을 가진 곳이라는 것이지요.

거의 모든 은유 디자이너들은 버클리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와 오레곤 대학의 철학자 마크 존슨이 쓴 “삶으로서의 은유(Metaphors We Live By)”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비유가 어떻게 우리의 생각과 말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말해주는 고전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면, 인생은 하나의 여정이며, 논쟁은 전쟁이라는 사실에(편을 먹고, 증거를 무기로 사용하며, 한 명의 승자만이 존재하지요)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물론 현장의 은유 디자이너에게는 심리언어학자의 연구가 철학자의 의견보다 더 유용합니다. 심리언어학에는 사람들이 새로운 비유를 들었을 때 여기에 어떻게 반응하고 처리하는지에 대한 연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프린스턴의 심리언어학자 샘 글룩스버그는 2003년 은유는 말그대로 분류제안(categorisation proposal)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곧 어떤 한 대상이 다른 어떤 분류에 속한다고 제안하는 것이 은유라는 뜻입니다. ‘붓은 펌프’라거나 ‘변호사는 상어’라고 말할 때 ‘펌프’는 액체 전달 장치라는 카테고리의 이름이며 ‘상어’는 약탈자라는 카테고리의 이름입니다. 여기서 ‘펌프’와 ‘상어’는 단지 펌프와 상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가진 어떤 일반적인 특성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글룩스버그는 이를 “이중 의미(dual reference)”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많은 비유에서 이런 특성이 발견된다고 말합니다. ‘도살자(Butcher)’는 ‘실력이 미숙한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감옥(jail)’은 ‘불편하고 좁은 상황’, ‘엔론(Enron)’은 ‘엄청난 회계 부정’과, 그리고 ‘베트남’은 ‘실패로 끝난 군사적 간섭 행위’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 노스웨스턴 대학의 심리언어학자 데드르 겐트너는 글룩스버그와 달리 비유를 두 개념 사이의 ‘연결(mapping)’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비유를 이해하는 데 두 단계가 필요합니다. 먼저 우리는 두 개념이 공통으로 가진 구조적 특징을 찾아야 합니다. 붓과 펌프의 경우, 액체를 옮긴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음 단계에서 우리는 이들을 비교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과학자들은 마치 펌프의 진공 부분이 물을 옮기는 데 중요한 것처럼 붓의 솔 사이의 공간이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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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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