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문학상을 노린다면 남성이 중심에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작가인 니콜라 그리피스가 지난 15년간 퓰리처, 맨부커상, 내셔널북어워드, 전미 도서비평가상, 휴고상과 뉴베리상 수상작들을 놓고 작가와 소설 속 화자 및 인물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일례로 2000년부터 2014년 사이 맨부커상 수상작들의 경우, 9개 작품은 남성이 남성에 대해 쓴 책이었고, 3개 작품은 여성이 남성에 대해 쓴 책이었으며, 여성이 여성에 대해 쓴 작품은 3개 뿐이었습니다. 그리피스는 성인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영향력이 크고 상금도 많은 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또한 이는 여성 작가들이 자가 검열을 하고 있거나, 심사위원들이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없고, 가치없고, 수준 떨어지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합니다. 세상의 절반인 여성인데, 절반의 목소리와 이야기에 문학계의 기득권이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한편, 여성 작가들을 위한 잡지인 엠슬렉시아(Mslexia)는 여름호에서 영국 출판계의 높은 자리는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2008년 이후 주요 출판사인 펭귄과 랜덤하우스, 하퍼콜린스에서 모두 편집장이 여성에서 남성으로 교체되었다는 것입니다. 기사는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80년대 출판계에서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해 투쟁한 여성들이 은퇴할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을 구입하는 사람 중 여성의 비율과 출판계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비율을 볼 때 역시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여러 문학상을 받은 작가 그리피스는 문학계에 분명히 여성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문학상 심사위원 중에도 여성이 많은데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이와 같은 편견이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것이죠. “작가”란 남성 작가를 의미하고, 여성인 작가에게는 “여류 작가”라는 호칭이 붙는 것이 문학계의 여전한 현실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1990년대에만 해도 여성 작가들이 쓴 여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꽤 인기를 끌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 바닥의 상황이 저절로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도서출판 업계에도 대기업 인수의 바람이 불고 대형 체인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독립적인 소규모 출판사들은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다양성의 실종은 곧 보수적인 행태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그리피스는 이러한 현상을 우울한 현실이 아닌, 고칠 수 있는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그녀는 도서출판계 여성들을 위한 연구 모임 VIDA와 함께 업계의 젠더 균형에 대한 조사를 계속해나갈 계획입니다. 책의 생애에 걸친 전 과정, 즉 누가 어떤 식으로 작품을 쓰는지, 출판사는 어떤 식으로 출판할 책을 선정하며, 문학상 심사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비평은 어떤 책에 대해 얼마나 쓰이는지 모든 단계에 관련한 데이터를 구축할 생각입니다. 현실을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하면 누구나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되고, 행동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입니다. “데이터를 모으면 패턴이 보이고, 패턴을 보면 상관관계를 알 수 있고, 상관관계를 알면 문제의 원인도 드러나고, 원인을 알면 해결책도 나올 겁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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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내용이네요, 번역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다만 마지막 문단의 '누가 어떤 식으로 작품이 쓰는지'라는 문장을 알맞게 고쳐주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지적 감사드립니다.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