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은 타고난 것이자 불변하는 것일까요, 혹은 주어지는 환경에 따라 더 발달하거나 뒤처지는 것일까요? 과학사를 통틀어“유전 대 환경” 논쟁만큼 치열하게 맞붙어 온 주제도 드물 것입니다.
약 이십여 년 전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날렸던 책 “벨 커브”는 물려받은 능력이야말로 전부라 주장했습니다. 비평가들은 그에 맞서 지적 자극의 중요성을 내세웠습니다.
실제의 공공정책에 미치는 영향력과는 별개로, 이러한 논쟁은 기실 대단히 학문적인 차원에서 일어납니다. 도심 슬럼에서 자란 아이들의 IQ가 낮은 것은 지적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일까요(차별주의자로 비판받을 수도 있는 주장이죠), 아니면 검사가 편향됐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학교나 가정 환경이 그런 아이들의 잠재능력을 길러주기에 충분치 않기 때문일까요? IQ가 어쩔 수 없이 유전적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을 두고, 최근 출판된 두 건의 연구가 지능이 고정되어 있다는 발상에 도전하는 증거를 내놓았습니다.
연구팀을 주도한 펜실베니아 주립대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베이커는 “(지능을 결정하는 데) 유전자나 환경이 독립적인 변수로 작용한다는 주장은 신빙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20세기 들어 IQ 점수가 전체적으로 상승한 것은 전에 비해 훨씬 향상된 교육과정이 더 똑똑한 학생들을 길러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유전적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인지능력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에서 연구팀을 이끄는 케네스 켄들러 역시 동의합니다. <인텔리전스(Intelligence)> 저널에 실린 베이커 연구팀의 논문은 “지난 90년간 미국 성인의 평균 IQ 점수는 약 25점이 올랐다”는 문장으로 서두를 뗍니다.
이러한 결과는 학교에 입학한 미국 청소년의 비율과 학창시절의 햇수가 증가한 사실과 맥을 같이합니다. 초급 수학 교재를 분석한 결과 지난 수십년간 “교과서에서 요구하는 인지적 수준이 놀라울 정도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1960년대 중반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린 학생들은 끊임없이 더 높은 수준의 논리적 접근을 요하는 대수학 교재로 교육을 받아 왔다”고 연구자들은 보고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경과학적 맥락에서 접근할 때, 수학 문제를 푸는 능력과 계획하고 조직하며 목표를 지향하는 각종 기술과 관련된 인지실행능력의 기저에는 동일한 신경생리학적 기제가 깔려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들은 보통“영역-일반 지능”을 뒷받침한다고 여겨져 온 기능들입니다.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은 단지 수학을 잘하게 하는 것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인지발달의 기저에 깔린 신경생물학적 가소성은 수많은 생물학적/환경적 장애를 극복하고 꽃을 피울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합니다.”라고 연구팀은 결론을 짓습니다. “한편 그러한 인지적 발달은, (뇌를 특정한 방향으로 형성하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환경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베이커와 그 동료들은 이러한 연구 결과가 “벨 커브”의 대전제를 정면으로 반박한다고 주장합니다. 지능은 “유전적 영향과 환경 간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며, 환경의 영향력에서도 교육은 특히 핵심적인 요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가정환경도 이 점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 회보(PNAS)에 실린 켄들러의 연구가 그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군대에 복무하는 18에서 20세 사이의 스웨덴 남성 중 형제관계로 묶인 436쌍이 연구에 참여했는데, “적어도 그들 중 한 명은 한 명 이상의 생물학적 부모에게서 길러졌으며 다른 한 명은 입양 부모에게서 길러졌습니다.”연구 결과, 입양된 쪽의 IQ 점수가 다른 쪽의 형제에 비해 평균적으로 4.4점이 더 높았습니다.
“입양 가정의 교육환경이 좋을수록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입양 가정의 교육수준이 생물학적 가정에 비해 떨어질수록, 입양아들의 점수는 (입양되지 않은 쪽의) 형제보다 더 낮았습니다.”
즉 IQ는 태어날 때 바로 결정된다기보다는 각 개인의 가정환경에 따라, 그리고 이후 학교에서 받은 교육의 양과 질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천재라는 꽃봉오리는 비옥한 토양을 필요로 합니다. (패시픽 스탠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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