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문화세계

STEM을 전공한 여성들이 맞닥뜨리는 다섯 가지 편견

학, 술, 공학, 수학(STEM) 분야에서 여성의 수가 눈에 띄게 적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혹자는 교육 문제라고 합니다. 여성 청소년들에게 STEM 전공에 대한 관심을 심어 주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말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1991년 이래 여성 컴퓨터 공학자의 수는 실질적으로 감소 추세입니다.

또 다른 이론이라면, 여성들이 일과 가정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스스로” STEM 관련 직업을 포기한다는 것입니다. 즉 직장 내 편견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이 역시 증거가 불충분한 얘기입니다. 성별에 따른 편견이야말로 과학계에서 여성을 몰아낸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들이 쌓여 가고 있습니다. 2012년의 한 연구에서는 여성 혹은 남성의 이름으로 된 가상의 원서를 제작하여 연구중심 대학에 근무하는 이공계 교수진에게 보냈습니다. 지원서의 내용은 동일했음에도, 가상의 남성 지원자가 여성 지원자에 비해 더 유능한 인상을 주었을 뿐더러 더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러한 경향성은 남녀 교수가 다르지 않았습니다. 2014년의 연구 역시, 수학적 능력을 요구하는 직업에 남성을 고용하는 비율이 두 배나 더 높다는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여성과학자협회(Association for Women in Science)의 도움을 받아 60명의 여성 과학자들에게 심도 있는 인터뷰를 실시하고 557명의 여성 과학자들에게 설문 응답을 받았습니다. 이번의 연구 결과는, 어떻게 성별에 대한 편견이 직장 내 상호작용에서 영향을 미치는지 한층 뚜렷하게 보여줄 뿐더러 흑인 및 라틴계 여성 과학자들에게 적용되는 다섯 번째 편견에 대해서도 밝혀내었습니다.

패턴 1. 끝없는 자기 증명

인터뷰에 응한 여성 과학자의 2/3과 설문에 응한 여성 과학자의 2/3은, 그들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여성 과학자의 성공은 깎아내려지고 전문성은 도전을 받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못해낼 거라고들 단정짓죠.” 한 통계학자는 말했습니다. 특히 흑인 여성 과학자의 경우 3/4가 이러한 문제를 털어놓았습니다. 동양계 여성 과학자의 경우, “동양계 미국인들이 과학을 잘한다”는 통념이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은 거의 없었습니다.

패턴 2. 성역할 간 외줄 타기

유능해 보이려면 남성적으로 행동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여성 과학자들의 경우 동시에 여성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받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 과학자들은, 유능해 보이기엔 지나치게 여성적인 태도와 호감을 사기엔 지나치게 남성적인 태도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합니다. 설문에 응답한 34.1 퍼센트의 여성 과학자가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을 연기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답했으며, 동양계 여성 과학자의 경우 다른 인종 집단보다 그 비율이 높았습니다 (40.9 퍼센트). 거의 절반 가까이 되는 (53 퍼센트)가 자기 생각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거나 주도권을 쥐는 등 남성적인 행동을 보였을 때 지탄을 받았다고 응답했습니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직접적이며 경쟁적인 여성의 경우 혐오나 따돌림에 직면하게 됩니다. “난 상당히 공격적인 편이에요.”라고 한 라틴계 생물공학자는 말했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가릴 것 없이 바로 ‘마녀’라고 부르더군요. 다른 단어도 있지만 여기서 꺼내기엔 좀 무례하지요.”

패턴 3. 모성의 벽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이 아이를 갖게 되면 그들은 곧 벽에 부딪치게 됩니다. 당장 일에 대한 열정과 유능함이 의심받고 승진의 기회 역시 줄어들기 시작하니다. 전 인종 집단을 통틀어, 자녀를 둔 여성 과학자들 중 거의 2/3 가량이 이러한 벽에 부딪친 적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여성들은 전업주부 아내를 둔 남성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주변의 동료들은 아이를 가진 후엔 자기 페이스를 잃을 것이라 간주합니다.

한 동양계 면역학자는 말했습니다.내가 좋은 어머니라는 것만큼이나 좋은 과학자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매우 힘들게 싸워야만 했습니다.”

한 흑인 미생물학자는 말했습니다. “(여성인) 당신의 직업은 직업이라기보단 취미고, 결혼을 하거나 가정이 생길 때까지만 일을 하지 않겠느냐는 그런 식의 가정들을 하곤 하죠.”

패턴 4. 동성간의 줄다리기

커리어 초반에 차별을 당한 여성의 경우 다른 여성들과 거리를 두게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한 동양계 통계학자는 “틀림없이 지옥을 맛봤을” 나이든 여성이, 어떻게 과거에 당했던 그대로 젊은 여성에게 돌려주는지 설명했습니다. 성별에 따른 편견이 어떻게 다른 세대에 속한 여성들 사이에 갈등을 불러일으키는지 잘 보여 줍니다.

사실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여성 과학자들 중 3/4가 같은 직장에 속한 여성들끼리 서로 돕는다고 응답했습니다. 한편, 여전히 1/5 가량의 과학자들은 “‘여성에게 할당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른 여성 과학자와 경쟁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는 특히 남성의 수가 압도적인 조직에서 나타나는 여성 간 갈등의 주요한 이유입니다.

패턴 5. 고립되기

본 연구에서는 주로 흑인 및 라틴계 여성 과학자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다섯 번째 편견에 대해 보고하고 있습니다. 설문에 응답한 흑인 여성 과학자들 중 42 퍼센트가 “동료들과 사적으로 가까워지면 덜 유능해 보일 것 같다고”답했습니다. 이는 라틴계(38 퍼센트), 동양계(37 퍼센트), 그리고 백인(32 퍼센트) 여성 과학자에 비하면 약간 더 높은 수치입니다. 그러나 인터뷰의 경우, 이러한 편견에 대해 토로한 것은 주로 흑인 여성 과학자들이었습니다.

한 미생물학자는 말했습니다.사람들은 흔히 내가 그 자리에서 유일한 흑인이 되면 불편할 테니 그냥 부르지 말자’고 생각하고, 때문에 자리에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생기곤 합니다.”

한 생물학자는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는 거예요. 매우 외로운 삶이었죠.” 라 응답했습니다.

어떤 경우, 여성 과학자들은 직업적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개인적인 삶을 의도적으로 감추기도 합니다. 한 과학자는 동료들과 어울리는 일을 가능한 한 피한다며 “내게는 그게 권위를 떨어뜨리는 일이에요.”라 털어놓았습니다.

이러한 다섯 가지의 편견은 주로 무의식중에 작동하며, 사람들이 의식하지도 못한 채 고정관념의 일부가 됩니다. 물론 오래된 형태의 직접적인 (인종 및 성)차별이 끈질기게 살아 있다는 증거 역시 무수히 많습니다.

STEM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이 적다는 사실을 단지 개인적 선택이나 제대로 된 교육의 부재 탓으로 돌리고 싶겠지요. 하지만 이제는 사태의 당사자인 여성 과학자의 말을 들어야 할 때입니다. 그들은 이 문제가 성별에 따른 편견이라 여기고 있으며, 늘어나는 연구 결과가 그러한 시각을 뒷받침합니다.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

원문보기

Hortensia

View Comments

  • 어차피 저쪽 치들의 세계관에선 굳이 STEM 분야로 한정할 것 없이 온 세상이 여자를 핍박하고 못 살게 구는
    악마같은 세상 아니던가요?ㅋ 특별히 여자 편애적인 특수분야 몇 몇을 제외하면 그 어떤 분야를 배경으로
    하든 위의 사례들이 적용하고 있음을 얼마든지 성공적으로 증명해낼 준비가 되어있는 친구들일텐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 와중에 굳이 STEM 분야에서 여자의 기여도가 적은 까닭은 위와 같은 디폴트 값에 해당하는
    시시한 이유가 아니라 좀 더 직접적이고 명료한 것이 있겠죠.

      • STEM 분야에서 여자의 기여도가 극단적으로 적은 까닭은

        여자 모집단 중 수학/과학에 재능을 가진 구성원의 분포가
        남자 모집단 중 수학/과학에 재능을 가진 구성원의 분포보다
        유의미하게 적기 때문입니다.

        제가 알기로 하버드 대학교의 총장이 이 말 한 마디 했다가 강제퇴임을 당했다죠?
        무서워서 살 수 가 있나 원...

        • 고등학교 졸업준비생들 수학,과학 상위 5%에서 여학생 분포가 남학생의 절반이지만 평균점수들은 비슷하다는 수치조사결과는 일반인들이 잘 아는 사실은 아닌 것 같네요...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지 약간 궁금하네요.

          Summers 교장이 말한 것중에 사회에 많이 퍼진 의견으로는 여자와 남자의 타고난 성향(보육에 흥미를 많이 갖느냐 마느냐), 근무강도 높은 고위직에 자신의 인생을 바치는 것에 대해 남자가 더 많이 준비되어있었다, 2005년 근처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자라난 환경뿐만 아니라 타고난 성향도 매우 중요하다... 정도가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저는 생각없이 살아서 신경 안 쓰던 문제들이지만;

          하버드 대학교 총장이 한 말을 열심히 독해해보면 참 겸손하게 말을 잘 했는데 언론인들이 문제가 아니었나 싶네요.

          • 당연하게도 평균점수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해당 분야에 매진하여 성취를 낼 정도의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분포이니까요.
            5%에서 남자의 절반이라고 하셨는데, 이것도 굉장히 강력한 수치임에 틀림없지만
            이를 1% 혹은 0.5%로 좁히면 그 격차는 비교가 민망할 정도로 더욱 압도적인 차이가 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언론에서 서머스 총장의 발언을 문제삼기 이전에
            애초에 그 말을 들은 여자 임원진들이 들고 있던 물건을 떨어뜨릴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던가
            모두가 정적에 빠져서 서머스를 싸늘하게 쳐다봤다던가
            학내 여론에서 가열차게 비난하는 목소리들이 기세등등하여 그 성토함이 하늘을 찔렀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줏어들은 이야기지만, 위 일화들이 사실이라면 언론 이전에 이미 저런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던
            사회와 문화 자체가 문제입니다. 언론은 이미 강하게 성을 내고 있는 학교 분위기를 전달한 것에
            불과합니다.(물론 사회전반적으로 그런 분위기에 동조하는 따위의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니
            당사자가 자리에서 쫓겨날 정도로 일이 진행됐을테구요)

            다른 글에서 제가 한 번 말씀드린 내용이지만, 이와 같은 여자편애적인 태도는 제가 타협할 수 없다고
            느끼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 도미노님, 뉴스페퍼민트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도미노님의 의견들 중 어떤 부분들은 일리가 있고, 또한 다른 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건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단지 몇 가지, 표현이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눈에 뜨이고 그런 부분들 때문에 전체 글의 신뢰도에 부정적인 느낌을 가지게 만듭니다. '여자 편애'는 그 자체로 생소한 표현이지만 같은 뜻을 표현하실 때 '여성 편애'가 좀 더 자연스럽지 않나 생각됩니다. 또한 '모집단'이라는 단어가 불필요하게 쓰인 듯 하구요.

            전반적으로 하시고자 하는 말씀은 두 번째 댓글의 '여성의 기여도가 적은 이유는 재능을 가진 여성이 적기 때문이다'로 요약될 듯 합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원글의 내용과 전혀 배치되지 않습니다. 말씀하신 이유는 여러 이유 중의 한가지일 수 있고, 각 이유의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다면 혹시 가장 큰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다른 이유들을 부정할 근거는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재능을 가진 여성이 적다’는 것은 매우 모호한 말입니다. 수학과 과학에서 이루어지는 지적 노동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이 노동에 필요한 재능 역시 매우 다양합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과학계에 여성의 기여가 극히 적었던 이유는 여성의 재능의 부족보다는 다른 이유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이는 이 분야를 전공하는, 그리고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이들 중 여성의 비율이 계속해서 증가해 온 것만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원글은 우리가 노력하여 바꿀 수 있는 불합리한 현실을 지적한다는 면에서 굳이 재능에 관한 지적을 필요로 하지 않는 글입니다.

            써머스 총장에 대한 반응들도 다소 편의적으로 이해하시거나 해석한 부분이 있습니다. 써머스 총장의 사건 그 자체는 매우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Science & Engineering 과 Humanity 의 세력다툼의 측면이 있으며 써머스 본인의 개혁 노력이 기존의 교수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비춰진 측면도 있습니다. 학내의 분위기가 일방적이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써머스 본인이 본인이 겪은 일들을 지구 반대편에서 반여성주의자들이 이 사회에 문제가 있다는 자신들의 주장의 근거로 사용하는 것을 불편해할 것입니다. 그것은 아마 미국인과 하버드 구성원들의 상식에 보다 친숙할 제가 쉽게 장담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자면, 남녀차별이 역사적으로 존재해왔고 이 순간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이 사회를 더 살만하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은 더 나은 사회를 꿈꿔온 앞선 세대들의 오랜 노력과 희생 덕분에 겨우 보편적인 상식으로 올라온 담론입니다. 물론 이런 주장이 현실에서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불합리함이 있을 수 있고 완벽한 공정함을 달성하지 못해 도미노님과 같은 반 여성주의자들이 등장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의 주장과 생각이 실제 현실과 동 떨어진 만큼, 다른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며 매우 섬세한 전선의 설정이 있어야합니다. (원글 정도의 글에서 ‘여자편애적 태도’를 찾거나, 혹은 본인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사회를 탓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가장 최악의 대처일 것입니다.)

          • 어휘에 대한 지적은 사소한 부분인 것 같으니 일단 넘기겠습니다.

            수학/과학에 대한 여성의 재능의 부족보다 다른 것에서 원인을 찾고 싶어하는 마음은 잘 이해됩니다. 하지만 집단과 집단의 비교에서 우열을 드러낼 수 있는 어떤 표현도 터부시하는 문화가 압박하지 않는 이상 그것은 충분한 시간과 엄격한 통제조건을 거쳐서 검증되고 증명될 문제입니다. 물론 이런 접근 자체를 터부시하는 사회적 문화적 압박이 강력하다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끝내 증명되지 못하겠지만요.
            제가 알기로 남녀의 구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 유년기에는 수학/과학에 대한 이해와 성취도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특정시점부터 명백하게 격차가 나타나는데, 추정컨데 그 부분을 파고들면 좀 더 명료하고 정확한 원인이 드러나겠지요. 직관적으로 가장 쉽게 추측할 수 있는 원인은 호르몬일 것 같은데, 실제로 무엇일련지는 엄격한 연구로 알 수 있을겁니다.

            호르몬이든 아니든 명료하고 정확한 원인 X를 규명하고 나면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통찰은 더욱 깊어질 것이며, 이를 응용하여 더 개선된 세상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가령 수학/과학에 흥미와 적성을 높여주는 약을 만들 수도 있겠죠.(개인적으로 그런 의약품의 섭취로 인위적인 흥미를 조성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확신은 아직 없지만, 우리에게 원한다면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좋은 일입니다.)

            서머스 이야기는 그냥 지나가다가 해외토픽에서 읽은 게 전부라, 자세한 디테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본심을 밝히자면 제가 말하고픈 요지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도구였을 뿐으로 요지의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면 그만이지, 그 이상 파고들 생각은 없습니다.
            당연히 세상의 모든 일들은 단순한 선형관계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하잘껏 없고 간단한 사건도 다차원적으로 층층히 해석할 여지가 많습니다. Science & Engineering 과 Humanity 의 세력다툼, 학내 개혁파와 비개혁파의 갈등도 흥미로운 주제지만 제가 서머스 총장의 퇴임을 주제로 심층분석 에세이를 쓰지 않는 이상 어차피, 다차원적인 층 중에서 한 개나 두 개 정도의 필요한 층위만 골라서 가져다 쓰는 것 정도겠죠. 그리고 아무리 다른 관점의 해석으로 덮으려고 해도 서머스 총장의 발언과 그로인한 강제퇴임이란 사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은 여성편애문화(조언을 십분 받아들여 개정어휘를 쓰기로 했습니다)적 압박으로 인한 갈등입니다. 이건 부정할 수 없죠. 요컨데 제가 가져온 층위는 그렇게 편중된 억지설정은 아닐겁니다.

            벌써부터 저를 거창하게도 "반여성주의자"라는 딱지까지 마련하셔서 사우론이나 다스베이더 같은 타도당해 마땅할 악의 세력으로 규정하시는데, 그런 딱지 자체를 단연코 거부합니다. 굳이 특정 표현으로 딱지를 붙인다면 기계적 평등주의자나 공정주의자라고 하셨으면 좋겠군요. 왜냐하면 그것이 제가 믿는 가치와 가장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기계적 평등주의 혹은 공정주의인 제 입장에서 불편부당한 모든 법제적/규범적/형식적/절차적 불평등에 반대합니다. 따라서 그러한 불균형이 철폐되어온 18세기 후반 무렵부터 20세기 초 중반까지의 행보에는 이견없이 찬성하며 그로 인해 더 나은 세상이 되었다는데에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는 자연적인 흐름과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균형점이 알아서 조율하며 가장 최적의 세상을 구성해나가는 것이 마땅하며 저쪽 친구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에는 공감할 수가 없습니다.

          • 어휘가 아니라 용어입니다. 사소한 것이 아닙니다. 한 분야에 대해 익히고 토론한다는 것은 그 분야에 기합의된 용어의 정의와 용례를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토론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 쓰신 글에서도 ‘불편부당’을 부정적인 의미로 쓰셨는데, 아마 ‘불편’과 ‘부당’이 부정적인 의미이기에 그렇게 생각하신 듯 합니다. 그러나 ‘불편부당’은 공정하다는 뜻입니다. 또한 ‘기계적’은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쓰이는 매우 부정적인 수식어입니다. 긍정적으로, 또는 논쟁중에 자신의 입장을 가리키는 수식어로 이 단어가 쓰이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계속 조사, 수식어와 명사의 조합에서 그런 어색함이 느껴집니다. 처음 도미노님의 글을 읽었을 때 혹시 외국인이 아니신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지금은 책이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상식을 쌓고 문장을 익혔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책을 많이 읽고 자신의 문장을 다듬으시길 바랍니다. 아니면 혹시 중학생이신지요?

            도미노님은 수학/과학에 있어서 재능의 차이 이외에 다른 사회적 영향의 차이는 전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인지요? 앞의 글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그것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것을 없애는 것이 더 나은 일이 아닐까요?

            집단과 집단의 비교가 터부시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발화되었을 때 다른 효과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와 장소에 따라 할 수 있는 말이 있고 그렇지 않은 말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집단간의 차이에 대한 인식을 편견이라 부르는 이유는 많은 경우 집단간의 차이가 개인간의 차이보다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효율을 위해 다른 인간을 그들이 가진 눈에 띄는 특징으로 쉽게 분류하도록 진화되었습니다. 문명의 발전이란 곧 이런 쉬운 판단을 신뢰하지 않도록 바뀌어 온 과정입니다. 이것이 더 공평한 일이라는 공감대는 매우 힘들게 얻어진 것입니다. 그것이 집단과 집단의 비교를 터부시하는 이유입니다.

            무언가를 연구한다는 데 있어서도 이런 기준이 적용됩니다. 무언가를 연구한다는 것은 이를 위한 인류의 인적/재정적 자원을 소모하는 일입니다. 그 연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따지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일입니다. 물론 말씀하신 호르몬이 남녀의 수학에 대한 재능에 끼치는 영향은 충분히 흥미로운 연구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단지 도미노님께는 안타깝게도, 그런 내용을 연구하는 것과, 도미노님의 지금 입장인 오늘날에는 더 이상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별로 관련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런 연구를 통해 재능 이외에 현실의 차별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지를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앞 글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재능을 정의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고, 특히 ‘수학과 과학에서 이루어 지는 지적 노동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이 노동에 필요한 재능 역시 매우 다양’합니다. 따라서 저는 말씀하신 연구가 터부때문이 아니라 방법론의 부실로 인해 선정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런 첨예한 논쟁에서 ‘들었습니다’같은 표현은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구글을 검색해서 출처를 확인한후 ‘입니다’라는 확실한 표현을 쓰거나 아예 언급하지 않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입니다.

            글쎄요, 반여성주의자가 부당한 딱지라고 하셨는데 페미니즘을 반대하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페미니즘이 우리말로 여성주의 입니다.

            '자연적인 흐름과 자발적인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말 또한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입니다. 말씀하신 ‘저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이 바로 저들의 입장에서는 자연적인 주장이며 안타깝게도 도미노님과 같이 그 글에 반대하는 이들보다 그 글에 찬성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이 현재의 자연적인 상황입니다. 그리고 도미노님과 저의 논쟁 역시 자연적인 흐름이며 제가 도미노님의 의견을 귀기울여 들을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 바로 자발적인 균형점입니다.

          • 제 용어가 크게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걸 가지고 길게 논쟁하기엔 너무 귀찮은 관계로 넘어가겠다고 한 것입니다.
            불편부당은 쓰다보니 확실히 문맥적으로 뜻하고자 하는 바와 반대로 쓰였습니다. 이는 인정합니다. 퇴고나 숙고 없이 나오는대로 글을 우다다 쓰다보니 이런 미스가 난 것 같습니다.
            기계적’은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쓰인 것 맞습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쓰인다는 점은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역으로 그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기계적이라는 표현을 골랐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괜한 인위적인 의도를 개입하며 고려할 필요없는 부분까지 고려하려는 태도에 반대합니다.

            사회과학을 포함한 문과적인 영역에서 지식과 재능이 적다보니, 글을 쓰는 방법이 조금 미숙할 수는 있겠지만, 어지간한 수준으로는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재 듣는 쪽인 효석님이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못알아먹겠다』 라고 하면 미안합니다만,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수학/과학에 있어서 재능의 차이 이외에 다른 사회적 영향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세상에 많은 분야들 중에서 가장 그런 영향이 적은 분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겁니다. 설령 있더라도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 형식적/절차적/법제적 교정행위를 하는 것에는 100% 반대하고 있습니다. 형식적/절차적/법제적 교정행위 외의 다른 액션에 대해서는 케이스별로 판단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어지간하면 부정적으로 생각할 공산이 크겠지요.

            터부시하는 태도는 태도고 그럼에도 사실은 사실입니다. 사회과학 쪽의 문외한인 제 입장에서 보면 어차피 사회과학에서 진짜 방법론이 매끈하고 흠잡을데없이 명료한 경우는 거의 없어보입니다. 제가 볼 땐 『적당히 그렇다고 쳐주자』 기본적으로 사회과학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기둥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정말 A가 B를 나타내는 지표인가? 라는 의문을 깐깐하게 적용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결과는 별로 없을 겁니다. 현재 통상적으로 통용되는 수준의 『적당히 그렇다고 쳐주자』 만으로도 얼마든지 실험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고, 차후에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는 정도에 따라서 얼마든지 더 정교한 통제조건을 만들 수 있을겁니다.

            저는 딱히 공식적으로 각을 잡고 첨예한 토론을 장을 열 생각은 없습니다. 전 댓글에도 말했다시피 저는 여기서 특정 소재로 심도깊은 에세이를 쓸 생각이 없으며 무엇을 증명해낼 생각도 없습니다. 조금의 여가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소일거리 삼아서라도 리서치를 해볼 수 있겠지만, 불행히도, 지금 이 정도 길이의 댓글을 작문하는 것만으로도 제 가용시간의 상당비중을 포기해야 하는 나름 큰 과업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요지를 전달하는 것 뿐이고, 그 요지를 더 쉽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미 알고 있었던 일화나 팩트들을 기억창고에서 꺼내온 것 뿐입니다. 제 댓글을 보고 흥미가 동한 분들은 그런 것들을 단서삼아 더 깊이 있게 자신의 논지를 만들어 볼 수도 있겠죠.

            반여성주의는 다시 말하지만 부당한 딱지입니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빨갱이라는 표현을 싫어하는 좌파계열 인사들과 비슷한 상황이겠죠. 그럼에도 좌파계열 인사들은 틀림없이 빨갱이 소리를 들을만한 어떤 특징들을 갖췄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합니다. 기계적 공평/공정 주의는 필연적으로 반여성주의적 태도를 띠게 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저는 기계적 공평/공정 주의 에 있지, 반여성주의에 있지 않습니다.

            자연적인 흐름과 자발적인 균형점은 인위적인 개입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표현입니다. 이 댓글에서 한번 언급한 바 있지만, 제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은 형식적/절차적/법제적 교정행위입니다. 어떤 방향으로든 이런 시도에 단호하게 반대하며, 제가 윗 글과 같은 내용에 반대까진 안 하더라도 거부감을 갖는 이유는 대체적으로 (제 입장에서 절대악이라고 할 수 있는ㄷ)형식적/절차적/법제적 교정행위를 불러일으킬 공산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전달하고픈 요지와 함께 거부감을 표시할 뿐, 아직까지는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설 명분은 없군요.

          • 벌써부터 저를 거창하게도 "반여성주의자"라는 딱지까지 마련하셔서 사우론이나 다스베이더 같은 타도당해 마땅할 악의 세력으로 규정하시는데, 그런 딱지 자체를 단연코 거부합니다. 굳이 특정 표현으로 딱지를 붙인다면 기계적 평등주의자나 공정주의자라고 하셨으면 좋겠군요. 왜냐하면 그것이 제가 믿는 가치와 가장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기계적 평등주의 혹은 공정주의인 제 입장에서 불편부당한 모든 법제적/규범적/형식적/절차적 불평등에 반대합니다. 따라서 그러한 불균형이 철폐되어온 18세기 후반 무렵부터 20세기 초 중반까지의 행보에는 이견없이 찬성하며 그로 인해 더 나은 세상이 되었다는데에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는 자연적인 흐름과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균형점이 알아서 조율하며 가장 최적의 세상을 구성해나가는 것이 마땅하며 저쪽 친구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에는 공감할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문제제기를 넘어 여성편애적인 법제적/절차적/규범적 수단을 만드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합니다. 당연하게도 이는 제 공정함에 대한 기준에 너무나도 어긋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 ㅋ 여성 관련 기사에, 온통 쓰는 댓글마다 페미니스트들이 왜 이렇게 설치나? 꼴같잖네, 뭐가 불만이야? 내말이 다 옳은데. 난 엄청난 합리주의자라고.
            아이디를 male chauvinsist로 추천 해주고싶네, 잘어울리는데?

  • 같은 논문을 냈는데 저자를 여자로 할때랑 남자로 할때랑 반응이 달라진다는 실험결과가 글에 있는데도 난독하고선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거 보니 그가 말하고자 하는 '기계적 공평' 의 의미를 알 듯 하네요. 저건 길게 반박하는게 지는거.

    애초에 과학자라는 새끼가 '지금 STEM분야에 여성들이 적으니까 여자들은 해당 분야에 재능이 없는 거' 라는 말을 진지하게 한다는게 말이 됨? 그런소리를 교수한테 제출했다간 교수가 성차별 의식이 있는 새끼라도 낙제점 줄 듯. 저런 논리면 무당 푸닥거리나 사주팔자 창조과학도 과학적으로 유의미한걸로 포장 가능할 듯.

  • 근데 솔직히 저 글(도미노 글)을 보니까 아무리 봐도 이공계 전공한것 같지가 않다. 이유를 설명하면 또 주작질 할 것 같아서 패스하지만 아무리봐도 국문과 나온것 같은 냄새가 풀풀 남.

    그렇다면 저 글을 쓴 목적은 아무리 봐도 '고도의 까질' - 여혐인척 해서 여혐까를 불러일으키기 위함 - 일 가능성이 높은데, 경희대 총여학생회가 강경하기로 유명하니 그쪽 출신이려나?ㅋ 경희대 국문학과 뒤져보면 저인간이랑 비슷한 문체를 가진 사람 찾아낼 수 있을듯. 의심가는 사람이 한명 있는데 얘기안함 ㅋ

    물론 이렇게 반박하면 어떤식으로든 구라와 주작으로 빠져나가려 하겠지. 그냥 무시해야지

Recent Posts

[뉴페@스프] 경합지 잡긴 잡아야 하는데… 바이든의 딜레마, 돌파구 있을까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2 일 ago

데이트 상대로 ‘심리 상담’ 받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운동만 자기 관리가 아니다

보스턴 대학에서 일하는 정신과 의사가 ‘자녀의 정신 건강에 과몰입하는 미국 부모들’에 대한 칼럼을 기고 했습니다.…

3 일 ago

[뉴페@스프] 습관처럼 익숙한 것 너머를 쳐다볼 때 비로소 보이는 것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5 일 ago

‘사이다 발언’에 박수 갈채? 그에 앞서 생각해 볼 두 가지 용기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테러 공격을 벌인 뒤 그에 대한 반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

6 일 ago

[뉴페@스프] 점점 더 커지는 불평등의 ‘사각지대’가 있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 주 ago

선거제 허점 악용해도 견제할 방법, 저기도 없네?!

미국 대선에서는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를 집계해 과반(최소 270명)을 득표한 사람이 당선됩니다. 선거인단을 어떻게…

2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