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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GE 재단: 생각하는 기계에 대하여] 3. 게르트 기거렌처: 로봇 의사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줄 겁니다

[역자주: 존 브록만의 EDGE 재단은 매년 한 가지 질문을 정해 석학들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올해의 질문은 “생각하는 기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입니다. 187개의 대답 중 몇 개를 소개합니다.]

게르트 기거렌처: “생각이 직관에 묻다(Gut Feeling)”의 저자, 심리학자, 막스플랑크 인간개발연구소 소장

로봇 의사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줄 겁니다

당신은 정기검진을 위해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진료실로 들어가 그녀의 차가운 손을 잡고 악수한 후 마주 앉습니다. 그녀는 로봇의사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마 진짜 의사와 만나고 싶다고 말하겠지요. 당신의 말을 들어주고 당신의 통증을 이해하는, 믿을 수 있는 진짜 인간 말이지요.

하지만 생각해 봅시다. 오늘날의 의료제도에서 당신의 주치의는 당신의 말을 5분 이상 들어줄 시간이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짧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의사들은 신경질적이고 고집센 환자들에 대해 불평합니다. 연예인들이 광고하는 약을 요구하며 부작용이 생겼을 때 고소의 위협도 있습니다.

많은 인간 의사들이 건강에 대한 통계자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따라서 의학연구들을 비판적으로 읽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습니다. 자궁적출 수술을 받아 더 이상 자궁경부암이 걸릴 수 없는 천만명의 여성들이 불필요한 자궁경부세포검사를 받았습니다. 매년 1백만명의 어린이들이 불필요한 CT 촬영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방사능 노출은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암에 걸릴 확률을 높일 것입니다. 남자들은 전립선 암을 발견하기 위한 정기적 PSA 검사를 주치의로부터 권장받고 있지만 사실 거의 모든 의학단체들은 PSA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특히, 요실금과 발기불능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에 걸린 수십명의 사례들이 있습니다. 이때문에 의사들의 시간과 환자들의 돈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왜 의사는 환자에게 가장 좋은 처방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거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약 7-80%의 의사들은 통계자료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전세계의 모든 의대들이 통계적 사고를 가르치는데 실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의료계의 진료별 수가제(fee-for-service) 때문입니다. 이는 의사들에게 이해 충돌(conflict of interest) 상황을 만듭니다. 만약 의사들이 불필요한 진료나 처방을 권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수입은 줄어들것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미국의 의사들 중 90% 이상이 동의했듯이, 바로 방어적 진료 때문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가족에게는 권하지 않을 검사나 치료를 권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혹시 모를 환자들의 소송을 막으려 합니다. 결국 의사들은 자기 방어심리(self-defense), 수학적 무지(innumeracy), 그리고 이해의 충돌(conflict of interest)이라는 세가지 이유때문에 더 나은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현상은 각각의 약자를 따 SIC증후군이라고 불립니다.

왜 이것이 중요할까요? 1984년의 자료에 따르면, 매년 약 44,000명에서 98,000 명의 환자들이 막을 수 있었던 의료사고로 인해 사망했음을 알려줍니다. 2008년에서 2011년의 자료는 이 숫자를 매년 40만명으로 높여 발표했습니다. 치명적이지 않은 의료사고는 매년 400만건에서 800만건에 이릅니다. 개인병원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모두 알려져 있지도 않습니다. 만약 의사들이 점점 더 환자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된다면 이로 인한 피해는 에볼라와도 비교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의료 제도에 개혁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의대는 통계학을 가르쳐야 합니다. 법원은 의사가 관례가 아니라 과학적 증거에 기반해 판단했을 때 그를 처벌해서는 안됩니다. 또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판단을 내렸을 때 의사들에게 더 이익이 되도록 시스템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고, 가까운 시일내에 일어날 듯 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생각하는 기계’라는 극단적인 해법은 어떨까요? 통계를 잘 이해하며, 어떤 이해의 충돌도 없으며, 고소에 대한 걱정도 하지 않는 로봇 의사말이지요. 이 글의 앞부분, 정기검진 상황으로 돌아가봅시다. 당신은 로봇 의사에게 이 검진이 암이나 심장병, 그리고 다른 질병에 의한 치사율을 낮추어 주는지를 묻습니다. 로봇 의사는 즉시 최신 의학연구를 검색한 후 그 질문들에 모두 “아닙니다”라고 말해줄 겁니다. 물론 당신은 최신연구를 볼 시간이 없는 사람 의사에게 그 반대의 대답을 들은 뒤로 성실하게 정기검진을 하고 있었고 이를 자랑스러워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답은 듣고 싶지 않았던 답일 겁니다. 당신의 로봇 의사는 당신의 아이에게 불필요한 CT를 권하지도 않으며 당신이 자궁이 없는 여자라면 자궁경부세포검사를 권하지도 않을 것이며 당신이 남자라면 PSA 검사의 장단점을 먼저 자세히 알려주겠지요. 로봇의사는 의대를 마치기 위해 빌렸던 융자금을 어떻게 갚을지 걱정하지도 않으며 이해의 충돌때문에 고심하지도 않을 것이고 고소를 피하기 위한 보험에 들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다수의 환자와 동시에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당신이 원하는 만큼 로봇의사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기다려야할 필요도 없고 문밖으로 쫓아내지도 않을겁니다.

우리는 ‘생각하는 기계’를 상상할 때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심박수를 자동으로 검진하는 기계와 같이 더 고도화된 기술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릅니다. 로봇의사가 가져올 혁명은 그것이 가진 기술적 우수성보다는 심리적 관점에서의 우수성에 기반합니다. 간단히 말해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는 대신 진정으로 환자의 이익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 당신은 이익을 추구하는 병원들이라면 그들의 로봇의사 역시 이익을 추구하도록 프로그램하지 않겠냐고 말하겠지요. 바로 그것이 오늘날 의료제도의 핵심적 결함이지요. 여기에도 심리적인 답이 있습니다. 우리는 “의사를 믿으세요”라는 원칙 때문에 사람 의사에게는 많은 것을 묻지 않습니다. 그러나 로봇의사에게는 다를 겁니다. 환자들은 로봇의사의 말을 생각하고 의심하게 되겠지요.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생각하는 기계가 해낼 수 있는 최상의 결과일 것입니다.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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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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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공감합니다. 먼 미래의 이야기일지 몰라도 생각하는 기계 의사에게 직능을 위협받지 않으려면 위에서 설명된 세가지 요인 (방어심리, 이해관계, 통계적 무지함)을 보완할 수 있도록 내부적인 검토 및 반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의료 수가제 같은 경우의 제도적 수정도 필요할것이구요..

    • 공감합니다.

      좀 더 멀찍이 떨어져서 보면 더 흥미로운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한 직군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서비스'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거의 모든 직군들이 인공지능의 영향을 받겠지요.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필요 없어질 수도 있고, 대부분의 은행 업무들 또한 인공지능화 되겠지요. 상담 업무들 또한 마찬가지겠지요. 나열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이익 상충에 따른 불합리가 적용되는 모든 서비스 직군이 이런 상상을 통해 자기 반성을 하게 된다면 참 좋을 테지요.

  • 와 확실히 등장한다면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좋겠네요 만약 인공지능이 만들어 진다면 지금 존재하는 거의 모든직업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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