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유대인회의(European Jewish Congress)가 1월 말 프라하 회의 개최를 결정했을 때만 해도 주최측은 이 회의가 이렇게나 많은 주목을 받을줄 몰랐을겁니다. 이번 회의는 나치 수용소의 희생자들을 기리면서, 유럽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유대인, 무슬림, 동성애자 등에 대한 반감을 경계하자는 주제로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샤를리 엡도 사태로 인해 유명인들이 대거 참석하는 큰 행사로 발전하게 된 것이죠.
이 회의에 모인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관용”을 외쳤지만, 샤를리 엡도 후폭풍에서도 드러났듯 관용에 대한 생각은 다양합니다. 어떤이들에게 관용이란 다른 집단을 존중하는 동시에 혐오 발언을 포함한 모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회의 주최측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에게 관용이란 특정 집단에게 낙인을 찍는 행위를 정부가 나서서라도 막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다섯 명의 변호사가 주축이 되어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행위를 금하는 법안의 모델이 될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공식 석상에서 특정 종교, 성별, 인종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죠. 나아가 불관용적인 종교 행위나 풍습 자체도 정부 차원에서 금지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수정헌법 1조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철학의 전통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 참석했던 이스라엘의 국제법 교수는 미국의 수정헌법이 오히려 극단적 예외라면서, 호주, 영국, 캐나다 등 세계 다른 여러 나라들은 입장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소수 집단의 악마화는 억압, 심지어 대량학살로 이어진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한다며, 불관용을 관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실제로 외국인 혐오로 몸살을 앓은 여러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혐오 발언을 여러 방식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관용의 이름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회의에서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불관용에조차 관용을 보일 수 있는가가 민주주의의 시험대”라고 맞선 미국 교수도 있었죠.
물론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이 곧장 유럽에서 입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모든 종류의 불관용을 처벌하는 통합적인 입법안이 나올 가능성은 낮습니다. 혐오 발언과 폭력를 막기 위한 조치들이 현재와 같이 일관성없는 모습으로 조각조각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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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발언을 처벌할 것까지는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욕할 권리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것보다 그 발언자가 누구인지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악플로 신고되거나 혐오 발언으로 접수되면 바로 신상을 공개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효과가 있을거 같아요. 적어도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에서는 자기가 누군지 밝히고 떳떳히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말은 문제 삼지 않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