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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 풋볼팀 이름이 언론상에서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워싱턴 DC의 풋볼팀의 이름 ‘레드스킨스(Redskins)’는 특정 인종에 대한 비하의 의미를 담고 있어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최근 공영 라디오 NPR의 보도팀에는 표준 담당 편집자의 지침이 내려왔습니다. 언론의 역할은 현상을 보도하는 것이지 그 현상의 일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원칙하에 이 단어의 사용을 회사 차원에서 전면 금지하지는 않겠지만, “모욕적일 수 있는 단어”에 대한 NPR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해당 단어를  ‘워싱턴 팀’, ‘해당 팀’과 같은 단어로 대체할 수 있는 경우에는 최대한 대체해 사용하라는 지침이었습니다.

이렇게 단어 사용을 완전히 금지하지는 않겠다는 지침이 나오기는 했지만, 아마도 NPR에서는 이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을겁니다. 지난 3월 이 단어가 갖는 비하적 의미에 대한 NPR의 탐사 보도가 나간 후, 아메리칸 원주민 단체들은 팀명 사용 전면 금지를 주장해왔습니다. 이들에게는 한 발짝 물러난 듯한 NPR의 이번 결정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겁니다. 저를 비롯한 NPR의 여러 직원들이 원주민 단체들의 주장에 심적으로 동의하지만, 지난 수 개월 동안 이 논의가 진흙탕 싸움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원주민들을 상대로한 불완전한 설문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초점이 흐려지기도 했고, 실제로 수 많은 풋볼 팬들은 여전히 이 이름이 원주민에 대한 존경심을  담고 있다고 잘못 알고 있기도 하구요. 표준 담당 편집자는 NPR 소속의 한 지역 방송국이 이 논란 자체에 대한 보도를 하면서 어떻게 이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문의해 이와 같은 지침을 발표하게 되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원래 언론은 기본적으로 “우리는 보도하고 결정은 여러분이”라는 태도를 고수해왔지만, 언론이 언제나 이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아닙니다. 언론이 어떤 식으로 사회적 합의를 앞질러 여론을 주도하는지에 대한 NPR 기사(뉴스페퍼민트 번역)도 있었구요. 이미 전국의 수 많은 중소 언론 매체들이 이 팀명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여러 스포츠 해설자, 운동선수, 교사 단체, 교회, 정치인들도 이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시의회와 오바마 대통령도 이 이름을 반대한다고 밝혔고, 심지어는 이 팀을 창단한 조지 프레스톤 마셜의 손녀까지도 팀이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특허청도 이 단어를 욕설로 규정했고, NPR의 최근 지침이 무색하게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까지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FCC의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 팀명이 모욕적인 단어이기는 하지만, 팀이 스스로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이 문제는 언론의 도덕적 책임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심리학 투데이>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이 단어는 아메리칸 원주민들의 자존감을 크게 해쳐 원주민들 사이에서 흔한 알콜 및 마약 중독, 높은 자살률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언론의 편집자가 나서서 무엇이 도덕적인가를 결정할 때는 아주 신중해야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 결정을 피하는 것 자체가 비도덕적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책임은 비단 보도팀만의 것이 아니라, NPR 경영진에게도 있는 것입니다. 편집자들의 자율성은 보장되어야 하지만, 어떤 문제가 언론사의 성격과 독자, 그리고 법적인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칠 때는 경영진의 결단이 필요할 것입니다.

지지자들은 워싱턴 풋볼팀의 이름에 시비를 거는 것이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개념을 아무 곳에나 마구 적용하려는 유행의 최신 버전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원주민 단체들은 이미 1960년대부터 이 이름에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해왔죠. 최근에 이르러서야 이들이 목소리를 낼만큼 자금과 영향력을 갖추기 시작한 것 뿐입니다. NPR이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행동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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