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발 테러 사고로 팔과 다리에 큰 화상을 입은 제임스 코스텔로(James Costello)는 그 사건이 결코 우연히 발생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고 후 실려간 병원의 담당 간호사 중 한 명과 사랑을 싹 틔우고 결혼까지 성공한 그는 폭발 테러는 그녀를 만나기 위한 필연의 시작이었다고 회상합니다.
이처럼 지나간 일들에 대해 어떠한 의미를 찾는 현상은 비단 코스텔로씨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어떤 일이 발생하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믿죠.
어떤 이론은 이러한 믿음을 종교적 가르침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파악합니다. 이러한 믿음 체계가 세상의 모든 사건은 신이 권선징악의 교훈을 인간이 체득할 수 있도록 사전에 계획 한 것으로 생각하는 유신론자들의 사고 과정과 사실상 같다는 것이죠.
하지만 과거의 사건에서 어떤 필연적 의미를 읽어내는 인간의 행동을 단순히 종교적 믿음이라 치부하기에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예일 대학의 연구팀은 대다수의 유신론자와 같이 무신론자 역시 어떤 일이 발생하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믿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퀸즈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보다 훨씬 덜 종교적인 것으로 알려진 영국 사람들 역시 미국 사람과 마찬가지로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음 주 아동발달 학술지에 수록될 예정인 한 논문에서는 종교적 사고에 한 번도 노출되지 않은 어린아이들마저 모든 일은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어떤 사건에서 필연적 의미를 읽어내는 인간의 행동이 종교적 사고와 유사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실제로는 종교적 경험과는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죠.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이러한 특성은 목표나 욕망, 의도 등에 기대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심리적 동인에 기인할 확률이 높습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 일이 일어난 원인이나 숨겨진 의도, 목적 등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과거의 사건에서 어떤 필연적 의미를 읽어내는 인간의 행동은 인류에게 축복이 될 수 있습니다. 코스텔로씨와 같이 끔찍한 사건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인류에 큰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산재한 가난, 불평등, 억압 등을 신이 인류에 내린 계획의 일부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면 이를 부당하게 정당화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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